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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설날만 되면 내가 했던 일은 어머니와 사천 시내 떡방앗간에서 떡하기, 떡하고 집에 돌아오면 동생이 잡아놓은 돼지 반 마리를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 집은 설날과 추석이면 동생 처가와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반 마리씩 나눈다. 작년 설날에는 반 마리를 정리하다가 무릎에 3cm와 손가락에 3cm 정도 상처가 나기도 했다.

 

시간이 나면 아내와 제수씨를 도와준다. 하지만 이번 설은 한 마디로 몸저 누웠다. 지난 19일 전북 고창 방장산에 갔다가 감기가 들어 일주일을 헤맸는데 설날까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주일 예배를 겨우 드렸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처가에 설날 오후 3시쯤 갔지만 잠자는 일만 했다. 처형과 동서가 설날 밤 9시쯤 처가에 왔지만 인사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명색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아닌가? 떡하고, 돼지 반 마리 정리하는 일, 아내와 제수씨를 도와주지 못해도 설날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확인할 막중한 의무를 가졌다는 사명감으로 밥 먹는 시간에 민심 탐방을 했다.

 

내 고향 사천은 골수 한나라당이지만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이방호 전 의원을 대신하여 강기갑 민노당 대표를 뽑은 도농통합 지역이다. '혁명'이라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역사를 만든 곳이다.

 

강기갑 의원 지역구라 강기갑 선거법 위반 재판과 강기갑 탄원서 따위를 잘 알고 있었다. 지역민들은 안타까워했다. 특히 농촌 지역은 강기갑 의원에 대한 기대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유일하게 농민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하는 의원으로 믿고 있었다. 단순히 사천 지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농민을 대변하는 의원으로 생각했다.

 

강기갑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 판결을 받으면 사천시 도시 지역 민심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농촌 지역은 충격이 크고,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광주와 울산 사는 조카들도 강기갑 의원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자기 동네 지역구 의원은 모르면서.

 

용산 참사로 이어졌다. 한 마디로 '분노'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범했고 자기 나라 시민을 어떻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느냐고 했다. 수십년 터전을 떠나야 하는 그들이 조금 더 달라고 했을 뿐인데도 경찰 특공대를 그것도 하룻만에 투입하여 시민 5명과 특공대 1명이 죽었는데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을 6명이나 죽여놓고,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아직도 자리를 지키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분노는 심각했다. 끝까지 자리를 보전하면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사퇴시키는 일이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좋다고 했다.

 

용산 철거민들이 돈을 더 달라고 했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분들 주장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인지 알 수 있는데도 그들을 떼잡이니, 일반 시민이 아니니, 고의적 방화범으로 매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서 분노는 점점 달아 올랐다. 하기사 배부른 그들에게 용산 철거민들 절박함을 알아 달라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라고 했다.

 

용산 참사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 하나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퇴시키지 않으면 심각한 민심 이반이 영남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가족 민심 탐방이므로 사천시민 전체 민심은 아니다. 하지만 나비 날개짓이 태평양을 넘으면 허리케인이 될 수 있음을 이명박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4대강 정비 사업 이야기도 나왔다. 한 마디로 '삽질'이었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사람이 아니라 큰 기계로 강 바닥을 파는데 무슨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고 했다. 대통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온 시민을 함께 아우르면서 나라를 이끌어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노가다'(일본말을 써 미안합니다)판 '십장'밖에 안 된다고 했다.

 

민심은 이명박 정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설날 민심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 민심은 분명 이명박 정권에게 희망을 거두고 있었다.

 

멀어진 민심과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 이명박 정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용산참사 책임자 문책과 함께 검찰 수사로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하고. 또한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이 아니라 야당의 쓴소리와 시민들 목소리를 듣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심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봄날이 오기 전 지난 1년 동안 수행해온 국정 운영 방식을 고치지 않는한 민심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음을 이명박 정권은 알아야 한다.

 

과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파악한 민심 동향이 내가 파악한 민심과 비슷할까?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들이 파악한 민심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파악한 민심이 더 정확한 민심일 수도 있음을 이명박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

 

정보기관이 올리는 민심동향은 1인자 '마음'을 위하여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같은 사람은 1인자 '마음'보다는 민심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파악한 우리 집안 민심은 분명 이명박 대통령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민심이었다. 단순히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노하는 민심이었다. 이 민심을 결코 가볍게 넘기지 마시라.


태그:#설날, #민심, #용산참사, #강기갑, #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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