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 포스터

트랜스포머2 포스터 ⓒ 영화홈페이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새 영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 예상대로 여름철 성수기에 한국의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한국영화 흥행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개봉관 숫자에서부터 역대 기록을 갱신하더니, 개봉 10일째인 3일, 총 관객 수 400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극장 점유율도 80%에 육박한다.

 

지난 6월 11일 개봉한 한국영화 <거북이 달린다>는 6월 말까지 누적관객 수가 200만이다. 6월 18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여고괴담5>의 누적관객 수는 6월 말 기준으로 50만을 밑돈다. 이와 비교해볼 때 트랜스포머 1편을 통해 흥행을 보장받은 할리우드 로봇 SF액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돌풍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둘러싼 논란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고, 영화 대사 중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의중을 두고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SF액션↑ 시나리오↓ 이데올로기↓

 

영화 관람료 인상을 앞두고 심기가 불편하다. 고민 끝에 SF액션 블록버스터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생각에 영화 관람료가 인상되기 전 마지막 극장 관람 영화로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선택했다. 장난감 로봇 마징가Z와 태권V를 가지고 전쟁놀이를 하던 어릴 적 상상을 훌륭하게 SF영상으로 구현해 벅찬 황홀감을 맛보게 했던 트랜스포머 1편에 대한 인상도 강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 SF액션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린 컴퓨터그래픽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눈요깃감이었지만, 시나리오는 굳이 전작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별로였다. 게다가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는 대단한 비호감이다.

 

마이클 베이, 할리우드 제국주의의 최고봉에 오르다

 

미국 대통령도 아니고 별 단 장교도 아닌,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아랍계 미국인의 명령에 따라 미 항공모함이 이집트 피라미드를 파괴하는 적군 로봇에게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의 정부로부터도 작전 임무를 부여받지 않은 미군이 세계를 구한다는 명분 아래 이집트 사막에서 예고 없는 군사작전을 펼친다. 로봇뿐만 아니라 군사외교 관계까지 SF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고 왜 아랍인들은 이 맥락 없는 군사작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돕는가? 이런 초현실적인 국제 공조가 영화의 SF적 재미를 더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오바마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할 만큼 정치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미국과 아랍 관계의 설정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비현실적이고 황당하다. 오만하기까지 하다.

 

스스로 아랍계 미국인이라고 말하는 갤로웨이(존 벤자민 히키 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갤로웨이의 등 뒤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성조기, 갤로웨이의 가게에 걸린 성조기가 눈에 띌 때부터 영화 후반부 이집트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전쟁 장면에서까지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애국심이 넘쳐흘렀다. 할리우드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역대 최고라고 할 만큼,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 미국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만들기 위해 황당한 이야기 구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트랜스포머 : 제국의 역습

 

한편 컴퓨터그래픽을 제외한 영화의 여러 요소들은 전작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비호감이다. 간간이 등장하는 성적 농담들은 영화의 양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수준이며, 샘 윗위키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마지막 전쟁 장면은 긴장감이 바닥 날 때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다.

 

어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부족하고 불쾌한 모든 것들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뒤에 숨기는 것에 성공했다. 전작에 못 미치는 시나리오에 대한 비판, 노골적인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 "재밌으면 됐지!"라는 평가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컴퓨터그래픽의 영상미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줄을 잇는다. 금융 위기로 패권국가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은 할리우드의 힘을 활용해 손실을 부분적으로 만회한다. 돈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노골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적, 외계 로봇이든 테러집단이든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나라임을 강변한다. 심지어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는 아랍이 미국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군사 작전지역이며, 유례없이 길들여진 조연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 미국의 패권은 달러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돌아온 트랜스포머는 경제위기로 몰락해가는 제국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역습이다. 경제위기의 시대에 이미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임세환 기자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정치부 기자로 일했으며 17대 대선 때는 금민 사회당 대통령 후보 공보비서로 일했습니다. 이 글은 임세환의 블로그(blog.daum.net/altpress)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09.07.04 10:4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임세환 기자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정치부 기자로 일했으며 17대 대선 때는 금민 사회당 대통령 후보 공보비서로 일했습니다. 이 글은 임세환의 블로그(blog.daum.net/altpress)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마이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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