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슬러 영화스틸컷

▲ 더 레슬러 영화스틸컷 ⓒ (주)유레카 픽쳐스


80년대 최고의 섹시 가이 미키 루크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이 있을 것이다. 킴 베신저와 함께 나온 <나인 하프 위크>, 90년대 기억에 남을 섹시한 영화 <와일드 오키드> 등 그는 뭇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스타였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다. 하지만 90년대 은퇴와 함께 복서로 데뷔, 복서로 얻은 상처 때문에 한 성형수술의 부작용, 술과 사생활 문제 등은 그의 전성기를 지게 만들었다. 이후 큰 영화에서 그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톱스타 대열에서 완전히 무너지면 쉽게 포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작은 독립영화에 계속 출연했다. 그가 독립영화에 출연한 시기는 거의 10년에 가깝다. 10년 동안 철저하게 관객들에게 잊혀진 그였지만 결국 2005년 <씬 시티>로 보상을 받고, 2008년 <더 레슬러>로 이제 확실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게 된다. 더 이상 그는 섹시 스타가 아닌 중견 연기파 배우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재 그는 <씬 시티2>와 <아이언맨 2>에 캐스팅되면서 지난 세월 연기열정에 대한 보상 역시 받고 있다. 인간승리라 할만하다.

엄청난 저예산 독립영화 <레슬러>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미키 루크는 지난 세월 잘못된 길을 걸었던 경험이 있었다. 특히 난잡한 사생활과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일들은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였다.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계속 뿜어왔다.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더 레슬러> 역시 독립영화(인디영화)다. 이 작품은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을 정도로 저예산 독립영화다.

하지만 미키 루크의 뛰어난 연기 때문에 북미에서만 2172만불(327억)의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더 레슬러>는 그에게 골든글로브 영화드라마부분 남우주연상을 안겨다 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80년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프로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 이야기다. 그는 이제 늙고 지쳐가는 별 볼일 없는 프로레슬러다. 마치 배우로서 미키 루크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80년대 자신의 전성기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링 위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그이지만 현실에서 그의 삶은 만만치가 않다.

레슬링이 벌어지는 링 위에서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그이지만 링 밖으로 나온 그의 삶은 비루하고 누추하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전성기가 훌쩍 지난 늙은 프로레슬러에게 예전 같은 화려함은 없다.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 집세는 밀려 있고 몸은 고단하다. 작은 임대 트레일러에 혼자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레슬링 영웅이 아니라 그냥 늙고 지친 한 인간의 모습뿐이다. 그래도 그는 링을 떠나지 못한다.

레슬링이 벌어지는 링은 그가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공간이자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다. 그래서 영화 <더 레슬러>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인간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무력하고 지친 삶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기법이 적절하게 가미된 영화

<더 레슬러>는 남루한 한 프로레슬러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산파조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소재였다.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를 산파조로 만들지 않았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를 해놓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큐멘터리 기법이 적절하게 가미된 영화시선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링 위에 있을 때 랜디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 시선과 링 밖으로 내려온 그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 시선을 완전히 다르게 하고 있다. 화려함이 있는 링 위의 모습과 초라하고 남루한 늙은 프로레슬러로 다시 돌아오는 랜디 모습이 대조되어 보인다. 특히 링 밖에서 살아가는 랜디의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그의 뒤를 쫓아간다. 그래서 한 없이 마음이 막막하고 답답해지게 만든다. 마치 우리 주위에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듯이 랜디의 생활을 비쳐준다.

이러한 영화 시선은 이 작품이 산파조로 가지 않고 현실 속에 찌들려 사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탱시키고 왜 링에 오르는지 현실감과 함께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마치 실제 우리 주위에 있는 한 프로레슬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이런 착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미키 루크의 연기가 큰 도움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 레슬러>는 프로레슬러에 대한 헌사..

더 레슬러 영화스틸컷

▲ 더 레슬러 영화스틸컷 ⓒ (주)유레카 픽쳐스


프로 레슬링하면 개인적으로 WWE외에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끔씩 스포츠 채널을 통해 지나치게 되는 WWE경기는 수많은 관중의 열광과 환호가 있다. 그리고 리뷰어 같은 문외한이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이 보인다. 영화 <더 레슬러>에도 프로레슬링 경기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한마디로 분명 관중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기위해 일정의 인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더 레슬러>에는 WWE 같은 화려함은 없다. 레슬링에 문외한 리뷰어는 WWE란 레슬링 단체만 미국에 존재하는 줄 알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레슬링 단체가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프로레슬러들은 실제 현재 경기에 출천하는 프로레슬러부터 80년대 슈퍼스타였던 사람들도 단역으로 출연한다. 한마디로 정말 프로레슬링이란 세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다수 출연한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했던 프로레슬링이지만 실제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아픔도 겪어야한다. 특히 큰 돈 되지 않는 프로레슬링에 그토록 매달려 사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고난이도 기술과 화려함을 주는 포퍼먼스를 벌이다 다치기도 하고, 아주 큰 무대에 가지 않으면 먹고 사는 것조차 빠듯한 프로레슬러 생활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거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더 레슬러>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무대에서 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프로레슬러들을 목격할 수 있다. 팬들과 함께 하기 위해 좁은 사각의 링에서 자신의 삶을 거는 그들의 진정어린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진짜 프로레슬러들에 대한 이해나 진정어린 시선이 없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이 작품은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놓칠 수 없는 작품이란 말과 동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더 레슬러>는 프로레슬러들에 대한 찬사이자 헌사의 영화다.

한국에서 과연 북미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북미에서 이 작품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레슬링이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스포츠란 점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프로레슬링은 70년대까지 큰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는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스포츠이다. 박치기 왕 김일 선수, 현재 한국최고의 프로레슬러 이왕표 선수를 기억하는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이다.

이 작품은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그 흥미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은 작품이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영화 자체가 프로레슬러들에 대한 헌사나 다름없는 부분이 자주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꼭 프로레슬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키 루크가 보여주는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기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진정어린 영화 시선이 잘 살아 있는 작품, 미키 루크 연기가 너무나 일품인 작품이다. 좋은 영화 찾는 관객들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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