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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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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하락에 미루어 짐작하면 올해는 추가 하락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의 급속하고 지속적인 거품 붕괴를 예고했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역시 추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개입으로 일시적인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거래량은 동반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런 상황에서 '위기는 기회다'는 식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주식과 펀드를 사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생돈으로 주식시장을 부양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위기는 기회다'는 말은 완전히 헛바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재정호흡기'로 숨만 쉬는 좀비 기업만..."

선 부소장은 또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다가 가격 하락이 계속 되자 무리한 부양책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거품 붕괴로)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자산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1990대 초중반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사례로 든 뒤, "일본도 부동산 버블을 막지 못하고 건설 부양이라는 정부의 '재정호흡기'로 숨만 쉬는 '좀비 기업'들만 많아졌는데, 우리 정부도 좀비 기업을 계속해서 살려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도 일했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책을 통해 주택 시장의 급속한 거품 붕괴를 예고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그의 이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가 몸담고 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2년부터 '경제시평', '경제보고서'를 통해 일찌감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위험'과 부동산 버블 붕괴, 금융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탄탄한 분석력을 보여왔다.

다음은 선대인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집값 떨어질 땐 건설사는 보상, 집값 오를 때 서민들은?"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이 국가 예산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재분배 정책을 하지는 못할망정 형평성에 정확히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올바른가?"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이 국가 예산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재분배 정책을 하지는 못할망정 형평성에 정확히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올바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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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예산이 토목건축 사업 등 SOC 분야에 집중되는 문제와 함께 지적되는 것이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인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다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무리한 부양책을 남발했다. 서로 아귀가 안 맞았다. 한쪽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준다고 시장을 교란하면서 집값 하락을 막으려 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도시계획상의 중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그린벨트를 갑자기 풀어서(9·19대책) 시세의 85% 수준인 보금자리 주택을 보급하겠다고 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정말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려면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된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부동산 거품이 일어서 2~3배씩 뛸 때는 무주택자가 상대적인 부를 가만히 앉아서 착취당하게 된다. 주식은 사지 않으면 손해보지 않는다. 주식과는 달리 주택은 생활 필수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입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살고 있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전세값도 따라 오르지 않나. 가장 비싼 재화에 속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도 크다."

-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되는데 공공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개발 거품에 의해 경제성장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경제 위기 구조를 가져온 건 부동산 거품(버블)이다. IT·카드채·부동산 버블을 버텼는데, 또 버블을 만들어 성장할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든 버블을 유지해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가 골병 든다.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파탄 날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부동산 거품은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자산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 거품이 빠지는 것이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봐서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억지로 거품을 떠받치려는 지금의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겪을 고통의 총량을 훨씬 키우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버블을 막기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낮췄다. 우체국 연금 등을 동원해서 주식을 매입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이를 PKO(Price Keeping Operation)라고 조롱까지 했었지만, 버블을 막지는 못했다. 건설부양이라는 정부의 재정 호흡기로 숨만 쉬는 좀비 기업들만 많아졌다. 결국 업계 전체가 동반 부실해 지고 10년간 장기 불황을 겪다가 97년에 제2차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 우리도 그런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뜻인가?
"지금도 계속 (좀비 기업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부는) 이 좀비 기업을 계속해서 살려내려 하고 있다. 110여개의 기업들을 검토해서 퇴출한다는데 그것만으로 끝날지는 의문이다.

"용머리·용꼬리 모두 떨어진다... '위기는 기회다'는 헛바람"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마련된 비상경제상황실에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뒷 배경에 쓰인 '위기를 기회로!'라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마련된 비상경제상황실에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뒷 배경에 쓰인 '위기를 기회로!'라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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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의 급속하고 지속적인 거품 붕괴를 예고했다. 앞으로 전망은?
"지난해의 하락에 미루어 짐작하면 올해는 추가 하락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정부의 개입으로 일시적인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거래량은 동반되지 못한다. 결국 멀리 보면 집값이 계속 하락하기 마련이다. 용머리와 용꼬리의 예를 들고 싶다. 집값이 오를 때는 용머리 격인 강남 버블세븐 지역부터 오른다. 투자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가다가 마지막으로 용꼬리라 할 수 있는 강북이 오르면 더 오를 데가 없어진다.

강남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용머리는 쳐지는데, 용꼬리는 아직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작년 상반기가 그랬다. 올해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용머리와 용꼬리가 모두 떨어진다. 일본의 버블도 도쿄와 오사카 6대 도심 중심으로 거품이 꼈다가 전국으로 퍼졌다.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느슨한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적인 동조화 현상 때문이다."

- 외환위기 이후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인가?
"외환위기의 경우는 90년대 초반, 실질 지가가 이미 반 토막 난 상태였고 반등할 에너지가 꽉 차있었지만 외환위기 때문에 가라앉았다. 99년 IT버블 덕분에 한꺼번에 힘을 받아 상승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가계부채가 많아서 부동산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작다. 또한 외환위기 때는 세계 경기가 좋았던 반면 지금은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침체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일본·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대공항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사이토 세이치로 교수 등 경기 불황 전문가들은 3~5년의 중기 불황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 연방 준비은행의 공식적인 전망도 그렇다. 미국 경제가 조금이라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2010년 하반기 이후라고 한다. 우리 경제학자들이나 재벌계 연구소들은 왜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해외에는 그런 예측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의 언론 구조는 기득권에 유리한 정보만 생산·유통하는 식으로 왜곡되어 있다. 언론은 하반기에 금방 회복되리라는 환상을 심어주곤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 가계에서만 부동산 담보대출이 350조원이다. 몇억원씩 대출하는 일을 우습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이자 갚기에도 급급하다."

- 기업과 언론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심지어 경제위기에 대처하겠다고 마련한 청와대 지하벙커(비상경제상황실)에도 '위기는 기회로'라는 구호가 걸려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주식과 펀드를 사라고 말한다. 국민의 생돈으로 주식 시장을 부양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건설업체 부양해 줄 때만 '경제 위기'라고 합리화하고 있지 않나. 1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중환자에게 하루이틀 쉬게 하고나서 뛰라고 하면 병이 악화되지 않나.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완전히 헛바람이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경제의 체력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요인과 버블이 많아서 체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을 때라고 볼 수 없다. 체력은 생각하지 않고 위험한 투자를 부추기는 말은 경계해야 한다. 현 정부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피해가자는 정책을 펴고 있다."


태그:#부동산 버블, #선대인 부소장, #부동산 대폭락, #좀비 기업,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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