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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의 성지와도 같은 서울광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추모행사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지원'이라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분향소 주변과 서울광장을 여전히 차벽으로 에워싼 경찰의 '조문 방해'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분향소 주변과 서울광장을 여전히 차벽으로 에워싼 경찰의 '조문 방해'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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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고픈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지자체의 일개 조례 따위에  묵살되어 버린 것입니다. 현재 서울광장은 흉물스러운 경찰버스에 포위당한 채 덩그러니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이런 조치가 갑작스러운 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당일부터 경찰은 국화를 든 조문객은 물론, 촛불을 든 다섯 살짜리 아이도 잠재적 시위자로 간주하며 덕수궁 앞 시민 분향소를 과도하게 통제해왔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정부는 이미 지난 20일 총리주재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한 적도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경찰은 이 모든 것이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율법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던 예수의 말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분향소 주변을 차벽으로 완전히 에워싼 경찰의 봉쇄로 시청역 출입구를 나오지 못한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지하역사에서 서너시간씩 분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분향소 주변을 차벽으로 완전히 에워싼 경찰의 봉쇄로 시청역 출입구를 나오지 못한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지하역사에서 서너시간씩 분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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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몇 년 전 관람했던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주인공 예수는 율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유대 지도자와 율법학자들에게 '율법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일갈합니다.

성경의 요한복음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율법에 따라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예수는 안식일에 병자를 고칩니다. 이 역시 예수가 율법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예수의 인본주의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천주교 신자이다 보니 혹시나 종교적으로 호소하면 서울광장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다들 잘 알다시피 2004년 6월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제정일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독실함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었지요.

기독교와 천주교는 예수를 구원자로 생각하며 예수의 삶을 본받고 따르는 종교입니다. 즉 법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사랑했던 예수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도 법질서, 조례 따위를 들먹이기 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는 사람을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사람을 옥죄고 군림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모습은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 장로와 천주교 신자의 모습이 아니라 율법으로 사람들을 억압했던 유대 지도자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정말 '법치'가 소중해서 광장 봉쇄했나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2008년 7월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2008년 7월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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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해 봅시다. 서울광장을 틀어막게 한 자들이 과연 '법'을 소중하게 여겨서 그러는 것일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울광장에서는 이미 2008년 6월에 북파공작원 추모제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조례나 지금의 조례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현 정부와 서울시가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 법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들의 슬픔이 자신들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질까 봐 겁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입지가 흔들릴까 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딱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 정부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정권 자체가 흔들렸던 기억 때문에 촛불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는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서울광장을 차단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조치입니다.

그 옛날 유대 지도자들도 그랬습니다. 자신들의 권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예수와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두려워했습니다. 두려움을 견디다 못한 유대 지도자들은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버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예수의 삶과 사상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 널리 퍼져 유대인뿐만 아니라 지배 국가였던 로마에까지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이는 사람의 자유의지를 통제와 억압으로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사적, 종교적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하나님(혹은 하느님)을 믿고는 있지만 이 같은 교훈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서울광장을 개방해야 하는 이유... 댓글을 부탁해

현 정부와 서울시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서울광장을 통제하고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원하는 노제를 허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지금 슬픔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바뀔 것입니다. 이것은 현 정부도 국민도 원하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서울광장을 조문객들에게 열어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을 열기 위해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사용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벽창호 같은 현 정부와 서울시에 답답한 분노를 느끼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어쩌면 궤변처럼 들리는 종교적 이유를 들어 서울광장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 했습니다. 서울광장은 반드시 국민들에게 열려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광장을 국민들에게 열어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어떤 이유를 대면 현 정부와 경찰,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열어 줄까요? 여러분들의 멋진 이유 기다려 봅니다.


태그:#노무현, #서울광장, #서거, #조문, #추모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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