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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척척 합리화하기를 잘합니까?"

법학자 김두식, 그가 한국 교회를 건드렸다!

신간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가 바로 그것. 그간 <평화의 얼굴>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고,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을 통해 법조계를 뒤흔들었던 그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책을 통해 한국 교회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날리리라 기대되기 마련.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표지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표지
ⓒ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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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결코 매섭게 교회를 '까는' 책이 아니었다. 부당함들에 눈을 치켜뜬 법학자 김두식은 잠시 잊어도 좋겠다.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제가 그동안 교회 때문에 느낀 슬픔, 절망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어느 한 독실한 신자의 진솔한 신앙고백이다.

그의 눈엔 날카로운 독기가 아닌 슬픈 눈물이 담겨 있는 듯하다. 고로 이 책은 '교회 까기'가 아닌 '교회 껴안기'이다. 어떻게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예수의 뜻에 더 다가갈지에 대한 한 신자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다.

그는 "이 책은 제가 쓰고 싶어서 쓴 책이 아닙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책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피할 수 없었다. 그만큼 오늘날 한국 교회가 곯을 만큼 곯았다는 것이리라. 그 곯음을 적당히 외면하기엔 그의 슬픔, 절망이 너무 컸다는 반증이리라.

'교회 속의 세상', 세속화... '교회의 교회됨'을 포기한 한국교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 걸까. 그가 지적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교회 속의 세상"이란 말로 함축한다. "세상 속에 있기는 하지만 세상과 구별되어야 하는" 교회가 "어느새 철저히 세속화하여 '교회 속에'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들어오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믿음, 소망, 사랑의 원칙"을 지켜야 할 교회가 "세상을 지배하는 돈, 섹스, 권력의 원칙"에 지배당하는 세속화로 인해 "세상인지 교회인지가 불분명"해져 버렸다.

그는 이어서 "교회 속의 세상=세속화"의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 첫째는 기독교인들의 외형 집착. 그가 보기에 기독교인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불행히도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 정의, 평화, 자유, 진리 같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일 성수, 십일조 등 외형적인 것"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또한 "개인적인 성공이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성공 찬양도 문제다. 오늘날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입학시험, 취직, 승진, 사업 번창 등에 대해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그러면서 "제가 이번에 꼭 성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이때 "하나님의 영광을 결정하는 기준은 세상에서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과 정확히 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이를 "신성모독적 가치관"이라며 단호히 거부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계속 낮아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요즘 교회에서 가르치듯이 '더 높이 올라가야 더 많이 베풀 수 있다'는 복음을 전한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다. 그렇게 살지도 않으셨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포장을 했지만 "어느 길이 나에게 세상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인지 고민했을 뿐"이고 "내 마음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님이 아니라 내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소망교회 등 수많은 대형교회에 성공한 사람들만이 모여 끈끈한 연줄을 만들고 있는 현상도 여기서 파생한 것이 아닐까. 저자는 교회의 성공 찬양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교회에 발붙일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한다.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의 저자, 김두식 교수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의 저자, 김두식 교수
ⓒ 김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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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잃거나, 암에 걸린 이들은 교회 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하며 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저자는 약자들을 껴안지 못하는 교회는 책임을 방기한, "교회의 교회됨"을 포기한 교회라고 단언한다.

"현대 교회는 예수님을 따르는 실험을 포기함으로 외형적인 평안을 얻었습니다. 자기 재산을 나누는 일도 없고 남을 신뢰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배신당할 일도 없고, 누구와 다툴 일도 없고, 용서할 일도 없습니다. 겉으로 보면 지극히 평안해 보이지만, 이건 샬롬이 아닙니다. 그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교를 나누는 친목단체일 뿐입니다. 영화관 관객 수준의 상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회라고 뽐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교회가 "교회의 교회됨"을 잃어버린 결과 유사 기독교 단체들이 급증하게 된다. 기독교 기업, 기독교 로펌, 기독교 대학, 기독교 정당, 기독교 시민단체 등 "교회도 세상도 아닌, 중간적 의미의 조직"들. 저자는 이들을 "기독교+거시기"라고 명명한다. 지난 세월 동안 "기독교+거시기"가 힘을 얻은 이유는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기 때문"이라지만 저자는 "기독교+거시기를 접고 교회로 돌아가자"고 호소한다.

"교회다운 교회는 그 존재만으로 정치적이며, 충분히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실제로 초대 교회는 그런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언제나 로마의 거짓 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우선적으로 교회 안에서 실현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교회됨을 위하여" 먼저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부터 철저히 돌아보자는 것이다. "교회가 다 무너지고 나서 세상을 바로 세우는 일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기에.

책에는 위와 같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상 분석 외에도 로마시대, 중세, 16세기로 거슬러 오르는 역사 공부를 통해 기독교를 설명하는 내용도 실려 있다. 저자는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무지"라고 지적하며, 역사를 통해 "기독교 전통이 탐욕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모습으로 변하게 된 뿌리"를 파악하고자 한다.

용기 있는 실천으로 교회 개혁에 함께 나서야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개혁은 어떻게 가능할까. 아니,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저자는 그 실천방안으로 앞서서 "말씀을 나누는 공동체", "돌봄의 공동체"를 회복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늘 본질을 강조하신 예수님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그 본질에 따라 사는 삶이란 이웃을 돌봄, 즉 사랑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제시한 대안은, 부족하다. 이상이 앞선 성긴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저자가 교회 개혁의 '정답'을 내놓기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도 조용히 고백하고 있다. "신학을 공부한 적도 없는 평신도 한 사람이 머리를 쥐어 짜내며" 이 책을 썼고, "이 작업 자체가 능력을 벗어나는 어려운 실험"이었다고.

그는 '정답'을 내놓은 게 아니다. 이 책은 '함께 답을 만들어 가자는 제안'이다. 교회의 현실에 절망한 신자들이 "오늘 당장 교회에서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주길 바라는 소망이다. 이 책과 함께 "여러분의 창조적인 상상과 용기 있는 실험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물론 우리는 인간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을 지키고 따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실천하기 힘들다고 해서 예수의 가르침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기독교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교회의 교회됨을 위한 실험도 우선은 누군가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

기독교인들의 용기 있는 실천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blog.aladdin.co.kr/blurryti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홍성사(2010)


태그:#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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