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권투위원회(KBC)는 26일 오후 2시 기자 회견을 통해 지난 5월 18일 OPBF 수퍼라이트급 김정범의 6차 방어전 상대 가짜 선수 사건에 관한 경위와 후속대책을 발표하였다.

 

사건 경위 보도자료 (요약)

도전자로 공시된 싱토통 풀라잇짐 (Singhtothong Flouridegym)은 닉네임이며 본명은 Samart Ngamsanga 이었는데, 차이야폰 찬키아오(Chaiyaporn Chankhiao)로 누군가 고의로 위조하여 전적표를 보냈고, 한국권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태국 주재 한국영사관으로 본명 차이아폰 찬키아오(닉네임 싱토통 풀라잇짐)에 대한 초청공문을 발송했다.

 

태국은 세 개의 복싱협회가 존재하고, 예전부터 태국 복싱협회와는 직접 관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초청한 태국 선수는 인증서가 아닌 전적표를 기준으로 시합을 승인해왔다. 하지만, 프로모터가 보내온 서류를 근거로 OPBF 본부에서 타이틀매치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서류상, 절차상의 하자가 없는 상태였다.

 

한국권투위원회는 이 시합의 프로모터인 김정표 관장을 소환하여 해명을 요구하였으나, '김기만 매치메이커를 그대로 믿고 시합을 추진한 것일 뿐 전혀 몰랐다'는 답변을 들었고, 태국복싱협회(TBC)에 공식 조사요청을 했으나 TBC의 무반응으로 인해 발표 시기가 늦어졌다.

 

KBC는 향후 태국 3개의 태국복싱협회가 모두 출전확인서를 발급하도록 OPBF와 WBC 등 상위기구가 강제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며,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 태국선수를 초청하고자 할 때는 해당 선수의 경기장면을 반드시 첨부하는 것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

 

이러한 KBC의 경위보고와 재발방지책에 대해 복싱관계자들은 실망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BC는 태국복싱협회의 후진성을 핑계삼고, 이마저도 OPBF의 승인이 난 경기였기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항변에 대해, '출전 선수의 여권만 확인했어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것이다. 외국선수의 신분조차 확인하지 않고서 국제 경기가 열릴 수 있었다는 건 KBC가 본업인 경기 승인과 감독의 의무를 망각한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IBF 권순천과 싸운 가짜선수 사건으로 당시 전호연 프로모터는 구속됐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가짜 파문사건은 2006년 10월 제주 3개국 여자 국가대항전 대회에서 부상에 의한 선수 교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일어난 것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이세춘 사무총장과 실무자였던 총무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는데도 KBC의 후진적이고도 불투명한 행정력은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최요삼 복수전 상대는 시합 당일날 못 뛴다고 발표해서 원성을 샀다

최요삼 복수전 상대는 시합 당일날 못 뛴다고 발표해서 원성을 샀다 ⓒ KBC

2008년 10월 고 최요삼의 설욕전을 한다며 크게 홍보했고 생중계했던 헤리 아몰(인도네시아)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경기 당일 현장에서 발표해 관중과 시청자들로부터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데 대해 큰 항의를 받았었다.

 

또한, 2009년 2월 IFBA 슈퍼플라이급 세계타이틀매치에 도전한 태국의 덴나파 룩사이콩딘(Dennapa Looksaikongdin)으로 공시되었던 선수가 시합에서는 덴나파 삭룽루앙(Dennapa Sakrungruang)으로 소개된 것으로 인해 이미 가짜 선수 의혹을 받은 바 있었다. 전적 또한 5전 5패에 IFBA에 순위 조차 찾을 수 없는 선수라는 보도에 대한 KBC의 해명은 '삭룽루앙은 별명이었고, IFBA에서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안 했지만 최근에 6위에 오른 것이 맞고, IFBA가 승인한 사항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와 잡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짜 선수 파문이 일어난 것에 대해 KBC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만 한다. 경위를 철저히 조사함은 물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숨김없이 치부를 드러내야만 한다. 화상상처는 감추고 묻어두다간 곪아 터져서 잘라내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른다. 양심과 여론의 햇볕에 쪼이고 드러낼 때 가장 효과적이고 올바른 치유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된 후에는 KBC의 조직과 행정 쇄신에 관한 로드맵을 갖고 체계적인 리빌딩에 나서야만 만신창이가 된 한국 복싱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복싱은 축구와 더불어 가장 역사가 깊고도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어렵던 시절 온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일깨워주며 찬란한 영화를 누렸던 향수를 그리워하는 복싱팬들의 바람과 관심은 아직도 복싱을 짝사랑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09.06.26 20:58 ⓒ 2009 OhmyNews
한국권투위원회 KBC 한국복싱 김정범 가짜선수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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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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