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설립발표를 했던 프로야구 선수노조 설립 여부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기명으로 추진된 선수들의 설립찬반 투표에서 과반 이상 지지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진 선수노조 설립이 21일과 22일 두산베어스, 기아 타이거스, 한화 이글스의 불참선언으로 설립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지난 4일 열린 1차 회의와 지난 18일 비공개로 열린 2차 회의 결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선수협 측 주장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이탈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스만이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었으나 21일 두산 베어스, 기아 타이거스 22일 한화 이글스가 불참 혹은 참여 철회를 선언하였다. 이 세 팀의 불참 이유는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참가할 때 해당 구단도 참가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로 인해 선수협회 측에서 추진해 온 선수노조 설립은 시작부터 사면초가에 놓여 그 설립 자제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졌다.

 

내부 결속에 문제가 생긴 가운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선수협회가 창설된 시점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선수협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KBO와 각 구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창립된 배경에는 개개인 희생을 감수한 여러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찬성한 많은 일반 팬들의 지지도 큰 몫을 하였다.

 

하지만 이번 선수노조 창립 추진단계에서는 과거에 팬들이 보여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선수협회는 노조설립에 대하여 팬들에게 당위성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임의 단체였던 선수협회와 법적인 권리를 가지는 선수노조는 엄연히 다르다. 노조 설립이란 법적인 개연성은 물론 그 취지 역시 타당해야 한다. 선수협측은 사용자 측면으로 볼 수 있는 팬들에게 지지해달라는 말뿐이고 왜 그들이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선수협회는 선수협회 홈페이지에서 한국프로야구 선수 노동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발족에 즈음하여라는 글로 자신들이 노조설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놓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선수협회는 해당 글에서 KBO의 입장이 파트너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선수협회의 요구사항 11개 항에 대해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총괄적인 내용일 뿐 팬들은 선수협회가 요구한 사항이 어떤 것들 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선수협회의 요구사항은 군 보류 선수들의 군 보류 수당 지급문제와 FA계약에 관한 내용이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선수협회는 그 외 사항은 언론보도 혹은 공개적인 기자회견에서도 팬들에게 알리고 있지 않다. 노조설립의 당위성을 알리기 이전에 KBO와 구단측과의 힘 싸움을 먼저 하고 있다. 사용자들과의 다툼이 우선순위인지 아니면 그들을 지지해주고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확실한 취지와 입장표명이 먼저인지 묻는다면 후자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 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선수협회측의 요구사항들이 팬들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알려진 요구 사항 중 FA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는 팬들도 존재한다.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계약으로 확실히 잘 영입했다, 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할 수 없다.(시즌이 진행 중인 관계로 LG 트윈스 정성훈, 이진영 선수에 대한 평가는 우선 보류하겠다.) 그리고 야구단측 입장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FA로 인해 인상되는 지나친 연봉 금액에 거부감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팬들 생각과 선수들 생각에 차이나는 부분이 확실히 존재한다.

 

다른 한 가지는 왜 설립추진 시기가 시즌 중인가 하는 의문이다. 과거 협회 창설의 움직임은 비시즌 중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은 시즌이 시작하여 야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시기다. 이 시기에 선수들은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연습에 매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노조설립을 위해 (물론 휴식일이지만) 지방구단 선수들이 서울에 상경하여 회의를 주선하고 참여한다. 시즌 중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에 야구 외적인 활동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결코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다.

 

과거에 협회설립 추진 중 괘씸죄를 받아 트레이드되거나 영영 유니폼을 벗고 떠난 아쉬운 모습들을 팬들은 기억한다. 이번 노조설립 추진 중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러가 과거와 유사한 사태가 생긴다면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나는, 혹은 유니폼을 벗는 모습을 또 바라보아야 한다. 그 피해는 모조리 팬에게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팬들은 선수노조 설립추진에 의문점과 걱정들이 앞선다. 그런 의문점과 걱정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이 있은 다음에 그 후 절차를 밟아가도 늦지 않아 보인다.

 

프로야구 선수노조가 설립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사용자 측인 구단 및 KBO와의 의견조율은 물론 또 다른 사용자인 팬들의 지지도 절대 필요하다. 선수협회측은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노조설립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민기자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garcia14)에도 기재되어 있으며 
블로그 내용을 편집하여 기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5.22 17:31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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