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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친구 남편은 집앞에 있는 밤나무는 남편 몫이라며 항상 남겨 두었지요. 우리가 갈때까지 잘 지키며 기다렸다가 함께 밤을 따곤 했습니다.
 친구 남편은 집앞에 있는 밤나무는 남편 몫이라며 항상 남겨 두었지요. 우리가 갈때까지 잘 지키며 기다렸다가 함께 밤을 따곤 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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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상대방의 단점까지도 포근이 안아주는것이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애인(가족 기타 등등)과 싸웠어요."

오마이광장에 공모 중인 문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동안 가슴 한 편에 응어리로 남아 있어 말 못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사연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작은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18년 된 우정이 금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족'(家族)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부부를 중핵으로 그 근친인 혈연자가 주거를 같이하는 생활공동체" 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에게는 가족처럼 지내던 18년 된 친구가 있었습니다. 1990년도에 제가 살던 이 아파트에 입주를 하여 알게 된 동네 친구입니다.

나이도 동갑이고 아이들도 비슷한 연배이며 종교가 같아 봉사활동을 같이하다보니 성격도 잘 맞아 서로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지요. 그렇게 정이 새록새록 들어갈 무렵 친구는 부모님이 사시는 고향 춘천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답니다.

친구가 이사를 가고난후 우리는 비록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욱더 가까워지게 되었지요. 휴가철이 되면 같이 사는 동네의 가깝게 지내던  여덟 가족이 휴가를 맞추어 춘천으로 휴가를 떠나곤 하였답니다. 친구는 몇 일전부터 대 가족이 어울릴만한 장소를 물색하느라 노심초사했고 물 맑은 계곡을 찾기에 애를 쓰곤 하였지요.

휴가 날이 돌아오면 30여명의 대 가족이 차량 8대를 이용하여 차량 안테나에 빨간 리본을 달고 나란히 줄을 맞춰 춘천으로 고고싱을 하였습니다. 텐트를 치고 밤을 새며 이야기꽃으로 서로의 친분을 쌓았고 누구랄 것도 없이 좀 더 많은 것을 주기위해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누며 정을 돈독히 쌓아갔습니다.

2007년 여름휴가때 광치계곡에서 친구 내외와 함께 휴가를 보냈던 즐거웠던 한때입니다.
 2007년 여름휴가때 광치계곡에서 친구 내외와 함께 휴가를 보냈던 즐거웠던 한때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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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했던 가족들이 하나둘 개인 휴가를 떠나게 되었지만 우리 가족과 친구네 가족은 더욱더 가깝게 지내게 되었죠. 단출하니 이제는 쉽게 어디든 갈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구요. 두 가족이 한 해 걸러 3박4일 동안 남도 여행과  그리고 강원도, 백령도 등 가볼만한 곳은 거의 함께 여행을 했답니다. 거의 매년 두 부부가 휴가를 같이 보낸 셈이지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아내들 덕분에 질투가 날만큼 남편들의 친분이 더욱더 두터워 지더군요. 남편은 여행 가이드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행 이벤트의 달인입니다. 쉬는 날이 되면 친구 내외와 여행을 가기 위해 고심을 하고 온갖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색을 해보고 가볼만한 곳을 찾아 친구 내외와 함께 여행을 다녔으니까요.

친구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춘천에서 물 맑고 공기 좋은 화천 파로호가 내려다보이는 용화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집 뒤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이제는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이 친구 집이 휴가 장소가 되었답니다.

친구 내외는 각종 야채를 텃밭에 심어 준비하고 우리 부부는 다른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연휴나 쉬는 날을 이용하여 다녀오곤 하였답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알아볼 수 있었고 살아가면서 답답한 일이 있거나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으면 한 지붕아래 사는 가족보다 친구를 먼저 찾았고 눈빛만 봐도 알아서 척척 하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친구집엘 방문하면 늘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친구와는 서로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친구집엘 방문하면 늘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친구와는 서로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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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했던 우리들의 우정을 시샘하는 악마의 미소

사진을 취미 생활로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자 <오마이뉴스>에 열렬한 독자였던 남편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보라는 제의를 저에게 해왔습니다. 어차피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은 기본적으로 찍으니 글과 함께 기사를 써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망설였지만 저 역시 문학에 조금은 관심이 있었던 터라 나태해진 나의 모습을 다잡아 보는 계기도 되겠거니 생각을 하고 기사를 쓰게 되었답니다. 미숙했던 저의 첫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게재가 되자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고 기뻐 친구에게 가장 먼저 알렸지요. 친구도 기뻐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사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끈끈한 우정을 시샘이라도 하듯 악마의 미소가 우리 둘의 사이를 갈라놓기 시작했습니다.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저에게 소원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도 기사를 쓰기 시작했던 겁니다. 저는 평소에도 친구에게도 기사를 써 보라는 권유를 했던 터였기 때문에 기사를 쓰게 되면 저에게 직접 알려 주리라 생각했고 함께 기쁨을 나누기를 기대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친구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착각이었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기사를 통해서야 친구도 시민기자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직접 알려 주기를 내심 기다리기를 몇 번 되풀이 하고 섭섭했던 마음의 골이 깊어지던 즈음에 친구는 사진 올리는 방법을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저는 섭섭한 마음에 퉁명스럽게 대하고 말았지요.

그렇게 어색한 시간들이 흘러갔고 오랜 친구는 서로 닮아간다고 하나요. 기사도 저하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이 올라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섭섭한 마음이 앞서니 모든것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이 일순간 화가 났고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게 됐지요.

화천 용화산 자락 친구집 뒤에 있는 계곡입니다. 친구집이 맨 위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수 있는 맑은 물이 흐릅니다.
 화천 용화산 자락 친구집 뒤에 있는 계곡입니다. 친구집이 맨 위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수 있는 맑은 물이 흐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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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기사를 쓰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난 뒤 마음 아플까봐 몇 번 돌려서 언급을 했지만 친구가 나의 말을 귀 담아 주지 않아 섭섭했다고, 그동안 친구가 직접 나에게 말해주기를 기다렸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기사를 올리더니 사진 올리는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전화했느냐고, 기사 내용도 친구만의 장점을 살려 차별화된 기사를 쓰면 좋겠다고, 친구 때문에 많이 고민했고 기사를 그만 쓸까도 생각했었다고…."

친구의 모든것을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나만의 생각이었구나 하는 서운한 마음에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친구는 그렇지 않다며 본인이 기사를 그만 쓰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바라는 대답은 오랜 친구 사이이니 그렇게 느낄수도 있었겠네! 서로 주의하자. 라는 단순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는  자만심이 소소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말았던 겁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친구와는 소원해졌지요. 아주 작은 일이 18년 동안의 길고 긴 우정을 깨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서로 화해를 하지 않았고 1년이 넘도록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늘 가슴 한 편이 답답하고 무거웠지요.

이른 아침 친구집 마당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운해가 장관입니다.
 이른 아침 친구집 마당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운해가 장관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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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른 아침 일어나 집 앞을 산책하면 이슬에 맺힌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립습니다.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른 아침 일어나 집 앞을 산책하면 이슬에 맺힌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립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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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친구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아내 때문에 친한 친구가 되었던 남편들까지도 아내 때문에 멀어져 갔고 서로가 벙어리 냉가슴 앓기를 해야 했지요. 저의 좁은 소견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멀어졌던 친구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화해할 매개체가 되어 줌을 감사합니다.

진정한 친구는 여러 명이 아니라 단 한명이라도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 동반자 같은 친구라야 한다지요. 사소한 일로 멀어져버린 친구에게 찾아가 깊은 포옹을 할까 합니다.

"그동안 미안했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용기를 내어 친구를 찾아가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회포를 풀어 보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좋은 정보를 <오마이뉴스>를 통해 가감없이 독자들과 함께 나누자. 라고 얘기 할까 합니다. 친구가 저의 허물까지 용서하고 받아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되 돌릴 수만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속으로는 생각해도 입밖에 내지 말며, 서로 사귐에는 친해도 분수를 넘지 말라. 그러나 일단 마음에든 친구는 쇠사슬로 묶어서라도 놓치지 말라. -셰익스피어- "

가슴깊이 새겨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태그:#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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