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

트랜스포머2 ⓒ 트랜스포머2

나는 어릴 적 로봇과 관련된 영화나 TV만화를 보며 자랐다. 로보트 태권브이, 마징가Z, 그랜다이저, 짱가 등을 보면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웠다. 그리곤 실제 자신이 로봇인 것처럼 동네 친구들과 싸우거나 아니면 모형 로버트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조종하는 역할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버렸다. 영화나 TV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이 현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산업, 의료산업에서부터 우리일상생활을 도와주는 로봇, 그리고 인간과 아주 흡사한 모습의 로봇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먼 미래에는 '터미네이터 4'처럼 인간보다 로봇이 지배할까봐 인간들은 걱정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도 인간은 조연으로 로봇끼리의 싸움으로 선한 로봇이 지구를 지켜주는 영화다. 1편을 통해 한국에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영화이기도 한 트랜스포머 2편 패자의 역습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샘(샤이아 라보프)은 대학에 입학하고 여자친구 미카엘라(메간 폭스)와 범블비와 떨어진다. 그러나 인간에서 훔친 큐브 조작으로 다시 살아난 디셉티콘, 그리고 샘을 보호하려다가 죽는 옵티머스로 인해 샘은 다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다행히 또 다른 큐브조각을 여자친구에게 숨겨놓은 샘은 그 큐브조각이 계기가 되어 지구를 지켜내게 된다는 내용이다. 과연 옵티머스 마저 없는 상황에서 샘과 미카엘라는 인간들의 수호자 오토봇 군단과 함께 어떻게 메가트론과 맞서서 지구를 지켜낼지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영화에는 전편의 5배가 넘는 60여종의 로봇이 등장한다. 1편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되고 로봇들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번 영화에서는 변신을 넘어선 7종의 합체도 선보이며, 메가트론보다 더욱 거대해지고 강력한 폴른도 등장한다. 1편에서 죽었던 메가트론이 살아나고 2편에서 죽은 옵티머스가 영화 도중 다시 살아나며 디셉티콘 제트 파이어의 부속품이 합체되면서 더욱 강력한 옵티머스가 된다. 물론 전편보다 5천달러가 많은 2억 달러의 엄청난 제작비의 지원, 엄청난 특수효과, 세계 로케이션을 통한 스케일과 스텍터클은 무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장애가 있어 보이는 로봇이 등장한다. 큐브조각의 도움으로 새롭게 깨어난 제트기 변신 로봇 제트파이어가 그렇다. 등장할 때부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걷는다. 미사일도 조준이 안 되고 거동이 불편해 보인다. 의사진단을 통해서 장애등급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디셉티콘이었지만 오토봇으로 전향한다. 왜 60여종의 로봇 중에서 전향한 디셉티콘은 윌리와 함께 제트파이어야 하는가? 결국 샘과 그의 친구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구를 지켜낸다. 60여종의 로봇 중에서 영화는 제트파이어를 희생시킨다. 방금 깨어났으며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걸어다니는 제트 파이어에게 왜 이런 임무를 부여한 것일까? 게다가 자신의 남아있는 마지막 부품까지 오토봇 군단의 옵티머스에게 달아주고 죽는다.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된 옵티머스는 2편에서도 영웅이 된다.

 

나는 제트파이어를 패자라고 생각한다. 디셉티콘에서 전향해서 오토봇이 되고 오랜기간 잠들어있다가 깨어난지 얼마 안 되어서는 자신의 부속품을 오토봇 군단의 리더 옵티머스에게 달아주고 죽는다. 살아있을 때조차 말만 많고 별다른 활약도 못한 채 자신보다 작은 친구에게 당한다. 왜 패자로 죽어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영화제목처럼 제트파이어도 역습이 필요하다. 장애가 있어서 난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이왕이면 영웅의 부속품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물론 옵티머스도 장애를 입어 둘다 장애를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좀 더 강한 친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가 있더라도 큰 활약을 하고 나이가 많아도 현명한 지혜를 통해서 2편에서라도 영웅이 되면 안 되는걸까? 혹시 3편에서라도 장애 로봇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역습은 있을 수 있을까? 장애 로봇의 역할이 영화 속에서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는 장애인들이 로봇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장애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면 많은 장애인들이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매가트론이 샘의 머리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뇌와 관련한 장애도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뇌의 역할을 하는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뇌와 관련한 장애의 어려움도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인간의 장기기증도 어떻게 보면 로봇들간의 합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로봇과 장애인의 합체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평생 장애인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로봇과의 합체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의제로서 충분하다고 본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패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패자가 되고 난 후의 역습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욱 더 힘들다. 차라리 패자가 되지 않고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샘과 미카엘라가 패자의 경험없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되었듯이 장애인도 자신의 삶에 있어서 패자의 경험없이 영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때론 패자가 될 수 있다. 그럴 때는 매가트론처럼 2편에서의 역습조차 실패하더라도 3편에서의 등장을 위해 다음기회를 준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어 역습을 하더라도 샘과 친구들, 그리고 오토봇이 함께 지구를 지켰던 것처럼 모든 사회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09.08.03 19:20 ⓒ 2009 OhmyNews
장애영화 트랜스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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