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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28일)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발인을 앞둔 마지막 조문이라 찾아가지 못하면 한이 될까 하여서 혼자 나섰습니다. 목포에서 강의를 마치고 3백km를 달려 김해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왕복 1천km의 대장정이었습니다.

 

봉하마을을 40km를 앞두고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혔습니다. 밀려드는 조문으로 막히는 차량인가 생각하고, 몇 시간이라도 기꺼이 기다려야지 하는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진영IC까지 차량은 거의 막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나 싶어서요.

 

그런데 진영IC를 빠져나오자 여기저기서 사람이 넘쳐흘렀습니다. 길가에 끝없이 주차한 차량에서부터부터 교통을 정리하시는 수많은 경찰관에 수없이 몰려든 차량. 10km인근 지역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봉하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차를 주차하는 데만 20여 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진영주차장은 복잡해서 일반 시민이 개방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습니다. 20여 분을 기다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음을 한 눈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2-3km의 거리를 걸어서 거의 3시간 가량을 기다려 국화 한 송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쉬이 임시분향소로 갈 수 있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기꺼이 이 어려운 길에 늘어서 조문을 기다렸습니다. 밤10시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밤이슬을 맞으며 겨우 새벽1시에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봉하마을에 2백만 명의 추모객이 찾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는데, 어제 28일 하루에만 100만 명의 조문객이 찾았다고 하니 그 전에 조문을 하신 분들은 호사를 한 셈이었습니다. 밀려드는 조문객으로 신발조차 벗을 수 없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며 묵묵히 걸음을 함께 했습니다. 어쩌면 그 분이 그토록 힘들게 지내시면서도 견뎌낸 것에 비하면 지금의 기다림은 아무 것도 아닌 고통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영정에 올려드렸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 망자도 한 대 하지 못한 담배를 대신해서 한 대 피우는 호사를 부린 다음에 남겨둔 담배였습니다.

 

 

새벽 5시에 발인되기 때문에 3시까지만 조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늦게 온 사람은 임시분향소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추모행렬은 끝없이 이어져 길게 늘어섰습니다. 발인에서부터 영결식을 바라보기 위해 수천여 명의 사람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인터넷으로 떠돌던 그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가려고 했더니 너무나 많이 밀려든 인파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해서 마지막 날은 빵과 주스로 대체되었습니다. 컵라면도 호사였던 셈입니다.

 

저는 새벽 5시경에야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보내드리고 온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하려고 하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임시분향소나 마음으로 추도한 모든 국민 모두에게 그윽한 감사의 미소를 보내실 것 같습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 영결식에 오열을 터트리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이 계신 세상에서 모든 시름 놓으시고, 편안히 우리를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삼가 명복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게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봉하마을 마지막 조문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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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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