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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사회공공연구소 홈페이지
 사회공공연구소 홈페이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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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봉이 김선달'임을 자처하는 시대다. 수백 년 전 선달이 상인들에게 평양 대동강물을 팔았다면, 현재 정부는 국민에게 물은 물론이고 전기, 가스, 도로, 사회서비스 등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재를 상품화해서 팔고 있다. 선달은 대동강물 판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반면 이명박 정부는 공공상품화로 얻은 이익을 기업의 뱃속으로 쏟아 넣고 있다.

'공공성'이 점점 외면 받는 시대, 신자유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대를 파헤쳐 사회공공성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연구 집단이 있다. 바로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다. 이제 갓 창립 1년을 넘어선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미 진보 싱크탱크로서 그 이름을 꽤 알렸다. 남다른 비법이 있을까.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월 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사회공공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던 사무실이 텅 비었다. 사무실 안쪽에서 한 사람은 전화통화에 여념이 없고 한쪽 구석 개수대에선 또 다른 이가 이를 닦고 있다.

"첫인상이 이러면 안 되는데….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예요. 연구소에서는 중남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닦던 이가 인사를 건네는데 바로 내가 "아~ 박정훈 연구원이요"라면서 이름을 댔다.

특별히 연구원들에 대해 조사했다기보다 워낙 중남미 관련 글들에서 그의 이름을 많이 봐왔기에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이만큼 사회공공연구소는 알게 모르게 꽤 유명하다). 박 연구원에게 중남미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이를 다 닦더니 바로 사무실을 나선다. 다른 연구원들도 에너지 민영화 관련 연구 중간 발표회에 갔단다.

이래저래 연구소 다른 식구들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쉽긴 하지만 그들을 만나지 않아도 그들을 알 수는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로 말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전화 통화를 마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보고서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연구소의 속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공성이 외면받는 시대, 공공성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사회공공연구소의 기반은 독특하다. 노동조합이 돈을 대서 만들어진 연구소다. 연구소의 물주는 발전, 항공, 영화 등 사회공공서비스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있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이다.

오 실장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우리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라고 연구소의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그렇다보니 다루는 영역도 방대하다. 국가재정, 사회복지(연금, 요양, 사회서비스 등), 철도, 에너지, 문화예술, 중남미 지역연구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공공영역이 연구 분야다. 그런데 문화예술분야도 공공영역인가?

"노조 부설 연구소여서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분야는 특히 주목합니다. 공공노조 산하에 문화예술노조들이 있어서 주요하게 다루죠. 현재는 공공예술기관의 법인화 문제를 연구 중입니다."

오 실장의 얘기를 듣다가 문화를 자꾸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가둬버리려는 가진 자들의 논리에 나도 어느새 젖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랐다.

"강수돌 소장님은 언론이나 농업도 다뤄야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벅차죠."

현재 공공노조에서 파견 나온 기획실 반상근 연구위원이 2명이고, 전문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실도 전임이 3명, 비전임 1명이니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다. 따로 5명의 객원 연구위원을 두고 있기는 하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문화예술도 공공부문? 농업, 언론도 공공부문!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3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공공성 위한 연구보고서 5권을 발간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3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공공성 위한 연구보고서 5권을 발간했다.
ⓒ 사회공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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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문을 연 사회공공연구소의 연구 성적표는 어떨까. 10쪽 안팎의 이슈페이퍼 23편, 많으면 200~300쪽 되는 연구보고서가 10권이다. 이슈페이퍼가 이슈가 되는 현안을 분석한다면 연구보고서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정책 전반을 되짚는다. 보고서 발표 외 워크숍, 토론회 등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사안이 A, B, C, D, E가 있다고 해서 전부 백과사전식으로 생산하는 게 아닙니다. 정세에 참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제 개발이 필요합니다. 우린 아직 거기까진 많이 못 갔고 연구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확보하는 수준이죠."

오 실장은 겸손하게 평가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들의 조회수가 대부분 천을 넘는다. 그만큼 대중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잘 긁는다는 뜻이다. 그의 표현대로 한다면 '정세 개입형 연구소'다. 그는 연구 자료실이 누적효과가 있어서 1년만 더 지나면 거의 웬만한 사회공공분야는 다 다룰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자료실이 앞으로 주요 사회공공의제 포털자료실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발표한 보고서 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제를 물으니 그는 "내가 얘기하면 다른 분들이 편파적이라고 하지 않으려나, 그래도 '사회임금' 부분에 대해선 다 동의할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노동자가 기업에서 얻는 소득이 '시장임금'이라면 사회임금은 실업수당,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적용 등 사회적으로 얻는 급여다.

예전부터 노동운동진영이 사회임금이란 개념을 써오긴 했지만 사회공공연구소가 처음으로 OECD 통계자료에 빗대 우리나라 사회임금 수준을 수치화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이 전체 가계 수입 중 시장임금 50, 사회임금 50이라면 우리나라는 시장임금 92, 사회임금 8이다. 결국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면 92%의 지출을 끊을 수밖에 없다는 뜻. 77일간 옥쇄파업을 하면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외쳤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헛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임금 개념을 도입해 그걸 수치화해서 설명력을 높인 거죠. 제가 만들었는데, 아주 잘 만들었어요.(웃음)"

궁금한 곳 긁어주는 '정세개입형' 지향

사회공공연구소 가족을 소개합니다.
 사회공공연구소 가족을 소개합니다.
ⓒ 사회공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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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조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그에 대해 오 실장은 "너무 독립적이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노조 부설이고 돈이 노조에서 나오니까 노조에 휘둘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딱 들죠. 그런 염려들 때문에 설립할 때 굉장히 엄격하게 독립성을 갖추는 체계를 세웠어요"라며 내 의문을 풀어준다.

그의 말대로 사회공공연구소는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사회도 외부 민간전문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사장 역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고 소장도 강수돌 고려대 교수다. 노조가 굳이 개입한다면 운영위원회에 몇 명 들어오고 기획실에 파견된 2명의 연구위원을 통해서일 텐데 그 역시 형식적이란다. 그는 명함 어디에도 공공노조 마크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며 명함을 들이민다.

그가 "이렇게 해도 되나" 생각할 정도로 독립적이다 보니 노조 내부에서는 당장의 노조 현안문제, 임단협 등과 관련한 정책 페이퍼를 써달라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가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조합'이라는 일종의 노조 혁신프로그램의 하나로 세워진 연구소의 애초 취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내부 비판을 잘 막아주고 있다. 그는 "우리 연구소가 노조 선의의 기대에 맞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없는 것 같다"면서 서로 신뢰에 기초한 존중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념적인 보고서는 쓰지 않습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창립 1년 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데는 이러한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연구소 재정 역시 공공노조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서 연구소 설립 때 세운 '외부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 외부 프로젝트를 하면 아무래도 연구 의뢰자의 입맛에 맞는 주제를 따라야 하고 소모적, 기술적인 연구들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공공연구소도 공공노조 산하의 단위노조에서 의뢰하는 연구를 간혹 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10%도 안된다고 한다.

진보 싱크탱크의 가장 취약한 '재정 안정' 문제가 해결됐기에 사회공공연구소는 연구원들이 원하는 주제를 스스로 선정해 연구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가 이루어진다면 연구소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보고서가 관념적이면 관념적인 거고, 보고서가 정세에 적합하면 실천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연구소가 갖는 관념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실천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오 실장은 연구소의 활동방식은 보고서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보고서에 정책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아무리 작더라도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물 사유화 담당 연구자가 보고서를 써왔는데 죄다 비판만 써놨더라고요. 외국사례도 비판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대안을 내라'고 했죠."

이런 고민 끝에 사회공공연구소는 '공공수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공공수도를 관리하는 공공수도청을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물을 공공적으로 운영∙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정책에 대해서도 '지역 거점 사회서비스 총괄기구' 건설이란 대안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관련해서도 '국민연금기금, 어린이집(보육요양)에 투자하라!'는 아줌마 입장에서 듣기에 참 훈훈한 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찬반 말고, 구체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7일, 사회공공연구소는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하반기 정세의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회공공연구소는 단순한 예산안 비판이 아니라 진보적 대안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 실장은 대안 중 하나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 확대'를 내놓았다.

그는 "진보진영에게 국가 재정수지 적자는, 정부에 '왜 적자를 냈냐. 그 따위로 운영할래'라고 따지기 좋은 소재지만 우리 것을 주장하기도 어려운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정부가 재정건전화한다고 지출을 통제하는 정세에서 예전처럼 '복지 예산 늘려라'고만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지요"라면서 '건강보험료 인상'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만 보면 보험료 인상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면 보장성도 확대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현실로 돌아오면 결코 단순치 않은 문제가 된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건강보험료 인상하자고 설득하고 결의해야 하는, 노조로서는 채택하기 부담스런 과제를 떠안기 때문이다.

당장 토론회 장소에서 조합원들이 비판의견을 내기도 했다. 토론회 전 연구소 내부토론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의견을 던졌다.

"언제까지 찬반만 할래. 이제는 전략적으로 선택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한 거죠. 주제가 대안재정전략이었는데 저는 사회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실천방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재정운동'이라고 표현했어요."

"이거 누가 한 거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난 10월 7일,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 모색'이란 주제로 설립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7일,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 모색'이란 주제로 설립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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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실장은 사회공공연구소가 정책연구기관과 사회운동기관의 성격을 둘 다 갖는 걸 지향한다고 했다. "연구소가 보고서만 내면 되지, 정치나 운동은 연구소가 할 바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진보진영이 일반 사회구성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안겨주는 특별한 체험을 하는 모델사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건설회사 사장에서 시민의 지도자로 서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시민들에게 공직지도자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 그런 걸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꽉꽉 막혀있는 도로에서 시내버스를 길 가운데로 뻥뻥 달리게 해주다니. 또 환승할 때마다 들려오는 '돈 굳었습니다(환승입니다)'라는 안내 멘트. 출퇴근할 때마다 표가 수두룩 쌓일 것 같아요."

건강보험 재정확대도 그런 취지란다. 이후에 보장성이 확대되고 본인 부담금이 없어지면 시민들이 "이거 누가 한 거지?"라고 묻지 않겠냐고. 진보진영이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로부터 "쟤네들이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네"라는 신뢰를 얻는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B를 넘어서는 대안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공공연구소. 정세개입형 연구소를 표방하는 이 연구 집단이 신자유주의 최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 정세에서 또 어떤 대안들을 펴낼지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문제는 전략이 없다는 것"
[인터뷰]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사회공공연구소의 보고서는 세상에 나오기 전 꼭 오건호 연구실장의 손을 거친다. 그는 자신을 '빨간펜 선생님'이라고 했다. 연구원들의 글에 운동권 말투가 있거나 국어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고친다고…. 인터뷰 도중 보고서를 놓고 설명을 하는데 "어, 여기 오타가 있었네"라면서 바로 틀린 글자를 고친다. '대중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기 위한 글쓰기'도 오 실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 현재의 사회공공연구소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지금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정도다. 앞으로는 노동운동 주체가 실제로 주체로서 실천할 수 있는 의제들을 만들어 내야 할 거다."

- 노동운동이 실천할 프로그램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공공부문노조의 공기업 관료화상업화백서운동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공기업 폐해에 있어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부자로서 그 폐해를 다 알고 있었던 공기업노조가 무감각하게 체감하지 못했던, 아니면 알면서도 동조했던 간에 그런 걸 방치해왔다는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

'과연 공기업노조는 공공적이었나'라는 주제 토론회 때 이 백서운동을 제안했다. 내가 일하는 공기업이 얼마나 관료화, 상업화(돈벌이 경영화)됐는지를 조사하자는 거다. 이런 사업이  힘을 받기 위해선 공약사업이어야 한다. 공약을 걸고 당선되면 아무도 못 건드린다. 4대강 사업을 못 건드리듯이…. 우리 공공노조의 핵심적인 사업장 15개만 정해서 위원장 3년 임기동안 1년에 5개 사업장씩 조사해서 우리의 치부를 계속 발표하는 거다. 처음에는 <오마이뉴스>에만 나오겠지만 3년차에는 <조선일보>에서 "쟤들이 미쳤나, 저거 뻥 아냐"하고 나오지 않겠나. 그걸 뻥으로 보든 진의가 있는 것으로 보든 그런 식으로 공공노조들이 자기 혁신작업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 그런 실천프로그램이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현재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문제가 전략이 없다는 거다. 다들 노조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혁신전략이 없다. 전략에는 앞서 말한 관료화상업화백서와 같이 실제 가시화, 현실화할 수 있는 사업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결국 기획 문제다. 그런 기획은 강력한 추진력에서 나온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다들 여기서 될까 하면 기획이 안 된다. 강력한 추진력이란 조직력일 수도 있고, 노조의 리더십일 수도 있다. 지금은 조직력이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 정책연구소를 넘어 사회운동적 성격의 연구소가 돼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책연구소가 아니다. 정치적 의제를 다룬다. 보수진영이 사회적 헤게모니를 쥐고, 대중을 주도하고 장악할 수 있는 의제들을 던진다. 이름도 긴가민가한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있지만 이들은 다 보고서 내는 정책연구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재벌의 부설 연구소이면서 사회적 의제를 세팅하는 보수운동연구소이듯이 아직 우리 사회공공연구소가 거기에 댈 건 아니지만 진보진영도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


태그:#사회공공연구소, #진보 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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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기록자.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 연구원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글쓰는 법도 찾고 있다. 제21회 전태일문학상 생활/기록문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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