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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벌교읍 홍교앞 마을인 봉림마을은 6~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홍교앞 마을인 봉림마을은 6~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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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벌교읍은 홍교, 꼬막, 소설 <태백산맥>으로 알려진 곳이다. 고향이 벌교인 사람들은 그것에 좀 더 보태 나철 그리고 음악가 채동선을 꼽는다. 하지만 벌교를 방문한 외지인들은 그보다는 홍교를 중심으로 양쪽에 자리한 봉림마을과 세망동 동네모습, 건물들에 더 눈길을 보낸다.

왜 현지인들과 방문한 이들은 시각차를 보일까?

서울 도봉구에서 2박 3일 휴가를 내 벌교를 찾았다는 황지현씨, 봉림마을의 아름다움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 2박 3일 휴가를 내 벌교를 찾았다는 황지현씨, 봉림마을의 아름다움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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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8일, 봉림마을 어귀에서 서울 도봉구에서 온 황지현씨를 만났다. 2박 3일 동안 휴가를 내서 벌교를 돌아보고 있다는 그가 카메라에 담는 것은 현지인들이 말하는 홍교나 채동선의 그것이 아닌 봉림마을의 골목과 동네모습 그리고 건물과 사람들이었다.

느낌을 묻는 필자에게 황씨는 "소설 태백산맥을 수도 없이 많이 읽어 벌교는 머릿속에 꿰차고 있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한 뒤 "그 현장을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60~70년대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동네 모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성군 벌교읍 봉림마을에 있는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김범우의 집
 보성군 벌교읍 봉림마을에 있는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김범우의 집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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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김범우 가옥이 너무 관리가 안 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김범우 가옥을 살리면 봉림마을이 살고 봉림마을을 살리면 김범우가옥이 살 텐데...'라고 되뇌었는데 어찌 보면 관광객들이 이구동성 하는 얘기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김범우 가옥이 있는 봉림마을은 나지막한 산줄기를 타고 달동네처럼 층층이 집들이 내려앉아있다. 골목길도 제각각이며 집 또한 가지각색이다. 김범우 가옥처럼 대궐집이 있는가 하면 창고나 고방 같은 집도 부지기수다.

뒷산에서 나무를 해 오는 한 주민이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다
 뒷산에서 나무를 해 오는 한 주민이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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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보면 오로지 호미나 괭이를 들고 땀으로 개간했을 다락논 형태의 손바닥만 한 밭들이 수십 군데며 그 모양도 경지 정리해 놓은 것처럼 네모 반듯한 것이 아닌 곡선미와 자연미가 살아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뒷산에서 나무를 져 나르는 마을 주민 한 사람은 카메라를 든 필자를 읍사무소 직원으로 착각했는지 "저 집 뜯으면 안 돼, 나는 어떻게 살라고..." 하면서 역성을 내며 따져 물었다. 아마 헐리기 일보직전의 집에서 사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빈집들이 많고 쓰러져가는 집들도 눈에 띄었다.

산 등성이에 달동네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벌교읍 봉림마을, 관광객들은 그 모습에 감탄하면서 철거를 아쉬워한다
 산 등성이에 달동네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벌교읍 봉림마을, 관광객들은 그 모습에 감탄하면서 철거를 아쉬워한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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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많은 것을 보면 현지인들 불편이 눈에 보여 쉽게 말할 부분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은 철거를 아쉬워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다행스럽게 봉림마을에 손댄 흔적은 없지만 이곳과 비슷한 맞은편 세망동 일대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달동네를 이미 헐어내 버렸다.

철거 이유로 위험지구, 상습침수구역, 소도읍 가꾸기 등 다양한 이유를 달고 있는데 좀 멀리 본다면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을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은 60~70년대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동네 모습"일 것이라는 관광객 황지현씨의 말처럼 관에서는 고민을 좀 더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벌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어야 할까?

봉림마을 주민은 빈집들이 많고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을 건낸다
 봉림마을 주민은 빈집들이 많고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을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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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낙안군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옛 낙안군 지역 중 대표적인 두 곳인 순천시 낙안면과 보성군 벌교읍이 무엇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가를 항상 고민해왔었다. 그리고 낙안에 조선시대 모습의 성곽이 있고 벌교가 일제시대와 60~70년대 모습으로 멈춘 시대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관찰해 보면,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 초가집에 관광객들의 시선과 카메라는 멈춘다. 그들이 보성군 벌교읍을 방문해서는 소설 태백산맥 무대의 현장에서 역시 시선과 카메라는 집중된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관찰이다.

봉림마을의 모습은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연미가 넘쳐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봉림마을의 모습은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연미가 넘쳐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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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씨가 벌교읍 봉림마을에서 김범우 가옥을 가리키며 "김범우 가옥을 살리면 봉림마을이 살고 봉림마을을 살리면 김범우가옥이 살 텐데..."라고 했던 말처럼 낙안읍성내의 초가집이 주연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며 소설 태백산맥 현장의 한 가옥 또한 관광객들에게 전부가 아님을 깊이 관찰한 사람들은 알게 된다.

낙안읍성 근처에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 그리고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현장의 건물 주변에 그에 걸맞게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동네 풍경들. 만약, 낙안읍성 주변이나 소설 태백산맥 현장 건물 주변에 10층 이상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면 그래도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이 지역을 많이 찾게 될까?

낙안과 벌교는 어느 한 곳이 관광지가 아닌 전체가 어우러져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라는 결론이다
 낙안과 벌교는 어느 한 곳이 관광지가 아닌 전체가 어우러져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라는 결론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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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년여 낙안지역과 벌교지역을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이 지역은 좀 특수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다른 곳과 달리 '낙안읍성만이 아닌 낙안들 전체가,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만이 아닌 벌교읍 전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있기에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지 따로 떼놓고 생각한다면 한낱 부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가 아닌 주연과 조연이 잘 어우러진 옛 낙안군. 어느 한 구석이 관광지가 아니기에 지자체보다는 이 지역 큰 테두리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 성격의 기구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벌교, #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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