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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대부분 애도와 민주주의 거목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대통령을 생전에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을 역임한 그가 떠난 사실 앞에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조중동> 누리꾼들은 비판을 넘어 조롱과 조소, 참아 입에 담지 못할 독설을 내뱉었다. 아무리 김 전 대통령과 자신의 정치 이념이 달라도 이럴 수는 없다. 인터넷이 아무리 자유로운 글쓰기 가능한 곳이지만 이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리꾼'은 누리꾼이지만 너무 다른 누리꾼이다.

 

조선닷컴 누리꾼 'ours2000'은 "마침내 이 나라 정치사에 있어서 부패 대명사, 종북 공산주의자의 우두머리가 마침표를 찍었구나"면서 "이 자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이 이념의 혼란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나기를 희망한다"고 조롱했다.

 

정말 이 누리꾼은 부패 온상이 어느 정치세력인지 모르고 이런 글을 썼을까? 우리나라 정치사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에게 공산주의자 우두머리라고 매도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한 누리꾼이 쓴 "큰별이 진게 아니라 더욱 큰별이 빛나게 된겁니다. 민족의 앞날에 큰 꿈을 심어주시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늘 북돋웠던 DJ님! 부디 저세상에서도 우리 한반도에 밝고 찬란한 빛을 비추는 더욱 큰별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난이었다.

 

<중앙일보> 누리꾼 'mercochun'은 "세계가 칭송하는 노벨수상자 큰 별 하나가 떨어졌구나 하늘도 슬퍼하고 온국민들이 슬픔에 잠겼구나 이런 거목이 돌아가셨는데 국민장이라니 국장으로 치러야 한다 전라도공화국 국장으로 그리고 공화국 국민들은 필히 100일 동안 모두 삼베 상복을 착용해야 한다 시신은 망월동 5.18 폭도들 곁에 모셔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비꼴 수 있나. 아직도 광주민중항쟁을 폭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이들의 정신 구조가 어떤 것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이들은 이것밖에 모른다. 더 이상 논리도 없으며 이것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비극이다.

 

물론 중앙일보 누리꾼에도 'scole91'같은 이가 있다. 그는 "여기 리플 보면 가슴이 아프다.이 나라엔 기본 개념도 안잡힌 인간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부분 리플이 지역감정 조장 아니면 빨갱이 욕하는 글뿐이다. 논리도 없고 편협한 감정만 앞세워서 자신의 무식함만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trio'는 "이제야 이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오겠군. 부디 오늘을 국경일로 선포하길 기대해 본다"고 했다. 이 누리꾼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 '막걸리 보안법'으로 잡혀가는 시대를 경험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던졌는지 알 것이다. 민주주의를 모르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가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과는 정말 다른 누리꾼들이 있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희망이 있다. <다음> 추모게시판 '성아사랑'은 "우리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가시네요. 마지막 회담때 "아무래도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형제인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먼저 예상하셨던 분, 큰 별이 떨어지네요"라고 애도했다.

 

그렇다 그는 큰 별이었다.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2009년 대한민국을 안타까워했다.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바쳤는데 그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심장은 얼마나 고통스러워겠는가.

 

'박00'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진정으로 헌신하셨습니다...행동하는 양심 우리국민의 양심이되셨습니다. 진정 국민의 대통령이 되셨습니다..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온 국민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추모게시판 '미주알고주알'은  "그동안 당하신 육신의 고통을 잊어버리시고 편히 쉬십시요"라며 "하늘에서 반쪽인 노무현대통령과 모든 시름 잊어시고 막걸리나 한 잔 하십시요. 당신은 우리의 아버지요 자랑이시며 영웅이십니다"고 썼다.

 

누리꾼이라고 해도 같은 누리꾼이 아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진심으로 애통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누리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우리가 사는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들이 가진 권력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그 권력은 모래위에 지은 집일 뿐이다.




태그:#김대중, #조중동,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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