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스키를 타고 있는 서보라미 선수 이번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의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도전하는 서보라미 선수는 지난 2004년 계단에서 넘어져 척수장애 지체1급 판정을 받았었다.

▲ 좌식스키를 타고 있는 서보라미 선수 이번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의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도전하는 서보라미 선수는 지난 2004년 계단에서 넘어져 척수장애 지체1급 판정을 받았었다. ⓒ 서보라미 선수의 미니홈피


"세게 넘어져서 바로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어. 그럴 때면 나는 살짝 변명하고 싶어. 안 넘어졌다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잠시 쉬면서 세상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난 지금 넘어져서 못 일어나는 게 아니야. 단지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야."  - 서보라미 선수의 미니홈피 사진첩 중

2004년 4월 무용수를 꿈꾸던 한 소녀가 계단에서 넘어졌다. 척수장애 지체 1급 판정. 더 이상 하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소식이었지만 소녀는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소녀는 스키를 만났다. 오직 팔의 힘으로만 몸을 이끌어야 하는 좌식 스키. 그는 '설원 위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에 금세 빠져들었고 특유의 악바리 정신으로 끝내 국가대표 자리를 얻어냈다.

2010년 3월 6일. 서보라미(크로스컨트리 출전) 선수는 꿈꾸던 패럴림픽 대회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섰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들 같은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한두 명의 취재진이 말을 걸어올 뿐 조촐한 출국행사였다. 하지만 서보라미 선수의 얼굴은 금메달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Keep Going, 씩씩한 라미"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sbrm0424)에 남긴 서보라미 선수의 메시지다. 4년을 기다린 그의 씩씩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이 치러졌던 지난 2월의 대한민국은 매일같이 들려오는 메달 소식과 새로운 스포츠 스타들의 탄생 소식으로 뜨거웠다.

지난 한 달 동안 언론들은 김연아와 함께 울고 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한 달간 한 포털사이트의 뉴스검색을 통해 검색된 김연아 관련기사는 1만여 건.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1박 2일의 귀국일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 기자들의 펜 끝과 카메라는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냈다.

김연아의 출국과 함께 시들해진 올림픽 관련 보도로 사람들의 이목도 자연히 올림픽에서 멀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3일(한국시각 기준)부터 개막하는 2010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는 25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해 다시 한 번 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할 예정이다.

장애인 올림픽은 알아도 패럴림픽은 모른다?

2010 밴쿠버 패럴림픽 대회 2010 밴쿠버 패럴림픽 대회 로고

▲ 2010 밴쿠버 패럴림픽 대회 2010 밴쿠버 패럴림픽 대회 로고 ⓒ 2010 밴쿠버 패럴림픽 홈페이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에 쏟아졌던 언론들의 관심에 비하면 패럴림픽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초라하다.

동계올림픽 중계를 독점한 SBS는 패럴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만 생중계하고 나머지 경기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중심으로 편집한 녹화방송을 내보낼 방침이다.

그조차도 시청률이 낮은 오후 2시에서 오후 4까지의 시간대에 편성된 것이어서 사실상 시청자들이 제대로 된 중계방송을 즐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SBS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생중계를 주요 시간대에 편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10일 기사를 통해 SBS 관계자가 "(SBS는) 장애인올림픽 방송을 하기 위해 올림픽 조직위에 기부금을 내고, 드라마 재방송 등 수익성이 있는 기존의 방송편성도 포기하는 등 수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며 "하이라이트 장면 방송도 역대 장애인동계올림픽 방송 중 최대 분량"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서인환 한국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러한 SBS 측의 중계편성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다. 서 사무총장은 "수익성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공익방송을 지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SBS의 편성은 아쉬움을 남긴다"며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낮은 것도 언론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보도도 단신에 그쳤다. 메달권 선수에 대한 조명이 간혹 이뤄질 뿐 각종 분석기사와 해석기사가 쏟아지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자연히 국민들의 관심도 낮다. 국민장애인체육회가 개설한 2010 밴쿠버 장애인올림픽 블로그(http://blog.naver.com/kosadblog)에는 하루 방문자가 1000명에 이르지 못한다. 각종 응원게시판에 남긴 글들도 장애인 체육 관계자이거나 선수, 스태프의 지인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 메달 노린다

밴쿠버에 입성한 동계패럴림픽 선수단 밴쿠버에 입성한 동계패럴림픽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밴쿠버에 입성한 동계패럴림픽 선수단 밴쿠버에 입성한 동계패럴림픽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블로그



2018년 동계 올림픽의 최종 선정지 발표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창 유치를 위한 삼수에 도전하는 한국에게 이번 패럴림픽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1988년 인스부르크 동계패럴림픽 이후부터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에서 패럴림픽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 패럴림픽의 대한민국 대표팀은 선수와 스태프 등을 모두 합친 인원이 총 49명으로 사상 최대의 규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휠체어컬링과 아이스슬레지하키 종목에 최초로 선수를 출전시킴으로써 동계 패럴림픽 5종목에 모두 선수를 출전시키게 되었다.

1992년 티니-알베르빌 동계패럴림픽에 최초 출전한 이래 한국 대표팀이 거둔 수확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패럴림픽에서 한상민(하이원, 알파인 좌식 스키)이 거둔 은메달이 유일하다.

이번 대표팀의 목표는 동메달 1개를 얻어 전체 21위에 오르는 것.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전체 5위를 기록한 비장애인 대표팀에 비하면 소박한 목표이지만, 변수가 많은 컬링과 바이애슬론 경기에서도 메달을 노려보겠다는 대표팀의 각오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의 은메달리스트인 알파인 스키의 한상민은 다시 한 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상민은 지난 15일에 열린 2010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알파인 스키 좌식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었다.

바이애슬론 시각장애 부문에 도전하는 임학수도 메달 기대주이다. 크로스컨트리에서 전향한 임학수는 6개월 만에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곽을 나타내며 이번 패럴림픽에서의 활약을 예고하였다.

"불꽃은 불길이 되어" 태극 전사여, 날아라

이번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의 슬로건은 '불꽃은 불길이 되어'이다. '인간의 평등을 확인하고 인간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이는 세계인의 대축제'라는 패럴림픽의 기본 이념이 선수들의 활약 속에 '불꽃'이 되고 이러한 열정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 '불꽃'이 되리라는 의미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의 해법도 여기에 있다.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싹 틔우고 패럴림픽까지 이어진 '불꽃'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불길'로 번져나가게 될 것이다.

세계 45개국에서 5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이번 2010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 대회는 오는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기준)에 개막식을 열고 열흘간 진행된다.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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