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400M 결승전(2009.10.22 한밭종합운동장) 재미동포 육상선수로 출전한 이기동군이 400M 경기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 맨 뒤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뛰고 있다.

▲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400M 결승전(2009.10.22 한밭종합운동장) 재미동포 육상선수로 출전한 이기동군이 400M 경기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 맨 뒤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뛰고 있다. ⓒ 윤형권


22일 오후 3시. 제90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밭종합운동장에는 선수들과 응원나온 사람들로 열기가 후끈거렸다. 800M 남고부 결승전. 8레인 출발선에 선 기동(18·미국 워싱턴)이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차렷~탕!'

'아차!' 기동이가 멈칫 하는 순간 다른 선수들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달리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에 실패했다. 미국에서는 '레디 셋 고!'라는 3단계 출발신호였는데, 한국에서는 2단계인 '차렷~ 탕!'이다 보니 출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얼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카고 미주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승리의 순간을 생각하며 달렸다.

기동이가 400m 트랙을 한 바퀴쯤 돌아설 때는 이미 승부가 갈렸다. 기동이가 따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출발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20일 400M 예선에서 상대선수들의 반칙으로 입은 허벅지 부상 때문에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원래 기동이의 주 종목은 400M 경기다.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기 4개월 전,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대회에 워싱턴 DC 대표선수로 출전해 400M와 800M, 400M 릴레이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오를 정도였으니 이번 대회에 입상을 노릴만 했다.

꼴찌를 하고 들어오는 기동이가 "아쉽지만 배우러 온 것이니까 괜찮아요. 아버지께서 경기 중 반칙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상대가 손을 잡아당길 줄은 몰랐어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재미동포 육상선수로 출전한 이기동 군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재미동포 육상선수로 출전한 이기동 군 ⓒ 윤형권

기동이는 이번 전국체육대회에 재미동포 육상선수로 처음 출전했다. 이번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따뜻한 동포들의 정도 느끼고 막상 와 보니 한국의 또래들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도 경험했다고 말한다.  

"반칙과 부상도 이겨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스타팅 룰도 잘 알았어야 하고요. 이번에 입상은 못했지만 내년에 또 다시 도전해 입상을 하고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아버지 목에 걸어 줄 겁니다."

미국 워싱턴에 살고 있는 재미동포 이길봉씨의 외아들 이기동. 그는 제9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도전해야 할 과제를 안고 간다. 기동이의 꿈이 아버지의 꿈이다. 두 부자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육상 400M 아버지의 꿈 이기동 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