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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검은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 옆을 바쁘게 스쳐지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열린 29일,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현장의 분향소를 지키면서도 시선은 TV에 가 있었다.

 

 

"저희는 저렇게 모시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하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로 노랗게 물든 시청광장을 보며 권명숙(47)씨는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고 7일 후에 보내드리네요." 권 씨는 '용산 참사'로 노점을 하던 남편 이성수씨를 잃었다. "저희는 130일째 편히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로 '사랑으로'가 울려 퍼졌다. 화면에는 아들 노건호 씨와 딸 노정연 씨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복집 사장님이던 남편 양회성씨를 잃은 김영덕(54)씨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귀를 조금이라도 열 수 있을까요." 김 씨는 조용히 말했다. "저는 다시 모인 국민들의 힘이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번 일로 저희에게도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모이게 될 걸로 믿어요."

 

 

"참여정부 때는 경찰이 지금같이 건설업체하고 용역하고 한 패는 아니었어요." 유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회 박순희 상임대표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찰과 노 전 대통령 정부의 경찰은 완전히 달라요. 박종철 열사를 고문했던 남영동 고문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꿨던 경찰의 모습은 이제 정말 아득하지 않나요."

 

유가족들 건너편에는 이강서 신부가 앉아 쉬고 있었다. 이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기 직전인 29일 아침 철거민을 위한 미사 집전 도중 용역들이 들이 닥쳐 몸싸움을 해야 했다. "사람을 위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 사람의 생명이 귀한 것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나 용산에서 돌아가신 다섯 분이나 모두 귀한 생명입니다. 이 정부가 거듭되는 죽음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처할 겁니다."

 

김영덕 씨가 분향소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버스 두 대를 가리켰다.

 

 "평상시에 오던 경찰차가 시청에 갔는지 오늘은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보냈네요. 전경들도 다 시청에 투입됐는지 다른 때보다 늙은 경찰들이 왔어요." 김 씨가 가리킨 경찰차 안에는 몇 명의 경찰들이 앉아 쉬고 있었다. "저걸 보면 아직 이명박 대통령은 귀를 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태그:#노무현, #용산 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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