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골잡이 강수일이 전남 수비수 윤석영을 따돌리며 공을 몰고 있다.

인천 골잡이 강수일이 전남 수비수 윤석영을 따돌리며 공을 몰고 있다. ⓒ 심재철


후반전 추가 시간이 4분이나 주어졌다. 코너킥 세트 피스의 기회가 연거푸 찾아왔지만 끝내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다. 곧 쓰러질 정도로 사력을 다해 뛴 선수들의 마음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응원하던 팬들의 마음 또한 허탈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승리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해진다.

지난 5월 17일 성남과의 정규리그 아홉 번째 안방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피스컵 코리아 일정까지 포함하여 최근 아홉 경기(5무 4패)에서 승리 소식이 없는 것이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5일 저녁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1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가까스로 리그 5위(24점, 6승 6무 3패, 17득점 17실점) 자리를 지켰다.

박항서 전남 감독의 '좌불안석'

이 경기 두 팀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가 다섯 차례 이상 이어진 경우가 별로 없었고 박진감 넘치는 공격 장면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끝무렵에는 역전골에 대한 기대감이 안방 관중들을 들뜨게 했지만 기술적으로 모자란 것만 확인하고 말았다.

 전남의 선취골을 터뜨린 송정현이 인천 수비수 전재호의 공몰기를 막아서고 있다.

전남의 선취골을 터뜨린 송정현이 인천 수비수 전재호의 공몰기를 막아서고 있다. ⓒ 심재철


그나마 김명운의 찔러주기를 받아 선취골(34분)을 터뜨린 송정현의 역습 속도와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골잡이 슈바가 바람잡이 역할을 잘 해 주기도 했지만 인천의 수비수들 뒷공간을 파고드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전남의 공격은 무뎌졌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가로챈 뒤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얻을 기회가 더 있었지만 패스 타이밍이나 방향 선택을 잘못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동쪽 관중석에 나란히 앉은 친구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전남의 박항서 감독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장면이 더 흥미롭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말로 전남 벤치의 반응은 볼만했다. 하석주 수석코치는 선 채로 움직이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박항서 감독은 앉아 있는 자세를 시시각각으로 바꿔가면서 그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간혹 김승현, 백승민 등 미드필더들이 훌륭한 드리블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패스에서 실망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인천, 동점골이 일찍 터졌지만...

 코너킥 동점골의 주인공 정혁이 전남 수비수 박지용을 따돌리며 공을 몰고 있다.

코너킥 동점골의 주인공 정혁이 전남 수비수 박지용을 따돌리며 공을 몰고 있다. ⓒ 심재철


'암울한' 경기력은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벤치의 좌불안석은 인천 쪽이 더 심하게 나타내야 할 정도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인왕 자리를 예약해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즌 초반 빼어난 몸놀림을 자랑했던 유병수는 공을 다루며 생각이 너무 많았다. 완벽하게 만들어서 끝내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었다. 달라붙는 전남 수비수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찰 요량으로 공을 지나치게 끌었다. 그러니 곁에서 더 좋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우성용이나 강수일은 덩달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유병수는 빠지고 움직임의 폭이 넓은 공격형 미드필더 정혁이 들어와 곧바로 사고를 쳤다. 47분, 왼쪽 코너킥을 차 올린 것이 골문 앞 선수들을 지나 그대로 전남 골문에 빨려들어간 것. 운이 따랐던 코너킥 골이었다.

 인천의 간판 골잡이 유병수가 전반전 전남 수비수 사이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인천의 간판 골잡이 유병수가 전반전 전남 수비수 사이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 심재철


최근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말해주듯 삭발 투혼을 발휘한 강수일도 비교적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지만 공을 잡은 뒤 두 번째, 세 번째 몸놀림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후반전 끝무렵 우성용의 머리에서 떨어진 공을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동작이나 동료 미드필더의 찔러주기를 받아 상대 문지기 박상철과 혼자서 맞선 절호의 기회에서 결정짓지 못하는 바람에 7월의 마지막 주말 밤에 잠을 좀처럼 이루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두 팀은 또 '1-1'이라는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2008년 7월 20일 광양에서 시작된 두 팀의 '1-1 인연'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올해 피스컵 코리아 2009 대회를 포함해서 세 번째 만난 것이었지만 결과는 항상 '1-1' 똑같이 끝나고 만 것이었다. 맞대결 기록 네 경기 연속 '1-1'의 질긴 인연이 과연 2010년에도 이어질지 궁금하기만하다.

덧붙이는 글 ※ 2009 K-리그 17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25일 늦은 7시 - 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전남 드래곤즈 [득점 : 정혁(47분) / 송정현(34분,도움-김명운)]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46분↔정혁), 우성용, 강수일
MF : 김상록(72분↔장원석), 손대호(66분↔김영빈), 박창헌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이세주
GK : 성경모

◎ 전남 선수들
FW : 슈바
MF : 김명운(64분↔고차원), 백승민(76분↔김민호), 김영철(57분↔알렉산더), 송정현, 김승현
DF : 윤석영, 박지용, 김형호, 이규로
GK : 박상철
강수일 정혁 송정현 유병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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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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