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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 떼가 바다를 납니다. 물이 난 바다, 갈매기 무리는 삼강망 그물 근처로 몰려듭니다. 바다를 하얗게 뒤덮은 갈매기의 군무가 장관입니다. 갯벌위에 드러난 삼강망 그물과 하얀 갈매기가 있는 바다 풍경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멸치 떼가 든 모양이에요."

 

여수 율촌 신산리 어촌계장은 멸치 떼나 새우가 들면 갈매기가 저렇듯 모여든답니다. 삼강망에도 고기가 제법 걸려들었습니다. 숭어와 잡어들이 드러난 갯벌위에서 파닥거립니다.

 

갯벌 모래밭에서는 아낙네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호미와 손으로 갯바닥을 긁어 바지락을 캡니다. 고깃배 한척이 잔잔한 봄 바다의 수면을 가르며 달려갑니다. 갈매기 떼가 배를 따라갑니다. 고단한 아낙네들의 구부정한 허리와 수면을 가르는 배의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바지락이 제철입니다. 바지락은 살구꽃 피고 벚꽃 필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봄을 한껏 머금은 봄 바지락은 쫄깃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싱싱한 봄의 진짜배깁니다. 알이 꽉 찬 요즘 바지락이 본연의 맛에 가장 충실하고 딱 입니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제철 음식을 그리도 찾나봅니다.

 

바지락을 해감을 해서 끓여놓으면 속풀이에 아주 그만입니다. 뜨끈한 바지락국물을 후루룩 마시면 시원한 바다가 입 안 가득 밀려듭니다. 알이 꽉 찬 싱싱한 바지락으로 끓여낸 뽀얀 바지락국물에 입맛이 절로 당깁니다.

 

바지락 국 끓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지락을 잘 손질한 다음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합니다. 손질한 바지락을 냄비에 넣고 물을 적당히 부어 끓입니다. 한소끔 끓으면 소금 간을 합니다. 취향에 따라 매콤한 청양고추나 대파 등을 넣어 먹으면 좋습니다.

 

 

바지락에는 배타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간 손상을 예방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시켜 준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술독을 풀어서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지락이 잃어버린 입맛은 물론 이렇게 건강까지 챙겨준다니 어찌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술국으로 오래전부터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해온 바지락국, 그래서인지 바지락 국에는 깊은 세월의 맛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가슴속까지 개운하게 쓸어내리는 한결같은 세월의 맛이 말입니다.

 

바지락국의 담백한 맛이 가히 일품입니다. 가미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맛, 이러한 맛이면 집나간 며느리는 물론 가출한 손자까지도 돌아올 만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바지락, #술국,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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