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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과 북한 공격설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여당 의원이 각각 '다른 말'을 쏟아내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의 말을 임의로 첨삭해 북한과 관련된 온갖 추측과 가설을 쏟아내는 중이다.

김학송 의원 "상어급 잠수정일수도... 넘어왔다는 증거는 없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 위원장실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 위원장실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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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의 기자간담회가 대표적인 예다. 김 의원은 5일 기자들을 불러 모은 뒤 "(사고 당시) 북한 반잠수정 동향은 없었지만, 300톤급 소형 잠수함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합참 관련자들로부터 따로 보고를 받았다는 김 의원은 "소형 잠수함에 의한 (어뢰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군의 얘기"라며 북한 공격설에 힘을 실어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상어급 잠수정일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한테 넘어왔다는 정황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형 잠수정이 남쪽으로 왔다가 작전을 하고 돌아갈 가능성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300톤 급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또 "통신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 잠수정 2대가 23일 6회, 24일 3회, 26일 1회 등 들락날락했고, 2대 중 1대는 비파곶 앞에서 통신했지만, 나머지 한 대는 행방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피로 파괴' 가능성에 대해 그는 "초계함 윗부분은 생철판으로 돼 있어 찢어질 수 없다"고 부인하면서 "그 정도 (초계함 반파) 파워를 가진 것은 어뢰 아니면 기뢰"라고 말했다. 북한 상어급 잠수정이 200~500kg의 TNT를 담은 중어뢰를 장착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어뢰 발견' 정황에 대해서 그는 "전탐병이 소나를 탐지했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상어급 잠수정 2척 중 1척 행방이 묘연하지만 남쪽으로 내려온 증거는 없다', '어뢰 아니면 기뢰 공격이지만 소나 탐지는 이상 없었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오락가락한 답변이었고, '상어급 잠수정 공격'은 하나의 가설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간담회는 6일 "북, 상어급 잠수함이 움직였다"(<동아일보>)는 등 제목으로 각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남쪽으로 내려온 증거는 없다"는 설명은 눈에 잘 띄지 않았고, 북한의 잠수정 공격이 마치 천안함 침몰의 유력한 원인인 것처럼 보도됐다.

이같은 보도는 "사라진 잠수정과 천안함 침몰은 연관성이 약하다"는 청와대·국방부의 해명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김태영 국방장관 "북 잠수정 가능성 낮지만... 어뢰가 실질적"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주호영 특임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주호영 특임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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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북한 잠수정 2척이 사라진 시점(26일)과 천안함 침몰이 겹친다"는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의 질문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지만 백령도까지 상당히 멀고 잠수정이 느리게 움직인다"며 "확실히 경계하고 있지만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북한 잠수정의 잠항 능력이 낮아 꽤 먼 거리를 오랜 시간 노출 없이 기동할 수 없다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김 장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줄곧 "북한 잠수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하고 있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북한 잠수정도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3일 대부분 언론은 '김 국방, 어뢰 공격이 좀 더 실질적'(<조선일보>)이라는 제목으로 앞뒤를 끊어 보도했다.

언론이 이처럼 보도하게 된데는 김 장관의 모호한 답변 탓이 컸다. 그는 북한 잠수정 침투 가능성을 낮게 본다면서도 "(어뢰와 기뢰 둘 중에서는) 어뢰가 더 실질적"이라거나 "풍랑이 세서 (어뢰를) 놓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등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김 장관으로부터 이런 답변을 끌어낸 사람은 바로 여당 의원이었다. 김 장관은 북한 잠수정 관련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여당 의원은 끝까지 어뢰 공격 가능성을 물고 늘어졌다. 여당 의원의 매서운 질책 앞에 '설설' 기며 답변한 장관은 급기야 현안질의 도중 'VIP'(이명박 대통령)로부터 '답변에 문제가 있다'는 메모까지 받아야 했다. 여당의원과 국방부장관의 '오버'에 대통령이 제동을 건 셈이다.

여당 의원에 '설설' 긴 국방장관, 애매한 대답 '혼란' 부채질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을 통해 "천안함 침몰사고의 중립적 진상조사를 위해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을 통해 "천안함 침몰사고의 중립적 진상조사를 위해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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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당과 내각의 성급한 '북한 어뢰 공격설'이 언론을 통해 각색돼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더 혼란을 느끼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6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학송 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김학송 위원장이 국방부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언론에 브리핑하는 등 마치 국방부 대변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태는 진상규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며 "단독 보고가 아니라 국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를 받고, 전체회의 논의를 통해 그 내용을 국민들께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김학송 위원장과 <조선일보>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특정 흐름으로 몰고가려고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청와대도 미국도 북한개입설을 부인하는 마당에 북한개입설을 퍼트리는 저의가 뭐냐,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를 섣부른 예단으로 악화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천안함, #북한, #김학송, #김태영, #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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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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