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WBC 1라운드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WBC 1라운드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 ⓒ WBC


만나도 너무 자주 만난다.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는 지난 18일 한국과의 대결을 앞두고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너무도 자주 만나고 있다.

일본은 한국시간으로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패자부활전에서 쿠바를 5-0으로 꺾고 한국, 미국, 베네수엘라에 이어 마지막 한 장 남은 4강 진출권을 따냈다.

이날 승리한 일본은 오는 19일 한국과 순위 결정전을 치러 이기는 팀은 본선 B조 2위 미국과, 지는 팀은 1위 베네수엘라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그러자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한국과 일본이 벌써 네 번이나 맞붙게 되면서 야구팬들도 이제는 라이벌 대결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겹다'는 반응을 쏟아내면서 대회 규정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4강전에서 승리해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다면 이번 대회에서 무려 다섯 번의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야구팬들 "지겹다, 지겨워~"

 일본은 19일 쿠바를 5-0으로 제압하고 4강행 막차 티켓을 얻었다.

일본은 19일 쿠바를 5-0으로 제압하고 4강행 막차 티켓을 얻었다. ⓒ WBC 홈페이지


야구팬들은 '한일베이스볼클래식을 보는 것 같다', '총 9경기 중 일본과 5경기를 치러 우승을 거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국제대회가 아니라 동네대회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회 대회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세 번이나 맞붙었다. 일본은 앞선 두 번의 대결에서 한국에게 패했지만 4강전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반면에 한국은 일본을 두 번이나 이기고도 세 번째 대결에서 패하고 탈락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자주 만나게 된 것은 '더블 엘리미네이션(double elimination)'이라는 WBC만의 독특한 대회 방식 때문이다.

'패하면 끝장'이라는 토너먼트의 잔혹함을 보완한 더블 엘리미네이션은 한국 스포츠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다. 패자가 될 경우 다시 살아날 기회가 주어지지만 경기수가 대폭 늘어나게 되어 그만큼의 핸디캡이 주어지기 때문에 장점도 많다.

그러나 불과 16개의 나라가 참가한 WBC에서 이 방식을 도입하다보니 특정 팀끼리 자주 만나게 되고 패자가 되더라도 크게 불리하지 않은, 야구팬들의 불만처럼 '지겨운 대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WBC 주최 측이 1라운드(예선)에서 같은 조의 1, 2위 팀들을 2라운드(본선)에서도 또 다시 같은 조로 묶어버리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야구팬들은 1라운드의 같은 조 1, 2위 팀들을 2라운드에서는 서로 다른 조로 엇갈리게 나누는 '크로스' 방식을 도입하거나, 순위 결정전을 없애고 이번 한국처럼 먼저 2연승을 거둔 팀에게 조 1위 자격을 주어 반복되는 대결을 줄여나가는 등의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야구팬들에게조차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WBC가 다음 대회에서도 지금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야구의 세계화'는커녕 오히려 야구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네 번째 한일전에 임하는 자세는?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네 번째 한일전에 임하는 자세는? ⓒ W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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