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즌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역시 시즌 도중 대체된 외국인 선수의 빈번한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10일부터 재개된 2008~2009 시즌 프로 농구에서 서울 SK가 디앤젤로 콜린스 대신 그레고리 스팀스마를, 울산 모비스가 오다티 블랭슨 대신 커티스 헤이우드를 영입해 남은 시즌을 치른다.

여기에 6강행에 사활을 건 인천 전자랜드에서 빈약한 득점력으로 팀의 부담을 가중시킨 도널드 리틀 역시 퇴출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지 못해 교체는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올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중에는 그나마 에반 브락을 대신해 영입된 애런 헤인즈(21경기 15.81점 6.67리바운드)정도가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특히 시즌 도중 영입된 외국인 선수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시즌 도중 영입 되어 한국 프로농구를 뒤흔든 외국인 선수는 누가 있을까?

 팀 동료인 버로를 쳐다보는 단테 존스(좌)

팀 동료인 버로를 쳐다보는 단테 존스(좌) ⓒ 서민석


정규리그 15연승 기록의 주역이었던 단테 존스

대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는 2004~2005시즌 SBS에 영입됐던 단테 존스가 1순위에 손꼽힐 것이다.

2004~2005 시즌을 시작할 당시 조 번과 주니어 버로 조합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안양 SBS는 조번이 부상을 당하자 NBA에서 잠시 뛰었고, 다양한 유럽리그를 경험했던 단테 존스를 올스타 휴식기 도중 영입했다.

그야말로 '존스 효과'는 대단했다. SBS는 정규리그 최종전 창원 LG에게 패하기 전까지 정규리그 15연승이라는 대기록의 선봉에 섰고, 당시 주희정-양희승-김성철 등 뛰어난 국내 선수를 보유하고도 6강 PO 진출도 확실치 않았지만 존스를 앞세워 정규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왜 존스가 이렇듯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존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가장 이상적으로 조화된 선수였다. 천성적으로 높은 점프력과 정확환 외곽슛이 장기인 존스는 골밑에서도 정확한 페이드 어웨이슛이나 더블 클러치 등 다양한 기술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여기에 뛰어난 패싱 능력과 안정적인 드리블링과 같은 기본기에 웬만한 가드 못지않은 농구 센스 역시 존스가 한국 농구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요인이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존스의 이러한 기세는 당시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졌다. 찰스 민렌드와 '신산'으로 불리는 신선우 감독을 앞세운 전주 KCC에 1승 후 3연패로 아쉽게 챔피언 결정전 행에 실패한 것.

SBS에서 2004~2005시즌 16경기에서 29.38점 12.13리바운드 3.38어시스트를 기록한 존스를 앞세워 우승까지는 정복하지 못한 셈이다.

이렇듯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단테 존스는 이후에도 2005~2006, 2006~2007 두 시즌 더 SBS를 인수한 KT&G에서 뛰었다. 두 시즌 모두 전 경기(54경기)에 나와 각각 29.2점 10.69리바운드 2어시스트-24.17점 9.37리바운드 2.3어시스트로 꾸준히 제 몫을 했지만, 소속팀인 KT&G는 각각 7위와 6위로 그가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을 때만 못한 팀 성적을 기록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인 빼어난 공격과 개인기는 여전했으나 수비력에서 보여준 약점을 상대가 교묘하게 이용, 존스에게 많은 점수를 내주더라도 다른 선수를 막는 전략으로 나섰기 때문에 ‘존스 효과’는 가면 갈수록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에 응하는 나이젤 딕슨

인터뷰에 응하는 나이젤 딕슨 ⓒ 서민석


킹콩처럼 골밑을 호령한 나이젤 딕슨

단테 존스가 ‘득점 기계’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빼어난 득점으로 15연승을 이끌었다면, 한국 무대를 밟은 직후만 해도 "전혀 농구선수 같지않다"는 비아냥을 받았던 나이젤 딕슨 역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대박’을 터뜨린 선수였다.

201.7cm라는 키에 145kg라는 체격이었지만, 사실상 150kg가 넘는다는 것이 정설일 만큼 거구를 자랑한 딕슨은 시즌 초반만 해도 약한 개인기 때문에 골밑에서 볼을 놓치거나 팔꿈치 각도 때문에 공격자 파울을 남발, 상대 수비수의 꾀에 당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한국 무대에 적응을 마치고 자신과 닿기만 해도 넘어지는 상대 선수들의 ‘잔꾀’가 빛이 바래면서 딕슨은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30일 KCC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27리바운드를 따냈고, 그 해 2월 18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33득점을 기록하는 등 골밑에서 위력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32경기에서 평균 19점 15.94리바운드를 기록. KTF의 우승 꿈을 부풀어오르게 했던 딕슨은 2006년 2월 25일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에서 속공을 펼치다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면서 짧고도 굵었던 한국 무대와의 인연을 접어야만 했다.

당시 딕슨을 앞세워 정규리그 3위. 혹은 그 이상까지 치고 올라갔던 KTF는 결국 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모비스-삼성-동부에 이은 3위를 기록했고, 6강 PO에서 전주 KCC에 2연패로 맥 없이 패하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딕슨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당시 PO의 판도 역시 바뀌지 않았을까?

왜 대체 외국인 선수는 성공하기 힘든가?

원주 동부도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이었던 레지 오코사를 오리온스 크리스 다니엘스와 맞교환 했고,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까지 던스톤-블랭슨 콤비로 이어오던 모비스 역시 지난 1월 26일 KCC와의 경기에서 블랭슨이 부상을 당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조합을 한 시즌 내내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기량 미달로 퇴출 되는 경우도 다반사고 나름대로 잘 뽑아놓아도 불의의 부상으로 바뀌는 경우 역시 잦다.

시즌을 앞두고 다양한 정보망과 인맥 등을 동원해 뽑은 외국인 선수의 성공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가 성공할 가능성 역시 미비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해 팀의 도약을 이끌었던 단테 존스와 나이젤 딕슨은 그만큼 대단한 셈이다.

물론, 올 시즌도 막판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하는 팀들의 머릿 속에는 존스와 딕슨 같은 ‘대박’을 그리겠지만 말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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