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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기독교 세력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붓고 있고,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 정부자금을 제공할 것과 이라크의 주둔군을 철수할 것,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들도 세우고 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부시가 망친 일들을 수습하는 일에 불과하다. 부시가 만든 11조 달러가 넘는 재정 적자를 하나씩 메우기 위해 지출에 지출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처방전들이 과연 약발을 받을 수 있을까?

 

그에 비관론을 내 놓은 이가 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망한다는 것이다. 미차야마 도모히로의 <미국인의 절반은 뉴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게 웃고 넘길만한 풍자가 많이 들어 있지만, 내용과 논리력은 학자들만큼 알차다.

 

얼마 전 <W>의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만났는데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과연 미국이 몰락할까요?" 그러자 그는 "이미 몰락은 시작되지 않았나?"라며, "미국의 수명은 겨우 백 년인가…. 패스트푸드의 나라답게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라니까." 하고 웃었다. 이렇게 농담으로 넘기는 것이 미국인의 장점이긴 하지만, 과연 이 상황이 농담에 그칠까.(260쪽)

 

그가 미국의 붕괴론을 이야기하는 근거가 무엇일까? 부시가 만든 순 채무 11조 달러 때문일까? 그중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금과 주택 대출을 제외한 소비자의 부채총액이 2007년 기준 2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있는 것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이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신용카드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까닭일까? 미국 내 중산층 대학생들 대부분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이미 10만 달러 이상의 학자금 대출금을 떠안고 있는 까닭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각종 기관들이 민영화된 탓에 중국과 인도 등 해외에 매각되고 있고,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였는데 그 체제마저 붕괴되고 있고, 2010년 기준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사람 가운데 70%가 외국인인 이유, 그리고 화이트 일원민족이 사회여론을 주도하던 데서 이제는 유색인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미국인의 젊은이들 특성을 알면 더욱 또렷하다. 2006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18-24세 미국인을 상대로 세계지도 속에 아프가니스탄의 위치를 묻는 과정 속에 88%가 모른다고 대답했고, 63%는 이라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단다. 2004년에는 18-34세를 대상으로 신문을 읽는 사람은 30%도 안 됐고, CNN시청자도 겨우 11%에 불과했고, 미국 지도에서 뉴욕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50%나 된다고 했다. 명문대로 꼽히는 프린스턴 대학의 2004년도 졸업생 1100명 가운데 군 입대한 사람이 고작 10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외형적으로는 미국이란 나라의 형틀을 얼마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로마의 옛 패권과 같은 일방적인 세계 패권은 이제 고집하지는 못하게 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그만큼 대화와 타협 없이는 정책결정이 불가능해진 상태이지 않나 싶다.

 

풍족한 생활밖에 모르는 2,3세 의원들이 넘쳐나는 미국에서, 전쟁과 복지에 있어 서민의 고충을 반영하는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도 마찬가지구나.(84쪽)

 

이 책을 읽노라니 사실 우리나라 앞날이 걱정됐다. 금융대란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고 국민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4대강 정비 사업에 혈세를 퍼붓는다고 하는데 당연히 나랏빚이 될 게 뻔하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후불제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직장인 채무로 돌아올 게 뻔하고, 그리고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에 시사뉴스에 집중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으며,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연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 지음, 강민정 옮김, 서해문집(2009)


태그:#미국인의 절반은 뉴옥, #마치야마 도모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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