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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과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의 상권과 하권같은 것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좌, 낙안읍성. 우, 태백산맥문학관)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과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의 상권과 하권같은 것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좌, 낙안읍성. 우, 태백산맥문학관)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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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굴곡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가족이 그렇고 단체가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사는 되돌아보는 것이며 그 자료와 기억들은 현재가 되고 그 발자취는 고스란히 미래를 보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사실 방대하다.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사연 없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그곳들을 모두 돌아보고 조합을 해봐야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면 필자는 순천시 낙안면의 '낙안읍성'과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을 한 세트로 권하고 싶다.

그런데 행정구역상 순천시와 보성군에 있기에 먼 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작 6킬로미터의 거리로 한 동네나 마찬가지며 오가는 길은 평탄하고 수월하다. 분명한 것은 "길이 가까우니 기왕 가 볼 때 그곳도 가보라"는 식의 덤을 씌우는 것이 아니다. 이 두 곳은 역사 교과서에서 상권과 하권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상권 낙안읍성

우리의 역사에서 외세의 침략. 특히, 왜구가 남쪽 해안선을 따라 노략질을 시작하던 고려 말부터 본격적인 침략이 있었던 조선시대 말까지는 한민족이 불행의 긴 터널을 들어가는 시작점이었다.

그 불행을 막기 위해 쌓았던 성이 바로 낙안읍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교과서를 펼친다고 생각하면 방문해서 성곽의 구조가 어떤지 살펴보기 보다는 "왜 성을 쌓게 됐는가"와 "그 성을 쌓았던 인물이 누구이며 그의 정신은 어떤 것인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성을 쌓게 됐는가"는 외압으로 인해 변하게 될 상황에서 우리의 가정과 지역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대응방식이며 "그 성을 쌓았던 인물은 누구이며 그의 정신은 어떤 것인가"는 충효예에 의한 의로운 정신이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느냐, 협잡하느냐, 도망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맞서는 것이다. 경제서적이 아닌 이상 협잡하거나 도망가라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낙안읍성을 방문해서 살펴봐야 할 기록과 배워야 할 교훈은 도망가 살아남은 자, 협잡해 이득을 챙긴 자의 그것이 아니다. 맞서 싸운 자의 정신과 그 정신이 남긴 결과물로의 낙안읍성이다. 맞섰기 때문에 낙안읍성은 지금 평온하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낙안읍성을 역사교과서의 상권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시작은 '맞섬'에 있었기 때문이며 그 교과서를 통해 어지러운 현실에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하권 태백산맥문학관

맞선자인 김빈길 장군이 만들었던 낙안읍성의 역사교과서 상권은 분열로 얽히고설킨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역사교과서의 하권을 이뤄낸다. 우리의 역량이 부족해 맞섬이 넘어져 일본의 지배 속에서 지루하게 40여년 가까이 지내오면서 협잡해서 이득을 얻는 자, 도망가서 목숨을 부지한자들이 득세해가는 사회를 묘사한다.

맞섬의 정신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들이 득세하면서 우리는 혼돈과 분열이라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데 소설 태백산맥은 수많은 생각들과 행동들을 복잡하게 뒤엉키게 하면서도 뚜렷한 의문점인 '무엇이 옳은 사상인가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행간에서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역사교과서 하권인 태백산맥문학관에서는 지금 우리의 현실인 하나의 민족이 갈라서게 된 이유를 다양하고 세밀하게 묘사해 놨지만 한마디로 잘라 표현하면 '협잡이나 도망간 자들이 맞선 정신을 몰아냈기 때문에 생긴 일'이며 '맞선 의로운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은 의로움의 맞선정신이 되살아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신을 가질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우리가 애초에 가졌던 순수한 의로움을 복원해 되살리자는 것이 하권으로 엮여있기에 낙안읍성이라는 상권만으로는 그 교육의 성과가 나타나기 힘들고 하권이 따라 붙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인 낙안읍성과 태백산맥문학관은 지척에 붙어있기에 교과서를 펼쳤으면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코스를 밟아 끝맺음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행정구역이 다르다고 순천시에서 발행하는 지도에는 태백산맥문학관이 없고 보성군에서 발행하는 지도에는 낙안읍성이 없지만 이 지역에 오는 관람객들은 한 통속에 비벼놓은 비빔밥처럼 한술에 떠먹기를 당부 드린다.

물론 봉하마을이 태백산맥문학관 근처에 있었다면 외세의 침입에는 '의롭게 일어서서 맞선 정신'으로, 내부적으로는 '화합하고 상생하는 정신으로 뭉침'을 강조하기에 역사교과서의 부록으로 충분해 챙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천릿길에 있기에 부록은 따로 구입하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읍성, #태백산맥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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