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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흔히 사춘기 때는 값나고 화려해야, 때깔이 좋아야, 겉모습이 번지르르해야 눈에 띕니다. 그러다가 갓 어른의 문턱을 넘고, 세상을 스스로 딛고 서야 한다는 절명의 순간, 맘 좋게 그려왔던 세상과 너무나 다른 현실 앞에 난감해 합니다. 크고 화려한 것보다 소소한 것에 묻어나는 행복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도란도란 노는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면 흐뭇해집니다. 그들을 통해서 교사인 내 삶을 되짚어 봅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그새 이십 칠년이란 시간이 후딱 지나쳤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삶의 켜를 쌓았습니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아 변변하게 챙겨 둔 것은 없으나, 처음처럼 변하지 않은 마음자리만큼은 탄탄합니다.

한데도 아직도 남의 손에 든 떡이 것이 더 커 보이고, 옆집 색시가 더 예뻐 보입니다. 자기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것만 탐내는 어리석음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욕심덩어리를 안고 사는 탓입니다. 크든 작든지 간에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하는데도 제 가진 것은 모두 초라하다고 여기는 품이 더 큽니다.

다만 남이 잘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쟁이 심보입니다. 좋게 살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집니다. 아이들은 하잘 것 없는 것 하나도 소중하게 챙겨듭니다. 아이들 마음을 통해서 그것을 봅니다. 아이들은 크게 욕심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는 일을 함부로 거드는 부모 탓에 순진한 아이들이 욕심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삶을 따라하고, 흡습하려는 마음이 강합니다. 어른들이 사는 모습을 편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어 얼마나 좋겠느냐고 부추겨가며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앞서 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열심히 따라 갔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그만 주저앉아 괴로워합니다. 마치 자신이 불행한 것처럼 실의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은 자기 자신이 불러들인 것입니다.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만 바라보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늘 입고 다니는 옷도 사람에 따라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행복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남의 잣대에 억지로 맞추려고 바동거릴 까닭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드는 행복의 그릇을 야무지게 부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모든 일상생활 자체가 행복 덩어리

누구나 끊임없이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행복입니다. 그렇지만 행복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정이 다 다르듯이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의 행복이 고스란히 나의 행복이 될 수 없듯이 내 행복의 그릇을 남의 행복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많이 배웁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과 견주어 얘기하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마흔 평, 백 평 초호화 빌라에 산다고 해서, 지위나 명예가 높다고 해서 행복을 크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소박한 행복이 더 아름답습니다. 남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내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삶이 최고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 바이러스'는 언제든 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생활 주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크고 값진 것에 있다기보다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 있습니다. 행복은 특별한 것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심코 지나치기 때문에 그것을 느끼지 못할 따름입니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며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모든 일상생활 자체가 행복 덩어립니다. 일상생활 속의 모든 일들이 행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행복의 실체입니다. 미련한 자는 먼 곳에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기 발  밑에서 행복을 키운다고 합니다. 진짜 행복은 그 값이 아주 싼데도 우리는 행복의 모조품을 구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생각해 볼일입니다. 행복의 잣대는 딴 데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들 마음속, 아이들의 환한 웃음 속에 있습니다.


태그:#행복 바이러스, #사춘기, #욕심젱이, #흡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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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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