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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제보자 45명 중 17명 사망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존중과 사과'였다. 전제는 단 하나, 진심을 담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5월 13일 오전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2007년에 이은 두 번째다. 반올림은 또 기존의 산재신청자 7명을 제외한 추가 피해자 명단을 공개했다. 증언대회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유명화 씨 아버지와 동생이 참석해 피해사실과 투병과정을 밝혔다.

사진 1.
 사진 1.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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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증언대회에 앞서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가졌다. 반올림이 파악한 피해 제보자는 5월 13일 현재 45명이며 이중 17명이 사망했다. 살아있는 피해자는 치료하느라, 가족은 치료비를 만드느라 힘들다. 그렇지만 삼성은 여전히 이들의 직업 관련성을 부인한다.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피해자에게 지원을 하지 않다가 반올림에 의해 공개되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며 앞으로 드러날 죽음과 골병의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사진 2.
 사진 2.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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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반올림의 시작을 만든 황상기(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씨는 故황유미(삼성반도체 기흥공장·급성백혈병) 노동자의 아버지다. 그는 "유미가 처음 아픔을 호소할 때가 5월이었다. 벌써 5년 전 일"이라며 품에 없는 딸을 그렸다. 그는 " (삼성에서) 병에 걸린 노동자는 쫓겨나고 산재인정이 안 되는 이유는 노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회사 견제 세력으로라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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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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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두 번째 증언대회와 집단 산재신청을 준비한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자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피해자의 산재승인을 미루거나 거부한 정부 또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요구는 구호와 선전물로 만들어졌다.

사진 4.
 사진 4.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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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반도체 칩 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던 유명화(여·29세) 노동자는 2000년 7월 입사해 1년 4개월만인 2001년 11월에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했다. 유명화 씨의 아버지 유영종 씨는 "가난해서 딸을 취업시킨 게 미안하다"며 법이 가진 자에게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화 씨는 한 달에 한번 수혈 받는 치료를 9년 째 받고 있다.

사진 5.
 사진 5.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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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건강했던 언니였다. 언니가 항상 역겨운 냄새가 나고 피곤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도 기형아 출산이나 생리불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유명화 씨 동생 유명숙 씨는 흐르는 눈물 때문에 종종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언니에게 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으면 일을 그만 두라고 했단다. 하지만 유명화 씨는 삼성이 큰 기업이기도 했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유명숙 씨는 "삼성은 10명 중 5명이 아파야 사과할거냐?"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 말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 아프다. 아프면 가족이 아니고 안 아프면 가족이냐?"

'역겨운 냄새·많은 업무량' 작업환경 공통점 많아 

반올림이 집단 산재신청을 위해 준비한 새로운 피해자 5명의 인터뷰와 기존 피해자들의 증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이 열악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공통되게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많은 업무량 ∇잦은 야근과 교대근무 ∇설명하기 어려운 역겨운 냄새 ∇제대로 받아 본 적 없는 안전보건 교육 등을 자신이 일했던 작업환경으로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림프종에 걸렸던 나경순 노동자는 2010년 4월 모 방송에서 삼성반도체가 깨끗한 생산라인을 공개한 것을 보고 진실이 왜곡되는 것에 화가 나 반올림에 제보했다. 나경순 씨는 입사 5년 뒤 림프종이 발병했다. 그 역시 "많은 화학물질 냄새를 맡아가며 일했고 그렇게 노출돼 98년에 임파선암(림프종)에 걸려 매우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함께 일한 1라인 동료 중에도 암에 걸려 한 명은 치료했고 한 명은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진심 담은 피해자 존중과 사과는 언제쯤

증언대회 마무리에 황상기 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노동자와 국민이 나서서 삼성제품을 불매하고 삼성생명 계약을 해지하는 노력을 한다면 삼성이 어쩔 수 없이 (노동자를) 가족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2010년 5월 13일. 4명의 피해자와 1명의 유족이 글로벌 기업 삼성을 상대로 집단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들 역시 증거를 찾기 위해 1~2년, 아니 그 이상을 기다리고 애써야 할지 모른다. 피해자들이 일했던 생산현장이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은 당사자와 동료 노동자의 진술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일관되게 삼성의 보고를 신뢰했다. 故황민웅(삼성반도체 기흥공장·급성백혈병) 씨 아내 정애정 씨가 "피해자만 제외하고 삼성, 근로복지공단, 노동부가 끈끈하게 연결됐더라"고 말하는 이유다.

<표 1. 삼성전자 직업성 암 등 피해제보 현황>

공 장
피해 인원
주 요 질 병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20명
급성백혈병․흑색종․악성림프종․유방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10명
급성백혈병․악성림프종․직장암․간암
삼성전자 반도체 부천공장(온양공장 전신)
1명
육종(뼈암)
삼성전자 LCD 기흥공장
1명
뇌종양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5명
재생불량성빈혈․만성골수성백혈병
삼성전자 디스플레이개발팀 연구원
1명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삼성전기(조치원․부산 등)
5명
백혈병․자궁암
삼성전관(삼성 SDI 전신)
1명
백혈병
삼성전자 구미공장(핸드폰 무선사업부)
1명
급성림프구성백혈병

45명


<표 2. 2010년 5월 13일 산재신청자>

이 름
공 장
질 병 명
유명화(1982년생)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재생불량성빈혈
신송희(1979년생)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김기영(1969년생)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웨게너씨 육아종
주교철(1969년생)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급성골수성백혈병
김경미(1980년생․사망)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급성골수성백혈병
※故김경미 씨는 유족보상 청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 #직업병, #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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