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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막말을 했다. 유 장관은 지난 22일 외통위에 출석해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기다리다가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들어오자 "(천정배는) 여기 왜 왔어? 미친 X"이라고 했다. 그리고 몸싸움이 있자 "이거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돼"라고 내뱉었다. 유 장관은 천정배 의원에게 사과했고, '이거'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루 아침에 천정배 의원을 '미친X'과 없어져야 할 국회로 만들어 버린 유명환 장관의 막말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지난 2월 27일 국회의사당 본관 1층 후문 면회실 앞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후 재판을 받고 있는 이정이 부산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공동대표이다.

 

이 사건으로 보수세력들은 하루 아침에 이정이 공동 대표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눈을 찌르지 않았다"는 따위 진술이 나오면서 폭행에 대한 진실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전여옥 의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하자 정부도 가만 있지 않았다. 지난 달 3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누구든지 국회의원에 대해 입법활동을 이유로 위해를 가할 경우 의회주의 파괴사범으로 간주해 구속수사하고 엄정한 조치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회내 폭력사태에도 소속 정당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반형사 사건처리와 똑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여옥 의원은 입원을 했고, 재판일에도 몸이 완전히 다 낫지 않았다고 출석을 거부할 정도이다. 출석을 거부하는 전 의원을 위해 공판 검사는  "(전 의원에 대한) 위해 가능성과 방청객들의 반응에 의해 전 의원의 증언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다음 공판에 출석할 예정인 전 의원에 대한 증언 청취를 법원 내 별도의 영상조사실에서 영상녹화장치를 통해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하기까지 했다. 여당 국회의원하기 참 좋은 대한민국이다.

 

국회의원이 폭행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폭행한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미친X'이라는 모독을 당한 천정배 의원도 보호받아야 한다. 당연히 '미친X'이라고 말한 유명한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국무의원은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막말한 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고, 시민은 여당 국회의원 몸을 조금 밀쳤다고 폭행죄로 재판정에 세운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어떤 세력들은 그를 '테러리스트'로 정죄해버렸다.

 

시민이 여당 의원을 밀친 것이 '위해'와 '의회주의 파괴'라면 장관이 야당 의원을 '미친X'이라고 막말한 것도 모독이요 의회를 무시한 것이다. 언어 폭력도 폭력이다. 자기들은 할 말 안 할 말 다하면서 시민단체가 조금만 심하게 하면 '불법'으로 매도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민단체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려면 자신들도 막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유명환 장관 발언을 쉽게 넘기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여옥 의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하자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막말한 것도 "어떻게 장관이 이런 말을"이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장관이 막말을 다시는 할 수 없도록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태그:#유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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