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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에 흠뻑 빠진 요즘 아이들을 어떠한 문명이기도 근접할 수 없는 산간오지에 보냈다고 가정해 보자. 아예 전기나 건전지 자체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컴퓨터나 휴대전화기, MP3 작동도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극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

 

틈만 생기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아이들이 그 먼먼 곳에 어떻게 지낼까? 아이들의 행동은 어떨까? 짐작이 가는가. 아마 단 몇 시간도 방치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뛸 것이다. 산토끼를 잡아다가 아무리 공들여 집토끼로 기르려고 해도 불가능하듯이.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텔레비전보다 온라인 게임을 더 좋아하고, 인터넷보다 핸드폰에 더 친근하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단지 통신수단이 아니다. 이미 핸드폰이 초고속유선인터넷에 버금가는 속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와 유비쿼터스가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그동안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서 즐기던 모든 것을 손 안에 든 핸드폰으로 즐기고 있다. 참 편한 세상이다. 텔레비전을 포함해서 세상에 재미있는 모든 것들이 핸드폰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아이들은 그 재미있는 것을 즐기기 위해 하루가 부족하다.

 

손 안에서 100배 빠른 인터넷이 구현되고, 100개 텔레비전 채널이 나오는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그 재미있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꺼 놓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접속 미디어들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늘 간장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현실이 아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거의 다 죽이고, 부수고, 심지어는 피가 터지는 게임들이란 데 있다. 문제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상대방을 주먹이나 도검류, 총기류를 이용해서 죽이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폭력성이 높은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 단지 인터넷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싸잡아 속단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만큼 아이들의 성장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의 아이들, 즉, 기성세대들의 어린시절에는 좋은 학교, 좋은 가정환경 속에서 만족하며 자랐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좋은 학교, 좋은 가정만으로 부족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을 접속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가정과 학교는 물론, 학원보다도 더 친밀감과 정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이제 어른들은 아이들의 눈으로,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러나 그 노릇이 쉽지 않다. 폭력성이 심각한 게임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신체적으로 귀중하게 생각해야하는 가치다. 그런데도 고아한 심성을 배워야 할 나이에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상대방을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세상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모든 전염병이 그러하듯이 치료적 접근보다는 예방적 접근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방적 접근이 그렇게 쉽지 않다. 우리가 매일처럼 먹는 음식은 몸 어딘가에 포만감을 느끼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는 반면, 욕망이라는 대상은 포만감을 느끼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욕망에는 한계소비성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절(통제)능력'과 '분별능력'을 키워야한다. 아이들이 그 재미있는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재미있는 게임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이고,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해 해를 입지 않도록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인터넷 게임 세상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명심해야할 것은 부모(어른)가 아이들을 대신해서 브레이크를 밟아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스스로 밟아야 한다. 그게 아이들이 자신들의 욕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인터넷 게임을 선택할 수 있고, 인터넷 게임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유익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재미를 추구하며, 게임중독의 위협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당당하게 극복해 가도록 자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하여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인터넷 게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가도록 훈련된 아이들은 언제든 사이버 욕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온라인 게임을 부모가 애써 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책망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태그:#온라인 게임, #사이버 공간, #통제능력, #분별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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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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