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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년 전 군대 전역 후 충남 계룡시에서 지역인터넷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난 한 지인으로부터 <오마이뉴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오마이뉴스>를 보면서 기존 언론과는 달리 정형화된 기사의 틀에서 벗어나 마치 수필을 써 내려가듯 쓰는 자유로운 기사 형식에 빠져 있었기에, 지인의 말은 나에게 더욱 흥미있게 다가왔다.

 

의욕 있게 시작했건만, 첫 기사 생나무에 걸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의 이야기가 나를 <오마이뉴스>에 이끌리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지역언론의 한계성을 탈피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말이었고, 두 번째는 열심히 기사를 쓰는 만큼의 대가(원고료)가 주어진다는 말이었다.

 

이 말들은 1년여 넘게 지역인터넷신문을 해 오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이었기에 난 곧바로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가 ‘기자회원’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 지역 언론이라고 깔봤었지? 어디 두고 보자.'

 

굳게 마음먹고 2007년 4월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기사를 송고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바로 생나무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갖고 올린 첫 기사가 생나무에 걸리자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채택도 안 될 만큼 이 기사가 형편없다는 건가? 기사 작성만큼은 자신했었는데….'

 

이후 의욕만 앞세워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기사를 송고하지 않은 채 다른 기자들의 글을 조금 더 유심히 읽으면서 기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기사의 특성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 만에 두 번째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라기보다는 TV를 보고 느낀 점을 쓴 감상문이었다. 이번엔 생나무가 아닌 잉걸 기사로 채택이 되었고, 소정의 원고료까지 지급이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 채택되려면 쉽지 않을 텐데 채택된 걸 보니 글솜씨는 있나보네. 앞으로도 열심히 기사 올려봐. 지역소식도 좀 올려보고…."

 

지인이 <오마이뉴스>에 처음으로 정식기사가 올라간 데 대해 축하의 말을 건넸다. 지인의 말에 힘입어 그 이후로도 꾸준히 지역소식과 사는이야기 글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덕분에 절친한 이웃이 생겼어요

 

그렇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활동한 지 7개월여가 지난 2007년 12월 뜻밖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오마이뉴스>가 야심차게 준비해 첫 선을 보였던 '엄지뉴스' 담당자로부터의 전화였다.

 

"축하합니다. 엄지뉴스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선물로 치킨을 드리겠습니다. 1인 10마리 한정인데 몇 마리 보내 드릴까요? 치킨은 원하는 주소로 보내드립니다." 

 

'엄지뉴스' 이벤트 공지 후 '엄지짱'에 첫 당첨자로 선정돼 치킨을 보내준다는 소식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시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사무실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과 노인회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터에 들려온 당첨소식이라 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담당자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치킨은 10마리까지 주신다고요? 그럼, 10마리 보내주세요. 덕분에 연말에 좋은 일 좀 하게 생겼네요.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 도와줄 일 없을까 생각했었는데…."

 

다음 날 오후 치킨 10마리가 사무실로 배달되었고, 난 사무실에 두 마리만 남겨둔 채 나머지 치킨을 들고 이웃인 어린이집과 노인회관에 들러 치킨을 전달했다.

 

"뭘 이런 걸 다. 아무튼 맛있게 나누어 먹을게요."(어린이집)

"닭이여? 근디 이가 부실해서….ㅎㅎㅎ 냄새는 좋구먼. 잘 먹을게 총각!"(노인회관)

 

이렇게 그동안 가까운 이웃인데도 불구하고 서먹하게 지냈왔던 관계가 <오마이뉴스>에서 보내 준 치킨으로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도 어린이집이나 노인회관에서 음식을 하고 행사를 하면 반드시 사무실에 들러서 같이 나누어먹자는 등 전(前)에 서먹했던 감정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고 절친 이웃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절친 이웃들이 지역신문의 홍보맨을 자청, 지역인터넷신문을 지역주민들에게 홍보해주고, 나의 존재를 각인시켜 줘서 지역 내에서도 마음 따뜻한 기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한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로 지역언론 한계 극복했어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또 한 가지 얻은 결실이 있다면 지역의 일부 관심있는 시민들로 독자층이 구성되어 있는 지역언론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역인터넷신문에 안 좋은 기사가 나가도 콧방귀만 뀌어대던 관공서의 태도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자 지역언론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일례로 기자실(브리핑룸) 폐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당시 나 또한 <오마이뉴스>를 통해 절대로 기자실을 폐쇄하지 않겠다는 관공서의 입장에 대항해 '계룡시 기자실 폐쇄'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때 <오마이뉴스>를 통해 기사가 나가고 이를 통해 계룡시 지역언론 관계자들이 뭉쳐 끊임없이 '기자실 폐쇄'를 주장한 결과 '기자실 절대 사수' 입장을 내세우던 관공서의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켜 결국은 기자실이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지역언론에서 주장하는 '기자실 구조변경'이라는 뜻을 관철시킨 바 있다. 가장 뜻 깊었던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나간 이후 지역인터넷신문 독자층도 변화를 겪었는데, 지역주민들이 주로 접속하던 인터넷뉴스가 이제는 전국에서, 때로는 해외에서도 접속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지역언론이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오마이뉴스>가 지역에 한정되어 있던 풀뿌리 지역언론의 힘을 키워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오는 2월 22일이면 나와 지역인터넷신문에 작지만 강한 변화를 준 <오마이뉴스>가 창간 9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은 지 겨우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남길 기대하며, 그동안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오면서 <오마이뉴스>를 변화, 발전시켜 온 상근 및 시민기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창간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태그:#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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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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