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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시각,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면 너무도 황당하고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하고 이유야 어찌되었던 우리의 대응 자세와 언론의 보도를 보고 있으면 부끄럽기 그지 없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물난리가 바로 이번의 임진강 사건이다. 필자가 임진강 사고 및 지휘소를 방문했을 때 마침 한승수 총리가 도착할 즈음이었다. 아마 96, 99년 홍수 때에도 이보다 많은 취재진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총리까지 부랴부랴 달려와야만 하는 사건이 되었을까? 6명의 무고한 국민이 죽어서인가? 그렇다면 용산참사는 대통령이 달려가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북한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함인가?

 

 

북한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인한 피해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10월 10일 군남 지역 수위가 0.5m에서 3.25m로 무려 3m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 어민들의 피해가 컸다. 2002년 9월 1일, 2005년 9월 2일, 2006년 5월 6일, 2007, 2008년 등 거의 매년 크고 작은 방류 사건이 한, 두 차례씩 있어왔다. 매년 있어온 황당한 일이 이번엔 비참하고 부끄러운 일로 발전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왜 그리 되었을까? 관계기관과 언론이 저마다 그 이유와 대안을 말하고 있다. 그 이유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북한의 무단 방류에 있다' – 한나라당

'경보시스템 미 작동과 남북관계의 소원' – 민주당

'군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 언론

 

대안은 어떤가?

 

'북한에 엄중 항의하고 경보시스템을 2중 3중으로 강화하겠다' – 정부여당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고 남북관계를 긴밀히 해야 한다' – 민주당

'군난댐의 증고와 경보시스템 강화' – 언론

 

여기에 군남댐의 빠른 완공이 마치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또 하나의 황당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아마 수자원공사의 논리를 그대로 베껴 쓴 모양이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자세는 어떤가?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하고 다음부터는 방류 시 통보하겠노라 했다. 신속하고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임진강은 어떤 강인가? 북한강, 한탄강과 함께 남북이 공유하는 국제법상의 공유 하천이다. 1997년 5월 21일 유엔 총회에서 '국제 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을 제정했다. 그 중에는 "제 7조, 손해가 일어났을 때 보상을 위해 피해국과 협의해야 한다. 제 12조, 인접한 나라에 불리한 효과를 끼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적기 통고 해야 한다" 는 내용이 있다.

 

이것을 북한은 지키지 않았다. 남한도 이런 국제하천의 기본 관점을 견지하지 않는다. 수공 운운하고 늘 감정적 대응이 우선이다. 북한은 모르쇠로 지금까지 일관해 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천재지변이나 댐 붕괴 시에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적대국이 아니라도 대응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임진강엔 96, 99년 대홍수가 났다. 이 때에 이런 문제점들을 포함한 임진강 수해 예방 및 이용에 대한 기본계획이 수립되어야 했다. 그러나 건교부(지금의 국토해양부)와 청와대(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오직 한탄강댐 건설에만 몰두했다. 한탄강댐이 건설되면 임진강 홍수는 예방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정작 중요한 임진강 본류는 도외시했다.

 

수자원공사가 군남댐이 완공되면 이런 사건은 예방되리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군남댐은 한탄강댐과 함께 임진강 홍수 조절을 위해 세운 것일 뿐 어디에도 북한 댐에 대한 대응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

 

국무총리실에서 2006년 8월 내놓은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 검증 평가보고서' 490쪽 하단에는 '황강댐 붕괴 등에 대비한 비상 대처 계획(EAP) 수립 필요'라고 적은 뒤 대안으로 군남댐 증고를 언급하는데, 댐 높이를 현재의 26m에서 40m로 높이면 담수량이 2억 9천 6백만 톤으로 현재의 4배로 늘어 효과적이나 북쪽의 수몰로 인해 남북 협의가 필요해 현재의 26m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군남댐을 40m로 증고하면 수자원공사가 제시하는 문산천 합류지점의 계획홍수량 19800㎥/sec는 군남댐 만으로도 충분해 중요한(?) 한탄강 댐이 필요없어지게 된다는 데 있었다.

 

군남댐은 지금도 그 명칭이 댐이 아니라 군남 조절지다. 한탄강댐 사업의 부대사업 정도다. 공사현장 명칭도 '한탄강댐 건설 군남조절지 사업소'다. 본류 즉, 유역면적 63%를 가진 임진강의 홍수를 조절하는 데 한탄강이라는 작은 지류가 본 사업이고 본류는 부대사업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한탄강댐도 군남조절지도 홍수 조절 능력이 없는 사업으로 되었다. 한탄강댐 건설에 앞장섰던 연세대의 조원철 교수는 이제 와서 군남댐을 증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0m나 45m로 증고하면 수몰 면적이 남한에 비해 북한이 두 배 이상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남북의 협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 정도를 합의하는 남북관계라면 통일도 그다지 멀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그런 댐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의 댐이 될 것이다.

 

이렇게 지난 10년을 한탄강댐에 몰두하는 사이 임진강의 장기적인 수계 관리는 뒤로 미뤄지거나 잊혀졌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연천군의 연천군수는 한탄강댐을 유치해야 연천 발전이 온다고 공공연히 외치고 다녔다. 지금 건설되는 26m 높이의 군남댐은 홍수조절은 물론 황강댐의 대응댐으로도 전혀 가치가 없다. 홍수예방과 북한댐의 붕괴 및 돌발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임진강 본류에 세워야 한다. 지금 추진되는 한탄강댐을 취소하고 그 재원으로 추진하면 될 것이다.

 

임진강의 황당한 일들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한탄강댐과 군남댐은 오히려 더 큰 재앙의 원인이라고 우리들은 누누히 경고한 바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의 최대 실정 중에 하나는 바로 한탄강댐 사업이다. 그들의 무능과 부패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사업이기에 민주당도 이번 사건 앞에는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

 

100년 빈도, 20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했다고 계획한 한탄강댐과 군남댐은 이미 그 정도의 강우에는 댐 없이도 안전할 만큼 하천 제방과 배수 시설이 완비되었다. 문제는 400년, 500년 빈도(96,99년은 500년 빈도 이상임)와 북한댐의 돌발 상황이다. 불필요한 댐에 수 조원을 들이는 것을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서 임진강 본류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의 심장부를 흐르는 임진강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한 치수 구조물을 다시 계획해도 늦지 않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또 여기저기 조그만 댐을 임진강 본류에 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까 걱정된다. 국제적인 시각으로,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리고 분단된 현실을 직시하면서 좀 더 정직하고 실사구시적인 수계관리가 필요하다고 웅변해준 것이 바로 이번 사건이다. 창졸 지간에 운명을 달리한 희생자와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전 국회의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철우 블로그 http://blog.naver.com/unikop 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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