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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참모진 출신 대학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참모진 9명 중 윤진석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과 박형준 정무수석을 뺀 나머지 참모진이 서울대 출신이고,  윤진석 정책실장과 박형준 정무수석은 고려대 출신이다. 이전에는 맹형규 정무수석(연세대) 정동기 민정수석(한양대)과 비교하면 출신대학 편중이 심하다.

이뿐 아니다. 대통령 특별보좌관도 정무수석에서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맹형규 전 정무수석만 빼고 나머지  강만수 경제특별보좌관, 이현구 과학특별보좌관, 오해석 IT특별보좌관 모두가 서울대 출신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되기 위해서는 서울대·고려대 출신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만 아니라 이전 정권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인사에서도 서울대 편중을 비판받았지만 이렇게까지 두 대학에만 편중한 것은 문제 있는 인사 방법이다. 단순히 다른 대학을 차별한다는 말이 아니다.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청와대 참모가 될 수 있다. 능력이 있는데도 어느 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안 되면 또 다른 차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참모진 개편을 하면서 특정 대학 출신을 배제하거나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만 임명하기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개편을 하다보니 두 대학 출신만 구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다른 대학 출신에서도 참모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 대해 이동관 신임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청와대 개편은 집권 중반기의 국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과 기능 등 시스템 개편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국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대통령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특정 대학에만 편중된 인사가 아니라 다른 대학 출신에서도 발굴하여 참모진에 등용하는 것이 더 낫다.

청와대는 몇몇 수석을 신설하여 '신임'이라고 했지만 자리 이동에 불과한 사람들도 있다. 이동관 신임 홍보수석은 청와대 대변인, 맹형규 정무특별보좌관은 정무수석, 박형준 정무수석은 홍보기획관이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특별보좌관으로 부활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돌려막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번에 정책실장과 홍보수석을 '신설'했다고 했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 조직을 거의 다시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비대하다고 비판한지 불과 1년 반 만이다. 청와대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청와대는 이동관 신임 홍보수석 내정에 대해 "오랜 기자생활을 통하여 정무적 감각과 상황판단력이 뛰어나고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변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언론과의 소통도 원활하고 통합된 홍보조직을 잘 이끌어 정책과 홍보의 연계를 도모할 적임자로 판단"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는 '청와대 관계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은 잘 모른다. 시민들은 왠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이동관 홍보수석 이름으로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앞으로도 청와대 관계자 이름으로 청와대가 시민과 소통하면 이동관 홍보수석 내정 이유를 믿을 시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서울대·고려대 출신,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뒤로하고 시민들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편중된 인사를 개선하고, 시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점점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고립된 섬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청와대, #서울대, #고려대,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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