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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와 함께 공개된 사진.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한 생전의 모습이다.
 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와 함께 공개된 사진.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한 생전의 모습이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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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분통해했다. 또 지난 1월 일어난 '용산 참사' 사건에는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라며 분노했다.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의 일기에서다.

"노 전 대통령 자살,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 비판

21일 공개된 김 전 대통령의 <김대중 마지막 일기-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에는 현 정부에 대한 그의 강한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 있어 주목된다. 생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한 그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5월 23일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는 말로 일기를 시작했다. 이어 "슬프고 충격적"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모욕주기식' 검찰 수사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다녀와서는 국민의 거국적인 애도물결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용산참사'에 "빈민들 처지 너무 눈물겨워... 야만적 처사"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1월 14일 일기.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1월 14일 일기.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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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사건에는 분노와 슬픔을 나타냈다. 지난 1월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서 농성중인 철거민을 상대로 경찰이 마구잡이식 진압작전을 펴 참사를 부른 사건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며 철거민들을 애달파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라는 말로 정부와 경찰을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며 의미심장한 경고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1월 16일의 일기다. 이보다 5개월 뒤인 6월 11일 6·15 공동선언 기념식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일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고 썼다.

"새해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 '건강' 빌어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1월 6일 일기.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1월 6일 일기.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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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올해를 시작하면서 '건강'을 가장 큰 소원으로 빌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는 1월 1일의 일기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가 생전 투석치료로 얼마나 힘겨웠는지도 잘 나타나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투석치료. 혈액검사, X레이검사 결과 모두 양호.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3월 18일), "투석치료. 4시간 누워 있기가 힘들다." (4월 27일)

독재정권과 싸우다 받은 '훈장' 같은 후유증도 그를 내내 괴롭혔다.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6월 2일)

'낙천주의자'이자 '로맨티스트' 김대중 "행복, 행복 행복..."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5월 1일 일기.
 21일 공개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에서 2009년 5월 1일 일기.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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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낙천주의자'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러나 치료 덕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크게 감사" (4월 27일)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1월 6일)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 생활에 특별한 고통이 없는 것이 옛날 청장년 때의 빈궁시대에 비하면 행복하다.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 (5월 2일)

구순을 바라봤지만, 그는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1월 11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2월 7일)며 애틋한 사랑을 고백했다.

김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씨는 47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막 혼인한 신혼부부처럼 서로에게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속삭이며 살았다. 남편의 일기 속 '고백'에 화답하듯, 부인 이희호씨도 전날(20일)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같은 마음을 담았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이 항상 소망하는 건 '백년해로'였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1월 11일)

장례위원회 측은 이날 오전 추모홈페이지(condolence.kdjlibrary.org)를 통해 먼저 고인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엔 소책자 형식으로 국회빈소와 전국 각 분향소를 통해 국민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최경환 비서관이 20일 오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공식 빈소가 차려진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 30일치 분량을 40쪽 분량 소책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 김대중 마지막 일기>로 제작해서 21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경환 비서관이 20일 오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공식 빈소가 차려진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중 30일치 분량을 40쪽 분량 소책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 김대중 마지막 일기>로 제작해서 21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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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와 함께 공개된 사진.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한 생전의 모습이다.
 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와 함께 공개된 사진.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한 생전의 모습이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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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대중, #이희호, #마지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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