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연아현수막' 길이 20미터, 폭 6미터짜리 초대형 현수막이 유성의 한 정당선거사무소에 걸려있다. 이른바 '김연아현수막'으로 불리는 이 현수막에는 김연아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환하게 웃는 사진이 새겨져 있다.
 김연아 선수의 사진이 담긴 길이 20미터, 폭 6미터짜리 초대형 현수막이 한나라당 유성구 정당선거사무소에 내걸려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들의 항의가 일자 한나라당은 2주후 이를 내렸다.
ⓒ 윤형권

관련사진보기

정치의 계절이다. 6·2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선을 위해 뛰는 후보자들은 전쟁터에 나선 전사들처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 알리기에 혈안이다.

톡톡 튀는 문구, 괴상스런 복장, 각 종 이벤트 등 자신을 알릴 수만 있다면, 그리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방법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방법들 중 하나가 인기 스타의 동원이다. 쉽게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그 곁에 선 후보자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될 수 있다. 그 어떤 후보자도 이 방법을 할 수만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자가 앞에 붙는 초특급 스타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대전 유성구에서 벌이고 있는 인기 스타 활용 기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얼마 전 대전 유성에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여동생 김연아의 사진이 유성 한복판에 내걸렸었다. '한나라당 유성구정당선거사무소에서 내걸은 김연아 선수의 사진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 사무실은 진동규 유성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로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김연아 사진과 함께 내걸린 문구는 '멈추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김연아 선수 세계의 최고가 되었습니다'이지만 본심은 지방선거에서 이 곳 사무실에 둥지를 틀 예정인 '후보자'를 기억해 달라는 속내가 담겨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연아 논란에 이어 이번에 소녀시대까지?

<오마이뉴스>가 가장 먼저 보도를 통해 지적했고, 다음 아고라 등에서도 왜 김연아를 정치에 끌어 들이냐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초상권침해의 여지도 있었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한나라당도 네티즌들의 항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자 2주일 만에 해당 플래카드를 조용히 거뒀다.

 유성구(구청장 진동규)가 '5월의 눈꽃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유성 시대에 내걸은 홍보 현수막에는 '눈꽃축제에 소녀시대가 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유성구(구청장 진동규)가 '5월의 눈꽃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유성 시대에 내걸은 홍보 현수막에는 '눈꽃축제에 소녀시대가 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시티저널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이번에는 '소녀시대'가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유성구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5월의 눈꽃축제'를 연다. 여기에 소녀시대가 초대된 것. 유성구는 유성지역 거리에 '눈꽃축제에 소녀시대가 옵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문제는 이 눈꽃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 축제 시작이 예년보다 10일 이상 빨라지면서 정작 '눈꽃'처럼 만개해야할 이팝나무는 꽃망울을 머금을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성구는 오는 30일 예정된 축제를 위해 이팝나무 가지마다 하얀 꼬마 전구를 주렁주렁 매달아 놨다. 이는 꽃을 일찍 피우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데 꼭 그 기간에 축제를 열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흥겨운 축제'를 '불순한 속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까닭은 다른 데 있다.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진동규 유성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 성대한 축제를 열어 구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정치적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 것이다.

주민들 마음 얻고 싶다면 땀 흘리는 모습 먼저 보여야

 이팝나무 가지에는 크리스마스트리용 전구가 설치되어 밤거리를 비추고 있다. 유성구는 '눈꽃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설치했다고 하지만, 축제가 빨라 피지 않는 이팝꽃을 피우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년보다 10일 가까이 눈꽃축제 기간을 앞당겨 잡아, 꽃도 피지 않았는데 축제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유성구는 이팝나무 가지에 크리스마스트리용 전구가 설치했다. 유성구는 '눈꽃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설치했다고 하지만, 축제가 빨라 피지 않는 이팝꽃을 피우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시티저널

관련사진보기


'소녀시대가 뜨면 40대 아저씨들도 버스를 대절해 보러 온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만큼 소녀시대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 소녀시대를 보러 유성은 물론 대전지역 전역에서 눈꽃축제장으로 몰려올 것이고, 그 자리에서 축제를 마련한 주인장으로서 단체장이 나서 인사를 통한 선거운동을 하고 싶은 욕심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인기에 편승해 보려는 얄팍한 수도 가미된 듯 보인다.

김연아는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경쟁자들의 싸움에서 정정당당히 겨뤄 세계정상에 섰다. 소녀시대도 힘든 연습생 시절을 참고 견뎌내면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정말 당선이 목적이라면,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진실한 마음으로 더욱 땀 흘리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옳다. 김연아와 소녀시대에게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배우라는 얘기다.

옛 사람들은 '이팝나무'의 꽃 피는 모습으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알 수 있다며 치성을 드리는 신목으로 받들었다고 한다. 때 이른 선거용 꽃 축제를 위해 이팝나무에 하얀 전등을 휘감아 놓은 철없는(?) 행정으로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