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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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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동안 조직위원회가 흔들리고 해묵은 정체성 논쟁 등에 휘둘리며 예산마저 크게 삭감되어 그 존폐까지 염려해야 했었는데 이제 그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새롭게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만만찮은 내공의 전문가들이 자문 연구위원으로 속속 자리를 잡아가면서 봄바람처럼 훈훈한 소식을 이 봄날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경륜을 갖춘 조직위원장이 사무국 등 조직을 손수 챙기며 자문 연구위원들을 독려하고 나서는 모습은 사뭇 믿음직스럽다. 지역의 전문가와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하고 전국의 문화예술인과 언론인들, 그리고 기업인들까지 든든한 후원자로 엮어냄으로써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신뢰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우선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예산 문제가 있다. 축제 특히 공연을 위주로 하는 축제의 경우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보장되지 않고는 오래 전에 계약을 해야만 유치가 가능한 수준급의 연주단을 부를 수가 없다. 제대로 된 기획공연도 불가능하다. 장기적 전망 속에서 기획하고 준비를 해야만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공연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예산으로 문화예술을 길들이겠다는 잘못된 풍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교육 백년, 문화 천년!'이라 했다. 그만큼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예측할 수 없는 예산 규모가 불과 몇 달 전, 그것도 추경을 통해 겨우 확정되어서야 어찌 제대로 된 축제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은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소리축제 준비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불철주야 노력은 하고 있지만 부실의 가능성은 엄존한다. 열정과 역량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주문을 다짐 겸 드리고 싶다. 지역주민들은 물론 소리문화를 아끼는 모든 이들이 거들고 나서자고. 제발 '어디 잘 하는가 두고 보자!' 식의 방관자적 자세로 비판의 자를 먼저 들이대는 일만은 피해가자고.

추임새가 중요한 것은 비단 판소리 판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의 무언의 응원이 연주자들에게 커다란 격려가 된다. 썰렁한 객석은 무대의 의욕상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잘 준비된 잔치라 하더라도 찾아 즐기는 이가 없으면 허허로울 수밖에 없다. 축제를 즐기는 모습 자체가 축제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홍보와 마케팅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얘길 할 수 있다. 준비기간이 부족하니 특히 이 부분에 준비팀이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들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 모두가 자원봉사자가 되어 입소문을 내고 소리문화를 아끼는 이들이 모두 나서 응원의 나팔수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재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 소리축제를 제안하고 성사시켰던 그 열정, 그 성심을 되살리자는 말로  모아진다. 초심으로 돌아가 모두가 준비위원이 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역량대로 축제를 마련해나가자는 것이다. 축제 기간에 맞추어 나름의 소리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국의 지인들을 불러 함께 즐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추임새'라 하겠다.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안정적인 예산지원, 지역주민들과 소리애호가들의 성원에 힘입어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 #소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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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마이유스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살기좋은 전주의 모습을 홍보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가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는 음악편지도 연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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