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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초가지붕 잇기 중에서 용마름 올리는 작업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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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순천시 낙안읍성, 갑자기 비가 내렸다가 금세 그치고 햇볕이 나는가 하면 또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오다가 진눈개비가 흩날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더니 잠시 반짝 해가 나는 틈을 이용해 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용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더니 발톱을 세우고 발을 뻗어 사다리를 잡고 올라 초가지붕을 걷기 시작하며 용트림을 한다. 어찌 보면 흡사 지네 같고 허리를 구부릴 때면 영락없는 용이다. 꼬리까지 지붕위로 오르자 곧바로 허물만 남겨놓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사람들은 용이 승천하면서 벗어놓은 허물로 초가집 정수리 부분을 덮는다.

 

요즘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초가지붕 잇기가 한창이다. 지붕 잇기는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남과 동시에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겨울철이 다가오기 전에 모두 마친다. 지금 낙안읍성에 있는 100여 채의 초가집은 절반 정도 누런 황금색옷을 입고 있다.

 

옛날에 부잣집은 1년에 두 세 차례 지붕 잇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비록 지붕이 바람에 날려도 참새들이 헤집어 놔도 짚이 썩어 누런 황금색이 흑갈색이 된다고 해도 추수가 끝나는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겨울나기 위해 지붕을 얹었다고 한다. 

 

초가지붕 잇기는 짚으로 엮은 이엉을 지붕에 덮고 새끼줄로 동여맨다. 이때 가장자리는 대나무 등을 이용해 단단하게 잡아주는데 아무리 단단히 엮었다고 해도 지붕 정수리 부분에 용마름을 씌우지 않으면 비가 새고 바람에 날려 지붕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용마름을 얹는다는 것은 초가지붕에서 화룡점정과도 같은데 이는 용을 그려 놓고 마지막으로 눈을 그려 놓는 다는 뜻으로 가장 긴한 부분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용마름은 지붕의 척추 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마름은 초가의 지붕마루에 덮는 人자형으로 엮은 이엉을 말하는데 용마름을 엮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숙련된 사람들만이 하는 작업으로 새끼를 중심으로 좌. 우의 짚을 틀어 끝을 가지런히 맞춰가면서 짚을 단단히 맞물려가야 한다.

 

이렇게 만든 용마름은 둘둘 말아 마당 한편에 놔두었다가 지붕 이엉 잇기가 끝나면 길게 늘여 지붕 위에 있는 사람과 지붕 아래 있는 사람들이 새끼줄을 이어 잡아당기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이 모습을 보면 흡사 용이 승천하는 듯 보인다.  

 

비록 이런 모습을 이제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볼 수 있지만 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우리의 집'인 초가집, 단열이나 방수성능도 우수하고 무엇보다 자연친화적이라는 장점을 가진 우수한 집이었다. 용의 승천을 쉽게 보지 못한 독자를 위해 영상을 곁들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읍성,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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