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캐나다)=뉴시스】허상욱 기자 = 피겨여왕 김연아가 24일 오전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열연하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24일 오전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열연하고 있다. ⓒ 뉴시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24일)이 열린 퍼시픽 콜리세움.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인 은반 위 '콜로세움'에서 최고로 빛난 별은 역시 김연아였다. 78.50점. 자신의 종전 세계 신기록(76.28)을 다시금 경신하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시상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첫 점프부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클래스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를 깔끔하게 성공하며 기세를 올린 김연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트리플 플립 점프(기본점 5.5)점마저 말끔히 극복하며 동계 올림픽 역사에 감동이란 이름으로 아로새겨질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피겨 팬들을 기립하게 만든 '피겨 챔피언' 김연아의 연기에 심사위원들도 올림픽에서 유례없이 높은 점수로 화답했다. 김연아에게 78.50점이란 세계 최고 신기록 점수를 선사하며 그녀의 오랜 꿈인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여줬다. 월등한 기량과 예술성을 앞세운 김연아는 이변이 없는 한 프리스케이팅(26일)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감동 선사 

쇼트 프로그램 2위 아사다 마오는(19.일본)는 김연아에 앞서 경기를 펼쳤다. 첫 점프로 장기인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린 마오는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며 73.78점의 자신의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아사다 마오는 연기 직후 코치인 타라소바와 얼싸안으며 멋진 연기를 펼친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지만 이후,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 경신으로 쇼트 프로그램 1위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편,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은 김연아,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출전한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시하는 명연기를 선보이며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특히, 메달 후보였으나 경기 이틀전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던 조애니 로셰트(24.캐나다)는 3위를 기록하며 또 다른 감동을 줬다. 갑작스런 비보에 실의에 빠질만도 했지만, '71.36'점이란 본인 최고 기록으로 슬픔을 딛는 감동 연기를 펼쳤다. 연기 직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많은 피겨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한편 피겨 퀸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한국 피겨의 프린세스 곽민정(17)은 영화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OST'에 맞춰 후회 없는 열연을 펼쳤다. 53.16점을 기록하며 16위를 기록해 26일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확정지었다.

세계 최고 피겨 선수들의 꿈, 슬픔, 열정, 노력이 담긴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은 26일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다시 한번 감동의 드라마를 펼칠 예정이다.

2분 48초에 담은 올림픽 금메달의 꿈

24일 9시부터 시작된 2010 밴쿠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김연아는 5명씩 조를 나눈 6개조 30명의 선수들 중 5조에서 3번째로 출전해 연기를 시작했다.

명작 '키스'(클림프 작)의 아우라가 묻어나는 검은색 의상을 입고 은반 위에 선 김연아, 그녀가 등장하자 관중석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김연아는 특유의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쇼트 프로그램 시작을 준비했다. 잠시 점프 연습이 지나고 이윽고 은반 위에서는 김연아를 피겨 챔피언으로 만들어 준 쇼트 프로그램음악 '007 시리즈 주제곡'이 흘러 나왔다. 김연아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침착하게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 피겨를 시작한 12년 전부터 가슴 속에 간직한 올림픽 금메달이란 꿈, 김연아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김연아는 2분 48초의 짧은 시간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김연아는 첫 점프부터 기본점 10점이 배정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배정했다. 이 점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자랑하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점)보다 월등히 점수가 높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김연아 만의 클래스'였다.

그렇기에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김연아는 깔끔하게 첫 점프를 성공시켰다. 관중석에서는 일순간 환호성이 일었지만 김연아는 침착하게 곧바로 두 번째 트리플 플립 점프를 준비해나갔다. 첫 점프가 꼭 성공해야 하는 과제였다면,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은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김연아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2009시즌 김연아는 유독 트리플 플립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에 피겨 챔피언인 그녀에게 있어 '1%의 미완성'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그 작은 흠결마저 완벽하게 극복해냈다. 마치 점프의 정석처럼 완벽한 트리플 플립 점프로 장내를 열광시켰다.

이후, 김연아는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올림픽사에 영원히 기억될 명품 연기를 그려나갔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회전하는 레이백 스핀으로 은반 위을 수놓았고, 얼음을 유영하는 스파이럴 시퀀스(한쪽 다리를 들고 활주)와 멋진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 점프에 이은 플라잉 싯 스핀(앉아서 회전)순으로 연기를 진행해 갔다.  

은반 위를 아름답게 가로지른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 이후,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회전축이 되는 발을 바꿈)으로 환상적인 연기를 끝낸 김연아, 혼신의 힘을 다한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웠는지 연기의 끝에서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관중들은 피겨 챔피언의 올림픽 열연에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쇼트 프로그램 세계 최고 기록, 꿈의 무대에서 우뚝 서다 

 【밴쿠버(캐나다)=뉴시스】허상욱 기자 = 피겨여왕 김연아가 24일 오전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점수를 확인한 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포옹을 하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24일 오전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점수를 확인한 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포옹을 하고 있다. ⓒ 뉴시스


78.50점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기쁨을 나눈 김연아는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올림픽에서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성적에 관계없이 감동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김연아 인터뷰 중)

올림픽에서 그녀의 상대는 4.72점이나 뒤쳐진 2위도, 또 다른 선수도 아니었다. 자기 자신이었다. 브라이언 오서, 미셸콴 등 그동안 피겨 챔피언에게는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던 올림픽이란 관문, 하지만 '챔피언' 김연아는 세계 최고 기록을 기록한 자기 자신을 극복하며 피겨 역사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12년 전부터 한결같이 바라온 올림픽 금메달, 김연아의 꿈은 이제 26일 오전 10시 프리 스케이팅만을 남겨둔 채, 행복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연아 올림픽 세계 최고 신기록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