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현(사진 왼쪽)과 하승진이 콤비플레이를 성공시킨후 슛 세례머니를 펼치고 있다 ⓒ 전주 KCC
'빅맨도 귀여울 수 있다. 경기장 분위기는 내게 맡겨라!'
전주 KCC 루키 센터 하승진(24·221cm)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는 역대 최장신 센터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야심 차게 프로무대에 도전했지만 한동안은 상당한 어려움에 시달려야만 했다. 경험-기본기 부족과 상대팀의 거센 견제에 휘말려 "이름 값을 못하고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감수해야했던 것. 덩달아 소속팀의 성적도 하향세를 그리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려졌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수비-박스아웃 등 궂은일부터 배워나가며 팀에 공헌하기 시작하는 그는 점차 프로라는 세계에 적응해가고 있다. 워낙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있어 의지를 가지고 골 밑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팀 선수들에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특히 기량이 많이 미숙한 상황에서 현재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어 점차 경기를 치러가면서 성장을 거듭하면 점점 더 무서운 포스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승진은 서장훈-김주성 등 국내프로농구를 지배했던 여타의 빅맨들과는 많이 다르다. 경기스타일은 둘째치고 신세대 인기캐릭터로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워낙 밝은 성격을 가지고있는지라 여태까지 과묵했던 빅맨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소속팀 KCC는 물론 프로농구 전체 흥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있다는 평가다.
미국 생활을 경험해서일까, 하승진은 경기장 안팎에서 굉장히 활발하다.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키고도 수줍게 소심한 세리머니를 펼치기 일쑤인 여타의 루키들과 달리 플레이 하나 하나에 열정적인 표현을 싣고 동료들의 파이팅까지 돋워주는 적극성 또한 인상적이다. 동갑내기인 강병현(24·193㎝) 등 젊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의욕적으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많은 농구 팬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울산 모비스전은 하승진의 이런 스타일을 확실히 알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하승진은 골 밑을 철통같이 지키는 한편 미스매치를 통해 모비스로부터 많은 파울을 얻어냈다. 이는 후반전에서 모비스가 스스로 발목이 묶이게되는 결과로 작용했는데 덕분에 KCC는 손쉬운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잘 풀려서일까, 하승진은 다른 때보다도 더욱 멋진 쇼맨십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받아 골밑슛을 성공시킨 후에 패스를 건네준 강병현과 옆으로 점프하듯이 뛰면서 몸을 부딪히는 세리머니는 국내선수들 사이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외국인 선수들끼리, 혹은 외국인 선수와 거기에 맞춰주려는(?) 국내 선수들 간에 드물게 한번씩 나오던 장면이 루키 콤비에게서 펼쳐지자 KCC팬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다.
하승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잠시 후 한술 더 떠 동료인 마이카 브랜드에게 코믹한 축하(?)를 건네줬다. 브랜드가 멋지게 골밑슛을 성공시키자 축하의 의미로 뒤쪽에서 농구공으로 머리를 가볍게 '퉁'하고 맞추는 익살로 팬들을 웃겼다. 농구공에 머리를 얻어맞고도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브랜드의 모습이 묘하게 어울렸다는 팬들의 평가다. 하승진은 이전에도 적극적인 스크린으로 길을 열어 줘 브랜드의 엄청난 덩크슛을 지원해주는 등 돈독한 동료애를 과시한 바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농구실력에 팬 서비스까지 풍부한 타고난 예비스타 하승진, 그가 있어 KCC팬들은 미래가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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