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프로에서 보여준 안철수 교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마도 안교수 자신과 타인에 대한 뚜렷한 철학정신에 더 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누구나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바탕 위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누군가를 도우는 것도 철학정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처음에 가졌던 선한 마음이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다. 뉴스에 계속해서 나오는 장애인을 이용해서 정부보조금을 갈취하거나 장애인을 쇠사슬로 묶어 인권을 유린하는 등의 장애인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내용을 보면서 더욱 철학정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장애인을 대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철학의 부재로 인해 생긴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뮤직 위딘 포스터

▲ 뮤직 위딘 포스터 ⓒ Metro-Goldwyn-Mayer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뚜렷한 철학정신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친 리차드 피멘틀의 삶을 그린 <뮤직 위딘>(Music Within)이다. 정신장애를 가진 어머니 밑에서 사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리차드 피멘틀은 최고의 연설가가 되는게 꿈이었다. 우연히 접한 강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피멘틀은 대학교수 앞에서 연설을 했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없다는 질책을 받게 되고 홧김에 베트남전에 참전해버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피멘틀은 장애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 했다.

 

베트남 참전는 그를 청각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전쟁 중에 청력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잃어버린 청력 때문에 외롭고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같은 학교 뇌병변 친구 아트를 만나게 되는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져서인지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뮤직 위딘 피멘틀은 장애인을 위한 연설을 하지만 그 말에는 이미 장애인이 없다. 장애인에 대한 투철한 철학을 잃은 상태에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연설을 한다.

▲ 뮤직 위딘 피멘틀은 장애인을 위한 연설을 하지만 그 말에는 이미 장애인이 없다. 장애인에 대한 투철한 철학을 잃은 상태에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연설을 한다. ⓒ MGM

이때부터 피멘틀의 인생길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예쁜 여자도 만나고 고액연봉의 좋은 직장도 갖게 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지내면서 그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철학정신을 점점 망각한 채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친구 아트로부터 잊혀진 철학정신을 자각하게 되면서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장애인 취업 중계소를 차리게 된다. 다시 처음의 철학정신으로 찾은 셈이다.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준다.

 

영화 중간에 피멘틀은 생일을 맞이한 친구 아트와 함께 팬케익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냥 쫓겨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미국의 몇몇 도시에서는 경찰이 '볼품없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어글리 법(Ugly Law)' 때문이었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1970년대까지 저런 법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이 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다. 피멘틀은 본인 스스로 장애인이다 보니 차별과 관련된 모든 것을 몸소 체험했고 결국에는 장애인 인권을 위해 전 삶을 바치게 된 것이다.

 

뮤직 위딘 식당 입구에는 "우린 누구든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고, 피멘틀과 아트는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서비스를 거부받는다.

▲ 뮤직 위딘 식당 입구에는 "우린 누구든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고, 피멘틀과 아트는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서비스를 거부받는다. ⓒ MGM

실제 리차드 피멘틀은 장애인 취업 중계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직업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여 90년대 '장애인 법'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포춘지 선정 500대 연설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피멘틀을 지금까지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뚜렷한 철학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가진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하고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피멘틀 역시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자기 철학을 잊고 살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참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정신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꿈들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활동가들 중에 아직 철학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올바른 철학관 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2009.07.20 18:06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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