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아서 죽겠다', '괴로워서 죽겠다'는 삶의 환희와 푸념을 번갈아 맛보며 산다. 근데도 기분이 좋아서, 그저 즐거워서, 마냥 행복해서, 너무나 재미있어서, 기가 차게 맛이 좋아서 '죽겠다'는 말을 연이어 놓는다. 그러다가도 일에 지쳐서, 무료해서, 싫증나고, 미워서, 지겨워서, 재미가 없어서, 살맛이 안 난다고 '죽겠다'는 말을 연거푸 내뱉는다. 무턱대고 '죽겠다'는 이야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입에 발렸다. 그러나 정작 죽겠다는 사람은 악착같이 산다.

살면서 늘 좋은 일만 되풀이되고, 원하는 일이 곶감 꾀듯 줄줄이 엮어진다고 행복할까? 입만 헤벌거리며 즐겁다고 해서 그게 최선의 삶을 위한 불요충분조건일까.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심신을 피폐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한 것보다 우위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행복하다고 말만 앞세우는 경우는 결국 상대로부터 거친 손사래를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이 건강하지 못한 것인지 자본주의 사회의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돈 세상'이 된 지가 오래다.

정작 죽겠다는 사람은 악착같이 살아

달포 전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제는 "함께하는 아름다움"이었다. 강의 도입 예화로 '내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 힘내'라는 말이라며 함께 사는 것을 부추겼다. 예상했던 대로 첫 화두는 수강자 모두에게 '하고자 하는 삶의 열의'를 진작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서로 얼굴을 마주대하며 마음트기를 했다. 강의 꼭지가 "함께하는 아름다움"인만큼 살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나눠보고자 했다. 하지만 다들 자기의 일상사를 이야기하는 게 다소 객쩍었던지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삼삼오오 곁에 앉은 짝지와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강의를 마다하고 한참 동안 여기저기서 소담하게 불거지는 이야기들을 얻어들었다.

수강자들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돈이 많았으면, 크게 돈 걱정하지 않고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느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구린 세상의 때가 덜 묻은 그들이 말하는 좋은 세상이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그만 것 하나라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고,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었다. 그 바람은 결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너그러운 다가섬보다 나와 다름으로 인해 오히려 내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차가운 몰이해와 푸대접은 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런 처사는 그들이 오직 하나 물질적 풍요를 덜 가졌기 때문이다.

'내힘들다'와 '다들 힘내'

일마다 죽살이가 끼어들지 않는 데가 없다. '죽살이'는 죽고 삶을 다투는 과정이다. 우리는 당장의 눈앞에 들이닥친 일들에 빠져 그저 그만 '죽겠다'는 하소연과 푸념을 너무나 쉽게 뱉어버린다. 지금까지 끈기 있게 부침해왔던 일들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그것이 사랑으로 매만져진 믿음의 끈이었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아찔한 일이냐. 삶과 사랑은 결코 포기가 아니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괴롭다고, 재미가 없다고 그냥 내쳐서는 안 된다. 죽기보다는 살아야 하고, 비련보다는 사랑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그게 참살이다.

살아보면 안다, 긍정의 잣대로 사는 것의 부메랑 효과는 이만저만 큰 게 아니라는 것을. 살겠다는데, 애써 사랑하겠다는데 현재의 크고 작은 걸림돌에 짓눌릴 까닭이 없다. 어디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은가. 이제 우리의 삶 그 자체에 '내힘들다'는 말보다는 '다들 힘내'라는 말로 도돌이표를 달아야겠다.


태그:#사회적 약자, #부메랑 효과, #긍정의 잣대,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