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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명이 훨씬 넘는 상대 팀 대관중 앞에서 방문 팀의 감독 조세 무리뉴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 두 손을 내밀며 포효했다. 어떤 이는 지나치게 재미없는 수비 축구만 구사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정말로 그곳에서 그럴 자격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은 우리 시각으로 29일 새벽 바르셀로나에 있는 캄프 누에서 벌어진 2009-201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FC 바르셀로나(에스파냐)와의 방문 경기에서 0-1로 패했지만 지난 21일 안방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3-1로 이긴 덕분에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가게 되었다.

68분간 열 명을 상대한 바르셀로나, '독배' 들다!

일주일 전 밀라노에 있는 주세페 메아짜에서 열린 첫 경기 결과(3-1 인테르 승리)가 이 경기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고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방문 팀 인테르 밀란의 수비 축구는 예견되어 있는 셈이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수비수 크리스티안 키부를 주로 왼쪽 측면을 맡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것도 모라자 가운데에는 티아구 모타와 캄비아소가 있었다. 이 포메이션만으로도 디펜딩 챔피언의 결승 진출을 향한 의지 앞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 28분만에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중책을 맡고 뛰던 인테르의 티아구 모타가 안방 미드필더 부스케츠에게 오른손을 잘못 내미는 바람에 두 번째 딱지를 받고 쫓겨난 것. 18분 전에 이미 노란딱지를 받은 사실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11:11로 뛰는 축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숫자가 하나 모자랄 때 정말로 여러가지 변수가 생긴다. 어떤 팀은 그 자리를 태연히 비우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남은 시간을 뛰지만 이 경기는 세계 축구팬들이 꿈처럼 생각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길목의 마지막 대결이기 때문에 달랐다.

모타의 빈 자리는 무리뉴 감독에 의해서 사무엘 에투로 결정되었다. 28분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인테르 밀란의 전술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수비수 다섯 명(에투, 사네티, 사무엘, 루시우, 마이콘)과 나머지 넷이 촘촘한 간격으로 공간을 나누며 그물을 치듯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었다. 간혹 디에고 밀리토가 역습을 시도하지만 단짝으로 뛰어줘야 할 에투와 스네이더르가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보다 한 명이 많다고 해서 축구장의 골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축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숫자가 더 많은 상대 팀을 이겨버리는 일도 종종 일어나는 곳이 바로 축구장이었다.

그러니 안방 팀 바르셀로나로서는 티아구 모타가 빠진 상대팀의 변화 양상을 결코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지기 빅토르 발데스가 중앙원까지 걸어 나와 실질적인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하면서 공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정말로 마시기 싫은 독배를 들고 있는 셈이었다.

수비수 피케의 골, 그러나...

특급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를 중심으로 쉼 없이 상대 팀의 빈 틈을 노리던 바르셀로나는 84분에 공격수로 그 임무를 바꾼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침착한 오른발 돌려차기로 선취골을 터뜨렸지만 이 경기의 골은 바로 그것 뿐이었다.

양팀의 득점 기록이 같을 경우 방문 경기 득점 기록을 우대하는 챔피언스리그 규정상 그 이후 바르셀로나의 골이 하나 더 터졌다면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결승 진출 팀이 바르셀로나로 바뀔 수 있었는데 그냥 끝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주 밀라노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인테르 밀란의 디에고 밀리토가 터뜨린 3-1 쐐기골이 실질적인 결승골이 된 셈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추가 시간 1분만에 교체 선수 보얀이 그물을 흔들었지만 바로 직전에 야야 투레의 핸드 볼 반칙이 선언되는 바람에 부푼 가슴을 억지로 가라앉혀야 했다.

사실 보얀에게는 82분에 하늘이 주신 기회가 찾아왔다. 리오넬 메시가 띄워준 왼발 크로스가 자로 잰 듯 자신의 코 앞에 날아오면서 인테르의 골문 오른쪽 구석이 훤히 보였지만 보얀의 이마에 맞은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오른쪽 기둥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크로스나 슛 각도상 골이 아니라고 보기에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으니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르셀로나 팬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로 그것이 축구였다.

이로써 2003-2004 시즌에 FC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은 또 한 번의 영광을 위해 결승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리옹(프랑스)을 물리치고 먼저 결승전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날개공격수 아르연 로벤이 바라던 것처럼 그들의 결승전 상대가 되었으니 더욱 흥미진진한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망의 결승전은 다음 달 23일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2009-2010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결과, 29일 캄프 누

★ FC 바르셀로나 1-0 인테르 밀란 [득점 : 피케(84분,도움-사비)]
- 두 경기 합산 3-2로 인테르 밀란 결승 진출!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페드로 로드리게스(27분,경고), 이브라히모비치(62분↔보얀), 리오넬 메시
MF : 부스케츠(63분↔헤프렌), 투레, 사비 에르난데스
DF : 케이타, 가브리엘 밀리토(46분↔막스웰), 피케, 다니엘 아우베스
GK : 빅토르 발데스

◎ 인테르 밀란 선수들
FW : 디에고 밀리토(81분↔코르도바)
MF : 키부(43분-경고), 티아구 모타(10분-경고/28분-퇴장), 스네이더르(66분↔문타리/82분-경고), 캄비아소, 에투(86분↔마리가)
DF : 사네티, 사무엘, 루시우, 마이콘
GK : 훌리우 세자르(35분-경고)
조세 무리뉴 바르셀로나 인테르 밀란 챔피언스리그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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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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