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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차리는 차례상. 어느 절이나 명절에 찾아가면 차례상이 차려져 있다. 위패를 쓰고 저상님들께 예를 올릴 수가 있다.
▲ 차례상 절에서 차리는 차례상. 어느 절이나 명절에 찾아가면 차례상이 차려져 있다. 위패를 쓰고 저상님들께 예를 올릴 수가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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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늘 마음이 아프고 쓸쓸하다. 남들은 모두 고향으로 달려가, 그리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막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짜증이 난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그렇게 한번이라도 막히는 길을 달려가고 싶다.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핀잔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명절 때마다 문화재 답사 길을 나서야 하는 나로서는 그런 막히는 길을 달려,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무엇이기에

사람이 살다가 보면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저 가정 잘 꾸리고 행복하게 살던 사람이 언제인가 혼자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과오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가정이 편안하려면 집안의 여자 말을 잘 들으면 된다고 헸는데, 고집스럽게 자신의 일만을 해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탓하지는 않는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가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기에.

문제는 서로 다른 사고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 함께 꾸린 가정이란 점이다. 한 사람은 집안이 철저한 개신교 집안이라,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것조차 거부를 했다. 또 한 사람은 우리의 굿서부터 그네들이 '마귀'라고 하는 곳에서 살다시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연 명절 때가되면 서로의 의견을 내세워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앙금이 깊어져, 서로의 길을 택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난 그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한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차려진 음식과 위패. 절에서 차리는도 우리네와 달르바가 없다.
▲ 차례상 차려진 음식과 위패. 절에서 차리는도 우리네와 달르바가 없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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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렇게 세월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집을 떠난 지 17년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 난 명절이 되면 가까운 절을 찾는다. 물론 절에 가면 조상님에게 차례를 지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차린 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 조상님께 대한 예를 올리고, 또 길을 떠난다. 요즈음에는 절을 찾아가 조상님께 잔을 올리고 길을 떠나면서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누구들처럼 장사꾼들이 만들어 배달해주는 제수음식은 사용하지 않았노라고.

내일이 명절이다. 아침부터 TV에서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고 방송을 한다. 막힌 길을 보여주며 서울에서 부산은 몇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졸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다녀오란다. 그런 말을 한번쯤 나 스스로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남들은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명절에 혼자 절을 찾는다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은 일이기에.

그래도 내가 택한 길이기에

절을 찾아가 조상님께 잔을 올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간다고 한다.
▲ 제사 절을 찾아가 조상님께 잔을 올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간다고 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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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명절 때만 되면 괜히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혼자 있다는 것이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일이기에. 그리고 일일이 그런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일도 아니기에. 그래서 난 명절날이 되면 절을 찾은 후, 가방을 둘러매고 길을 나선다. 내가 찾아가는 곳이야 뻔하다. 우리 문화재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명절에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괜한 잡다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생전 그럴 것 같지가 않았는데 말이다. 조금은 우울하기도 하고, 조금은 스스로가 무슨 꼴인가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아직도 후회를 한 적은 없다.

올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내일은 또 가까운 절을 찾아갈 것이다. 가서 조상님들께 차 한  을 따라 올리고, 길을 나서야겠다. 이번에는 그동안 늘 가보고 싶었던 몇 곳을 돌아보려고 한다. 오히려 이런 날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명절 때가 되면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함께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나에게는 과분한 행복이란 생각이다. 눈까지 내린 명절 그림이 기다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즈음은 복이 터졌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런 길을 이해하고 함께 가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태그:#명절, #설, #차례, #길,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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