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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행성을 되살리기 위해 외계인들이 얻고자 했던 지구의 화학물질은 '물'이었다.
▲ 80년대 인기 외화 시리즈 '브이(V)' 자신들의 행성을 되살리기 위해 외계인들이 얻고자 했던 지구의 화학물질은 '물'이었다.
ⓒ 브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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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세계 곳곳에 UFO 군단이 나타나 도시 상공을 뒤덮는다. 지구를 침공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외계인들은 평화를 제의한다. 자신들 행성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의 화학물질이 필요한데, 이를 얻어가는 대가로 과학지식을 전해주겠다고 한다.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외화 시리즈로, 올 11월에 미국 ABC방송국을 통해 리메이크 방영 계획이라는 SF 드라마 '브이(V)'의 도입부이다.

이 드라마는 당시 충격적인 영상과 스토리를 선보였는데, 얼굴 피부를 벗기면 파충류 본래 모습이 나온다거나, 미모의 외계인 다이아나가 살아있는 쥐를 입에 넣어 삼키는 장면, 인간을 냉동시켜 식량으로 삼는다는 스토리 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 상에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얻어가길 원했던 화학물질은 다름 아닌 '물'이었다. 석유나 특정 광물이 아닌 흔하디 흔한 물이었다는 사실이 어린 시절에는 좀 의외였다. 그 때는 페트병에 든 물을 사먹던 시대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물 쓰듯 하다'는 말이 함부로 헤프게 쓰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지 않던가?

수자원 고갈 - 점점 가시화 되어가는 물 전쟁

오늘날, 물을 차지하기 위해 지구인과 외계인이 싸우지는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 지구인들끼리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세계은행은 1990년대 초 "20세기는 석유가 국제분쟁의 불씨였다면 21세기는 물분쟁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사막지역이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로 인해 최고의 화약고가 되어 버렸다.

지난 1998년 터키가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아쿠아댐을 건설하여 시리아로 흘러가는 물을 차단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상류의 터키와 하류의 시리아, 이라크 간에 전쟁불사를 외치는 등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의 아가우메데 산맥에서 발원하는 청나일강은 수단의 하트룸에서 백나일강과 합류하는데 나일강 전체 유량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농업국가인 에티오피아는 이 물의 1%도 못 되는 양만을 사용한다. 수단과 이집트가 물 사용에 관하여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요르단강은 가장 긴장감이 팽팽한 지역이다. 1967년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이스라엘이 폭격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 3차 중동전이었다. 골란고원의 반환문제는 여전히 두 나라간의 쟁점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또 다른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르단 강 서안 북부경계에는 이스라엘에서 10m 높이의 벽을 쌓았는데, 이 벽이 물길을 끊어 놓아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이러한 갈등은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였다. 리오그란데강(미국, 멕시코), 브라마푸트라강(인도, 중국), 인더스강(인도, 파키스탄), 갠지스강(인도, 방글라데시), 메콩강(중국, 태국 등), 헬만드강(이란, 아프가니스탄), 다뉴브강(헝가리, 슬로바키아), 카롤강(프랑스, 스페인), 초베강(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나와) 등 전세계적으로 2개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는 강이 300여 개에 이르다 보니, 물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질 오염 - 깨끗한 물이 없어서 고통 받는 세계


웅덩이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집으로 가져갈 물을 앞다투어 퍼담고 있다. 가뭄으로 식수원이 말라버린 이 곳에서 이 더러운 웅덩이물이 식수로 쓰인다.
▲ 웅덩이에서 물을 담는 소녀들 웅덩이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집으로 가져갈 물을 앞다투어 퍼담고 있다. 가뭄으로 식수원이 말라버린 이 곳에서 이 더러운 웅덩이물이 식수로 쓰인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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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동안 농축산업의 발달, 공장의 증가로 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과다한 지하수 채취는 지하수량의 감소로 이어졌고, 물 부족 국가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수질 오염 문제도 등장하였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들은 상수시설 오염으로 인한 비소량 증가 문제가 계속 제시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상수도를 통해 공급되는 물에서 불순물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간의 노력으로 1990년부터 2004년까지1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10억 명의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식수를 이용 못하는 18세 미만 어린이 수는 4억 2천 5백만 명이며, 이 중 1억2천5백만 명은 5세 미만 어린이다. 여전히 아프리카 농촌지역과 개발도상국 대도시의 무허가 빈민촌에는 안전한 물 없이 살아가는 인구가 많이 남아 있다.

오염된 물과 비위생적인 환경은 어린이에게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농촌과 도시 빈민지역 주민들은 위생적인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노천이나 인근의 강에서 몸을 씻고, 배설을 하며, 그 물을 다시 길어다 먹는다. 오염된 물을 마신 어린이는 설사병에 걸리기 쉽고, 잦은 설사로 인한 탈수증 때문에 생명을 잃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오염된 물로 인한 탈수증으로 하루에 5천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는다. 또한 아무 데나 널려 있는 배설물과 쓰레기는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페스트 등 전염병을 퍼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식수, 위생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과 노력들


난민촌에서 깨끗한 식수는 생명을 보호해 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 난민촌에 설치된 펌프시설과 어린이 난민촌에서 깨끗한 식수는 생명을 보호해 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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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식수의 확보와 청결한 위생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노력은 상당 부분 진전되었다. 1970년대부터 개발도상국의 농촌지역에 수동식펌프가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작동과 운영이 간편하여 지역사회 차원에서 주민들이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1990년대까지도 펌프와 우물 설치사업은 계속되었는데,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이 2004년에 83%까지 이르렀다. 이는 1990년 대비 2004년 현재 약 12억 명의 인구가 추가로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염된 물이 원인이었던 설사병을 치료해 주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구강수분보충염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구강수분보충염은 맑은 물에 설탕과 소금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드는 것이며, 계속되는 설사로 탈수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에게 이것을 먹이면 잃어버린 수분이  신속히 보충된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강 수분보충염을 만들어 어린이 설사를 치료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프로그램 보급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비누 등 위생용품을 공급하고 손씻기, 화장실 사용하기 등 위생교육을 실시한다. 학교에서 위생습관을 교육시키면 가정과 지역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새천년 개발목표(MDGs) 제7항에 명시된 세부목표는 물과 위생에 관한 것이다. 2015년까지 안전한 물과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식수와 위생시설에 1불을 투자하면 질병으로 인한 보건비용을 감소시켜 최소 3불에서 최대 34불까지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과 관련한 질병 발생이 감소하면, 보건비용이 줄어들어 산업현장이나 교육현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수질 보장을 위해 각국은 국가수질기준의 법제화 추진과 지역사회 차원의 수질검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물, 대결이 아닌 상생으로 해결해야

인구증가로 인해 생활용수의 요구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농업용수, 산업용수 등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폭우와 가뭄 등의 기후변화는 치수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더 많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독점적으로 물을 사용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싸우려 하고 있지만, 정작 지금은 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리고 열악한 환경과 싸우기 위해 전지구적으로 연대해야 할 때이다.

인간은 물의 사용 과정 중에서 오염을 불러왔다. 그리고, 오염된 물이 다시 토지와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한 식수와 위생적인 화장실에 대한 투자는 농촌생활환경 개선과 도시개발 촉진, 그리고 수질관리 및 오물처리 비용의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환경 개선이야말로 미래의 삶을 쾌적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의 출발점이 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실질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물은 특정세력이 독점하는 것이 아닌 전세계가 공유하는 재산이다. 인류는 물 부족의 문제와 함께 물 오염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결이 아닌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물 한방울의 소중함을 깨닫고, 물을 아끼는 의지와 습관을 길러나가야 함은 그 첫걸음이다.


태그:#물, #물부족, #수질오염, #브이, #유니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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