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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 교수와 열띤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수업 시간 도중 교수가 한 말이 발단이었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무책임"이라는 교수의 말에 내가 그만, 발끈해 버린 것이다.

 

당시 난, 교수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무책임이라는 말은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정치가에 대한 평가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강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들어 교수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을 했다.

 

"교수님, 정치적 상징이었던 분의 서거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대통령의 죽음이 무책임한 게 아니라 그것을 무책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역사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출신이었던 교수에게 겁없이 던진 반박, 덕분에 그 후의 수업 시간이 어색해졌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노무현을 알기 위해

 

벌써 7월 중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난 지금 서거의 비극은 어제의 일이 되었고 점점 머나먼 역사가 되어 흘러가고 있다.  교수와의 불화(?)도 추억으로 웃어 넘길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쓰라림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기자 출신 교수에게 '무책임'이라고 말한 호기로움은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내 가슴에 꽂힌다.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뒤늦은 반성이 든다. 정작 무책임했던 것은 내가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마음을 휩쓴다.

 

그런 자책처럼, 나는 무책임한 지지자였다. 대통령 노무현을 존경한다 늘 말해왔지만 주변 친구들의 '대통령에 관한 물음'조차 제대로 답을 주지 못했다. 알지 못했으니 친구들에게 답변도 제대로 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궁금해하던 친구들의 답을 대신 해준 것은 주류 언론이었다. 특히 보수라는 테두리 아래 모인 언론들이 그랬다. '준비되지 않는 대통령' '막말의 정치인'같은 부정어들로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을 일답했다. 국민들이,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고 결국 안좋은 생각을 키우게 됐던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언론의 왜곡를 바로 잡지 못한 나의 잘못, 그를 응원하고 지지했던 우리의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좋아했으나 제대로 알지 못한 그 무책임이 왜곡을 키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를 갈망한 노무현을 만나다

 

내가 믿었던 대통령이 역사 속에서 왜곡된 평가로 남게 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뒤늦은 반성일지도 모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 노무현을 감싼 왜곡의 껍질을 벗겨내는데 1%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노무현을 알기 위한, 그의 팬이자 지지자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서점가를 들락날락 거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 찾기에 여념이 없다. 

 

다행히 그런 내게 '참' 노무현의 모습을 보여준 책이 있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이다. 대담 속 생생히 적어 놓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솔직한 말을 통해 그의 사상과 정책,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깨우칠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의 인터뷰를 담은 책은 있는 그대로의 노무현을 알게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뢰를 얼만큼 중시했는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측근의 비리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은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국민들은 그것이 일종의 정치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측근 비리로 대통령 자신의 재신임까지 묻는 것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정녕 작은 도덕적 결함에도 크게 고뇌하고 전부를 포기할 수 있는, 정말 우리 정치계에서는 희귀한 대통령이었다. 그의 말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신념으로 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신념을 갖게 된 것은, 내 개인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3당 합당 때 YS와 결별하고 그동안 겪었던 인생이 하도 험악했기 때문에, 그 험악한 가운데서도 내 스스로 원칙을 유지해 왔던 그 개인사적인 경험 때문에 이런 신념에 집착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中에서>

 

도덕적 완벽주의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의가 승리하는 정치를 꿈꿨다. 신뢰받을 수 있는 정치가 성공하는 사회를 갈망한 것이다. 그렇기에 존경하는 인물마저 김구에서 링컨으로 바꾼 그였다. 책을 읽던 나는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얼마만큼 신념에 목메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패배하는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어한 것이다.

 

'정의는 항상 패배한다'는 것이 가당찮은 역설에 지나지 않도록 만들면서 진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깨끗이 씻어준 본보기는 김구 선생이 아니라 링컨이었다. 나는 훌륭한 역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링컨에게서 얻는다."

                                                                           

그렇기에 신뢰에 바탕을 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념은 그가 오랜동안 걸어온 진실된 이미지였다. 인권 변호사로 활약, 3당 합당에 반대, 연이은 낙선에도 부산 출마 등 한결같이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이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의 전부였던 이 신뢰와 원칙은 현재의 권력에 의해 생채기 나고 만다. 그리고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과장되고 만다. 그렇기에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바랐던 그는 결국 권력에 의해 부도덕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패배했다. 정치계에 입문해 수없이 패배를 경험했던 그는 인생의 마지막에서도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렇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란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의 꿈도 결국 역사 속으로 산화되고 말았다.

 

인간의 자존심이 활짝 피는 사회,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패배는 있지만 패배주의는 없습니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침이 들리는 것은 왜일까.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분명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준엄한 역사적 평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링컨도 사후 100년 후에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고 위안 삼았다. 링컨을 존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언젠가 호의적인 평가로 돌아설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부정적인 평가로 끝나고 말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왜곡의 껍질을 벗겨낸다면, 그 속에서 분명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를 갈망한 진실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진짜 노무현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할 것이다. 진실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만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가공된 신문 보도와  악의적인 비난을 벗어나 진실을 대면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행적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되기를 갈망한다. 사후 100년후에 제대로 인정을 받았다던 링컨, 하지만 진실된 시민의 힘을 믿는 우리에게 100년은 너무 길지 않은가, 하루 빨리 우리의 대통령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그 날을 갈망해 본다. 우리의 '진실된 시선'이 그 놀라운 일을 해내는 힘일 것이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통령 노무현과 기자 오연호의 3일간 심층 대화, 개정판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7)


태그:#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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