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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군의 위기 대응 능력이 형편없다. 보수가 진보보다 안보에 더 신경 쓴다는 말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줬다."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 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

"잘못한 것을 숨기기 위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숨기는 게 너무 많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정부와 군의 위기 대응 능력이 졸속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26일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후, 구조함 도착은 늦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였다. 실종자의 생존한계시간은 넘어선 지 오래고, 구조대원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네 차례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는 외려 정부와 군의 위기 대응 매뉴얼 부재만 확인시켰다. 군이 초동 대처를 잘했다고 발언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장관에 대한 비판이 크다.

 

"위기대응 매뉴얼 부재... 안보관계장관회의는 선거대책회의에 불과"

 

 

지난해 9월 북한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에서 민간인 6명이 숨지자 군의 위기 대응 매뉴얼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천안함 침몰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와 군의 위기 대응은 더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참여정부에서 국방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참여정부에서 마련된 위기 대응 매뉴얼이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적인 이유로 사문화됐다"며 "그에 따른 문제가 이번에 터졌다, 군 면제자들의 안보관계장관회의는 선거·민심대책회의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김 편집장은 "국방예산 갈등이나 이번 천안함 침몰을 통해서 보수정권이 진보보다 안보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정부 들어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대화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관계 호전에 따라 안보에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국방비를 많이 늘린 모습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연루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내에서조차 북한 연루설을 둘러싼 의견이 서로 달랐고, "확인된 정확한 사실만 발표하겠다"던 정부는 일부 언론의 북한 연루 보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김 편집장은 "해군이 아닌 국방부 차원에서 사고대책본부를 만들어 대응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국방부는 북한과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해군은 북한과 연루 안 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며 "관련 기관들이 똑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얘기를 한 것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은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겠다는 정부와 교신일지 공개를 미루고 있는 군의 엇박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교신일지가 공개되면 의혹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며 "사실을 숨기고 있거나 사고 원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쓸모 없는 해군 비상이함 매뉴얼... "총체적 부실"

 

 

해군에 대한 비판 역시 크다.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태세가 전혀 확립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1일 공개된 비상이함(배에서 탈출) 매뉴얼은 정작 비상 이함 상황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날 <한국일보>가 공개한 '해군 비상이함 절차'에 따르면, 비상이함은 오직 함장의 명령에 따라 이뤄진다. '총원이 비상이함 위치에 배치되면 함교에 인원 보고한 후 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있게 이함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준비시간이 없을 때는 약식절차에 따라 실시한다', '적의 기습이나 기타 이유로 함이 급격히 침몰하는 경우 안전 및 수색반은 즉시 타승조원과 같이 이함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으로 정작 비상이함 상황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천안함과 같은 1200톤급 초계함인 공주함의 함장을 지냈던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은 "'비상이함 절차'는 미국 등 외국에서 들여온 매뉴얼"이라면서 "천안함 침몰과 같은 급박한 비상상황에서 적용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군의 구조작업이 상식 이하였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구조작업은 해경과 어선에 의해 이뤄졌고, 기뢰탐지기능을 갖춘 소해함이 침몰 사흘 뒤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해 배꼬리(함미)를 찾았다. 이후, 해군은 감압 체임버(잠수병 치료기) 등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해군해상구조대(SSU) 대원들을 수심 40미터의 심해로 내려 보냈고, 이 과정에서 한주호 준위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김태준 소장은 "일단 사고가 나면 먼저 배를 사고현장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해군의 초동대응은 전적으로 잘못됐다"며 "지금껏 군은 '얼굴 마담'이 될 만한 이지스함 등에만 신경 쓰고, 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함정들을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그:#천안함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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