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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시사기획 <쌈> 한 장면.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을 바라는 나영이가 그린 그림.
 KBS 시사기획 <쌈> 한 장면.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을 바라는 나영이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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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을 징역12년에 처한다.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 104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에 대한 열람정보를 5년간 열람에 제공한다.
피부탁명령청구자에 대해 7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 조아무개(57)씨에게 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중형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여론은 '무기징역도 모자라다'는 쪽이다. 과연 '징역 12년'은 이번 사건에 적절한 형량이었을까?

1심 재판을 맡았던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태수)가 판결에 적용한 법률은 형법 297조와 301조다.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강간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에서 재판부는 왜 징역 12년을 선고하는데 그쳤을까? 그것은 재판부가 가해자 조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 가해자 조씨, 심신미약으로 형 감경

 대법원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갖는 에버랜드 및 SDS 두 사건 모두에서 유죄든 무죄든 어느 한 방향으로 '정치적' 선택을 했었어야만 했다.
 법원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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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심신미약 감경'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10조 2항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무기 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하고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는 형법 55조에 따른 것이다.

결국 재판부가 12년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최대 형기 15년(가중시 22년 6개월)인 유기징역이 아니라 무기징역에서 감경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법원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아동성폭행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형을 감해주는 게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30분 후 귀가해 자신의 부인에게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판단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가해자의 행위를 보면 과연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의심스럽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설사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가 8세 아이이고 장애를 입는 등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본다면 '징역 12년'은 다소 적은 형량이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 교수는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최대 15년(7년~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왜 항소를 하지 않았을까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 시민이 검찰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으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피고인이 재범인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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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12년'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은 곱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형량을 늘렸어야한다고 법원을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피해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시사기획 쌈> 제작진이 전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나영이 아버지는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줄 수 있는 중범죄임에도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된데 대해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늘리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1심 판결이 나온 후 조씨를 기소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 조씨만 '형량이 높다'며 항소를 했기 때문이다.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으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피고인이 재범인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전혀 반성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극히 나쁜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여러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검찰이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06년 7세 여아를 같은 날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아무개(45)씨에 대해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은 너무 가벼워서 파기한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조국 교수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검찰에서도 항소를 할 만했는데 안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성폭행 범죄에 대해 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량이 낮아 최종 선고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입법자들이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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