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라기엔 너무 놀랍고 범죄라기엔 너무 신나는 센세이션 범죄 실화가 온다!"
"굴복하라! 타협은 없다!! 알파독."

<알파독>이 팸플릿에서 내민 손은 너무 다부지다. 꽤나 범상치 않은 글귀들로 손을 내밀고 찾아온 영화가 바로 <알파독>이다. 어느 관객이든 그가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놉시스나 팸플릿의 선전 문구를 보고 마음에 끌리지 않는 영화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번 <알파독>은 참 기대되는 영화였다. 그 호화찬란한 캐스팅에서부터 실제 사건의 영화화까지.

실제가 끌고 들어간 허망함이란

 돈과 마약의 휘광으로 항상 똘마니들로 득실대는 미국의 어느 거리의 부랑아 같은 부자 애들 이야기,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돈과 마약의 휘광으로 항상 똘마니들로 득실대는 미국의 어느 거리의 부랑아 같은 부자 애들 이야기,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 싸이더스 FNH


실제 있었던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 사건'을 영화로 만든 범죄 드라마는 어떨까? 요즘 범상치 않은 살인사건이 한국에서도 터진 터라, 잔뜩 기대를 하고 <살인의 추억>을 상상하며 그 세계로 빠져들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닮아 마약딜러가 된 아이와 그 아이의 동생이라는 것만으로 죽음에 내몰려야 했던 운명의 또 다른 아이, 그리고 그와 관계된 사건과 아이들.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기대되지 않는가.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는 미국 LA에서 15세의 소년 니콜라스 마르코비츠를 유괴, 살해한 혐의로 FBI의 최연소 흉악범 지명수배 기록을 세운 아이다. 그는 3년 만에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체포된 제시의 친구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시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제시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이슈이기 때문에 영화는 세인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었다. 제시의 변호사 제임스 블랫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낸 영화상영금지가처분은 법원에 의해 거부된 상태였기에 영화가 예정대로 상영될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자니 트루러브(Truelove)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이름자체에서도 모순이 느껴진다. 진정한 사랑이란 눈 씻고 봐도 없으니까. 실제사건의 영화화! 아무나 이런 작업에 뛰어들진 않는다. 실화 속에 담긴 사실들이 영상화되면서 한층 심도 있는 ‘작품’이 되어야 하니까. 실화가 영화화될 때 그 극적 가치로 인하여 관객은 더욱 감동하게 돼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알파독>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왜 영화화 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돈을 지불하고 이런 허접한 영화를 보라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마약과 부모거역, 쾌락과 음란, 우정과 배반, 무능과 비열, 통제가 안 되는 비행, ….

잡다한 비도덕과 비상식으로 얼룩진 일단의 청소년들이 적나라하게 저지르는 타락의 막장, 그 밑으로 흡착하는 비인격적인 암울함과 칙칙함, <노트북>으로 훈훈함을 그렸던 닉 카사베츠 감독은 왜 <알파독>으로 영화를 감상하러 온 모든 관객을 그 구렁으로 몰아넣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걸 몰라 더욱 허망하다.

내로라하는 이들의 막장이란

 <노트북>으로 훈훈함을 그렸던 닉 카사베츠 감독은 왜 <알파독>으로 영화를 감상하러 온 모든 관객을 그 구렁으로 몰아넣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노트북>으로 훈훈함을 그렸던 닉 카사베츠 감독은 왜 <알파독>으로 영화를 감상하러 온 모든 관객을 그 구렁으로 몰아넣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 싸이더스 FNH


제목인 <알파독>은 '어떤 무리의 리더'를 뜻하는 은어다. 청소년들의 그릇된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진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은 그럴싸하다. 아니 캐스팅 또한 얼마나 빵빵한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루스 윌리스, 샤론스톤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만다.

브루스 윌리스(소니 역)는 두 아들의 아버지로 나오는데, 마약딜러인 그 밑에 아들 프랭크(저스틴 팀버레이크 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가. 하지만 그의 조연은 그간에 그가 보인 수준급의 연기를 한방에 시궁창으로 날려버렸다. 스피디한 <다이하드> 시리즈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는 어디로 갔는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샤론 스톤(올리비아 역)의 <원초적 본능>에서 보여준 요염함을 아는 이들이라면 그래도 <알파독>에서도 그처럼은 아니지만 섹시하고 현란한 그의 연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말 참혹할 정도로 퉁퉁 부은 얼굴, 뚱뚱하고 무지막지한 체구, 연기랄 것도 없는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노인네가 되었구나' 하는 모습만 영화 내내 보여준다. 브루스 윌리스도, 샤론 스톤도 막장임을 보여준다.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이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 팬을 충동질한다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시프리드는 뉴 팬들을 충동질하는 스타들이다. 그나마 이들의 연기가 있기에 <알파독>이 그래도 봐줄 정도는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두 올드 스타의 막장 모습과는 달리 '가장 뜨거운 청춘군단'이라고 자랑했듯,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비롯한 뉴 스타들이 빛나고 있다.

뜨는 별들의 향연이란

 <맘마미아>에서 등장한 다재다능한 신세대 스타 아만다 시프리드, <터미네이터4>의 차세대 기대주 안톤 옐친 등, 요즘 뜨는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맘마미아>에서 등장한 다재다능한 신세대 스타 아만다 시프리드, <터미네이터4>의 차세대 기대주 안톤 옐친 등, 요즘 뜨는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 싸이더스 FNH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래미상을 두 차례나 받은 톱 가수다. '마이클 잭슨의 재래'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팝의 제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능 엔터테인먼트라는 별명답게 그의 연기력이 탄탄하다. 허연 연기 속으로 무언가 타오르지 못한 불꽃의 마지막 모습 같은 허무주의를 연기할 때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약거래상 조니(에밀 허쉬 분)는 제이크(벤 포스터 분)가 빌려간 돈 1200달러를 제대로 갚지 않자 그의 동생 잭(안톤 옐친 분)을 유괴한다. 하지만 유괴당한 잭은 조니와 프랭키의 선의(?)에 그가 납치되었다는 감각마저 잃는다.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이 분명 일상이 아니건만, 잭은 부모 곁을 떠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마약, 가출, 전신 문신, 청소년 섹스, 으리으리한 집들에서의 문란한 파티 등 우리네 한국정서와는 너무도 달라 그들을 다 따라가기에는 내 눈이 너무 버거웠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외에도, <스피드 레이서>의 주연으로 그 연기력을 인정받고 스타덤에 오른 에밀 허쉬, <엑스맨: 최후의 전쟁> <3:10 투 유마>으로 인정받은 벤 포스터, <맘마미아>에서 등장한 다재다능한 신세대 스타 아만다 시프리드, <터미네이터4>의 차세대 기대주 안톤 옐친 등, 요즘 뜨는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막장 모습이 적나라했다면, 뜨는 청춘스타군단을 동원하고도 <알파독>의 성공은 그리 기대하지 않는 게 옳을 듯하다. '호화 캐스팅의 절정을 자랑하는 화려한 연기 앙상블'이라는 말은 그저 선전 문구자체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의 성공을 빚어내지 못한 것이 이유 없는 해프닝이겠는가. 지는 별들이 엮은 막장에 비하면 좀 괜찮기는 하지만, 뜨는 별들 역시 그들의 한만 풀어놓았지, '무리의 리더'(알파독)가 되기에는 그 누구도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돈과 마약의 휘광으로 항상 똘마니들로 득실대는 미국의 어느 거리의 부랑아 같은 부자 애들 이야기,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지는 별과 뜨는 별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영화다. 근데 뜨는 별이든, 지는 별이든 그들이 막장을 연기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막장 모습이 적나라했다면, 뜨는 청춘스타군단을 동원하고도 <알파독>의 성공은 그리 기대하지 않는 게 옳을 듯하다.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막장 모습이 적나라했다면, 뜨는 청춘스타군단을 동원하고도 <알파독>의 성공은 그리 기대하지 않는 게 옳을 듯하다. ⓒ 싸이더스 FNH


덧붙이는 글 <알파독> 닉 카사베츠 감독/ 에밀 허쉬,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연/ 싸이더스 FNH 제작/ 상영시간 116분/ 2009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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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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