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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헌법생활을 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자는 것이 모두 헌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밤 자기 전에 헌법을 꼭 읽어야 한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헌법생활'이다. 김 교수는 21일 저녁 7시 30분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9번째 강연에서 이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재판관들이나 다룰 것 같은 헌법이 내 평범한 일상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구멍가게를 하는 평범한 동네 사장님에게도 헌법은 중요하다.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무너지면 국회의원들이 재벌친화적 정책을 펴도 이를 비판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대형 슈퍼마켓체인을 우대하면 중소 상점들의 생존권이 무너진다. 그러나 상인들은 도심 집회 때문에 수익이 떨어진다고 자기편일 수도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소송을 건다. 나의 생존권을 떠받치고 있는 헌법의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헌법? 이제 복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헌법이 만능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 "모든 헌법 문제의 해결사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10월 논란이 됐던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옳은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야당은 이 심판에서 승소했다. 야당의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를 묻는 심판에서 헌재가 "권한 침해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법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고 이를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는 정치적 합의과정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따라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안을 재논의하지 않는 것은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논란이 되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 개정, 궁극적으로는 정치문화 개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생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에 '인간답게 살 권리'가 적혀있다고 해서 시민들의 빈곤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제 복지정책은 기초생활보장법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구현된다.

 

따라서 김종철 교수가 강조한 '헌법실천'은 헌법을 고치거나 헌법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잘 알고 생활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은 평범한 시민들이 잘 알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나? 이날 강연에서도 "법대생만 헌법을 배우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일반인들에게 헌법 알리기 운동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교수의 답변은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도덕' 혹은 '바른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정신의 진수인 공중도덕을 배웠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의 교과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를 배웠다. 문제는 이같은 교육들이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였기 때문에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헌법의 내용은 의무교육과정에서 이미 마스터했으니, 이제 복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결론은 '대한민국 헌법 다시 읽기'다.

 

그는 "어떤 조문에 우리의 어떤 생활이 담겨있는지 아는 순간, 헌법은 중요한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이 무기는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강연을 마치면서 김 교수는 "오늘 밤 대한민국 헌법을 읽으면 내일은 차원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속는 셈 치고 헌법 한 번 읽어보자.


태그:#다시민주주의를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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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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