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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원안대로라면 아파트와 음식점만 들어오도록 돼 있다. 10년 계획인 세종시 수정안을 5년 안에 완공하겠다." (박해춘 한나라당 후보)
"세종시 원안 추진은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다." (안희정 민주당 후보)
"세종시 수정을 주장하는 정부에 맞서 '세종시 원안 관철'을 통해 충남지역의 경제 기반을 되찾겠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

6.2 지방선거를 앞둔 충남 연기 행정도시건설청 앞 풍경
 6.2 지방선거를 앞둔 충남 연기 행정도시건설청 앞 풍경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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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지사 선거의 최대 이슈는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와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려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후보 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박해춘 후보는 지난 29일 특별성명을 통해 "하늘이 두 쪽 나도 충남지사만큼은 친노세력에 줘선 안 된다"며 안희정 민주당 후보를 맹비난했다.

이에 안희정 후보 측은 "노무현의 분신인 안희정의 승리는 억울하게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복권이자 현 정권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맞받았다. 박상돈 후보는 박해춘 후보가 자유선진당을 '원내교섭단체도 못 만들고 충남을 위해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정당'이라고 공격한 데 대해 "한나라당 박 후보를 찍으면 안 후보를 밀어주는 꼴"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직전에 벌인 조사에서는 안희정 후보와 박상돈 후보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었다. 이어 박해춘 후보가 두 후보를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선거일을 3-4일 앞둔 지난 29일과 30일 <오마이뉴스>가 충남에서도 혼전양상이 뚜렷한 충남 북부와 서부, 서남부 지역 3곳을 뽑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취재 : 보령-이상우 기자, 서산-안서순 기자, 천안·아산-이정구 기자).

[보령] '박상돈 독주' 예상과 달리 안희정 약진

한나라당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
 한나라당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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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는 충남 서남부의 중심지인 보령시에서 대천시장(1994년)을 지냈다(1994년 대천시와 보령군이 통합해 보령시가 됨). 또 갯벌을 활용한 머드제품을 착안해 '보령머드의 신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독주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약진으로 막판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한나라당 보령-서천 당협을 이끌고 있는 김태흠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 이완구 전 지사와 함께 '세종시 수정안' 반대 진영의 주축을 이루면서 '지역당 바람'이 좀처럼 일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령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세종시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꺼려 박 후보가 당내 지지세를 결집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경우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안 후보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보령에서 생산되는 '남포오석'으로 제작된 인연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상돈 후보를 지지한다는 보령시청의 한 공무원은 "갯벌을 이용한 머드제품을 창안해 낸 것처럼 도지사가 되면 충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주교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아무개씨(49)는 "다른 후보들은 틀에 박힌 듯이 기업유치나 공단조성 같은 개발논리만 내세울 뿐 정작 지역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에 대한 관심이나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안 후보가 토론회 등에서 밝힌 농업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안희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 진영에서는 이완구 전 지사를 전면에 내세워 '보령~태안 간 연륙교 건설' 등 지역 현안사업의 해결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을 견제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아무개씨(58)는 "제대로 된 기업체도 없고 경기마저 최악이어서 인구가 자꾸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를 잘 아는 후보가 도지사가 되면 보령도 좋아질 것"이라고 박해춘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서산] 안희정-박상돈 2강 구도

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 안희정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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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서부 변방에서도 '세종시' 문제가 만만찮은 선거 쟁점이다. 서산시가 사활을 걸고 조성하려는 '간월도 관광단지'가 분양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으나 분양률이 10%에도 못 미치고 성연과 지곡면 등지에 조성 중인 대규모 산업단지마저 분양률이 30%를 밑돌자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를 탓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주민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지역의 불경기 해소를 위해서는 세종시를 원안보다 더 크고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산시에서 2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후보 측과 박상돈 후보 측 지지자들 간의 설전도 뜨겁다. 

서산에서 동물병원을 하고 있는 김신환(58)씨는 "철새처럼 옮겨 다니지 않고 소신대로 행동하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야말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지켜내고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본다"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산시 음암면에 사는 최명섭(62)씨는 "박상돈 후보는 시장, 군수를 거쳐 국회의원까지 해 행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충남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상돈 후보 지지자들은 박 후보가 1995년에 서산시에서 관선시장을 한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안희정 후보 지지자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서산지역을 돌며 지역 사람들과 맺어온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천안-아산] "누가 도지사 후보이고 누가 시장 후보인지... 정신없다"

천안시 유권자 40만4722명, 아산시 19만3895명으로 충남의 가장 큰 표밭이자 치열한 유세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모든 도지사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도 천안에 들어서 있다.  

충남정치 1번지 천안시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신부동 야우리, 천안역, 쌍용동 이마트, 두정동 등 주요 광장과 교차로를 선거유세원들이 점거하고 있다. 충남의 두 번째 도시인 아산시도 온양온천역 광장, 배방시가지, 온양관광호텔사거리 등을 중심으로 표심잡기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시민들의 눈에 잘 띄는 명당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몸싸움과 확성기 소음 등이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뤘다.  천안시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도지사 후보를 두 번이나 국회에 입성시킨 곳이다. 그렇지만 박 후보는 열린우리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데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박상돈 충남도지사 후보
 박상돈 충남도지사 후보
ⓒ 박상돈 후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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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두정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인석(65)씨는 "천안이 충남에서 가장 큰 도시이니 지사는 당연히 천안에서 배출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박상돈 후보를 지지하는데, 세종시보다는 천안지역에 대한 공약을 더 많이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우리 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주영씨(24)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물고기 사체가 강가로 떠밀려 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4대강의 하나인 금강개발사업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겠다는 안희정 후보의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산시의 경우 최근 시장 공천 번복, 시도의원 공천을 둘러싼 잡음, 공천 밀약과 금품 수수, 이명수 국회의원 회계책임자 구속, 공천탈락자들의 고소 고발 등으로 자유선진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선진당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온양상설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누가 도지사 후보인지, 누가 시장 후보인지, 누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즘은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기만 하다. 누가 되든지 빨리 선거나 끝났으면 좋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는 이번 선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과열·혼탁양상을 보이며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해 투표권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많은 것 같다.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선택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격전지, #충남도지사, #박해춘, #안희정, #박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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