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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간 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천안함 함미를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민간 인양업체 '88수중개발'은 12일 간의 사투를 마치고 16일 오후 팀을 나눠 현장을 철수했다. 정성철 대표를 비롯한 10여 명은 이날 여객선을 이용해 인천에 도착했고, 현장에 남은 이들은 마무리 작업을 한 후 작업선을 이용, 철수할 예정이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에서 지난 12일 간 그들이 겪었던 고충이 느껴졌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 출신으로 1978년 구난구조 업체 '88수중개발'을 설립한 정성철 대표도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기자들의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선 큰일을 마무리했다는 시원함이 있었다.

 

이날 오전 전화통화를 나눈 88수중개발 관계자도 정 대표와 같았다. 그는 "함미 인양이 잘 돼서 다행이다"며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는 등 피곤을 감추지 못했던 지난 15일의 목소리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실종자 유해를 유가족들에게 많이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그분들을 빨리 찾아야겠단 생각에 작업이 힘들어도 참고 일했다."

 

이 관계자는 "작업현장이 조류가 빠르고 물이 탁해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의) 고생이 심했다"며 "특히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수상에서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지난 12일 간의 인양작업을 설명했다.

 

"식사도, 화장실도 줄서서 해결해야 했지만...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88수중개발은 지난 3일 20여 명의 작업자와 150t급 소형 크레인선 1대를 이끌고 백령도에 도착했다. 하루 뒤 본격적으로 인양작업에 착수했지만 함미 침몰 해역의 조류가 거세고 기상이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 관계자는 "함미에 가까이 갈수록 유속이 점점 빨라져 잠수사들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며 "수온이 상온이긴 했지만 잠수사들이 느낀 체감 온도는 영하라 작업에 속도가 붙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상상황은 작업을 더욱 더디게 했다. 88수중개발은 초속 12~18m의 강풍과 높은 파고로 인해 지난 6일, 8일, 12일 세 차례에 걸쳐 대청도로 피항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수상에서의 캠프 생활이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수상 작업을 할 때 5~6명 정도가 생활할 수 있는 컨테이너가 바지선 위에 있는데 이번 작업 땐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에서 먹고 자야 했다"며 "사람 수가 많고 하다 보니 하나 있는 화장실을 쓰는데도 편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을 조리할 싱크대는 2~3명이 쓸 수 있는 공간뿐이라 밥도 줄을 서서 먹어야 했다"며 "컨테이너가 있는 바지선이 물때에 따라 출렁이다 보니 잠자는 것도 편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함미가 바지선 위로 탑재된 뒤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거치대 일부가 파손되면서 보강작업을 하는 데 힘을 보탰고 보강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인근 해역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파편 등 잔해를 수거하는 데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함미와 연결된) 장비만 풀면 다른 현장으로 철수할지 알았는데 파편 등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사리 때라 잠수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잠시 물러났다가 (조수 간만의 차가 작은) 조금 때와 맞춰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침몰 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지목된 절단면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자칫 섣불리 말했다가 잘못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다만, 그는 "쉽게 말해서 절단면 모습이 끔찍하다"며 "기존에 인양하던 선박의 (파손)모양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 "합동조사단이 이제 조사를 시작할테니 정확한 원인을 곧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태그:#천안함, #인양업체,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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