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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아내가 늦잠을 잤고,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지만 이미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15분만 더 빨리 일어났으면 해돋이 볼 수 있었잖아요?"

"아니 어제 해가 오늘 해지 늦게 일어났다고 타박이예요. 나는 이런 것 싫더라. 1월 1일 떠는 해하고, 2일에 떠는 해가 똑같은데 무슨 큰 일이라고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그렇지 2008년 12월 31일 해와 2009년 1월 1일 해는 똑같지, 하지만 당연히 다르지."
"무엇이 다른 지 말해 보세요?"
"…! 그래 똑같은 해다, 해라고."

 

아내는 한 번씩 나를 이렇게 놀린다.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은 독도와 서해안을 연결하여 2009년 새해 해돋이를 광경을 연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디오라 해돋이를 볼 수 없다는 아쉽다. 어쩌랴. 내일 또 다시 해는 떠오를 것이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축사로 갔다. 소띠 해가 아닌가? 이 녀석들은 주인이 아닌데도 난리다. 배고픔을 해결해 달라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어쩌랴 주인이 먹을거리를 해결해주지 길손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을.

 

소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눈망울이 맑다. 맑다 못해 서렵다는 느낌이 든다. 눈말이 저리 맑으니 덩치는 아이들 서너배는 되지만 아이들을 피한다. 옛날에는 여섯 일곱살만 되어도 소를 끌고 다녔다. 소꼴을 먹이기 위해서 소 등에 타도 이 녀석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 만큼 순하고 순한 동물이 소이다. 

 

논은 한겨울인데 파릇파릇 새싹이 돋았다. 무엇일까? '청보리'다. 동생이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서 지난 가을 가을걷이를 끝내고 씨를 뿌렸는데 벌써 많이 자랐다. 아이들 청보리 밭을 뛰어다닌다. 아이들과 청보리를 푸른 생명들이다. 죽음이 아닌 생명이다.

 

파릇파릇 자라는 생명이다. 이들은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다. 바닷바람이 차다. 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봄을 기대하고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빠 이것이 무엇이예요?"
"응, 청보리."
"청보리가 무엇인데요. 봄이 우리가 먹을 거예요?"
"아니, 소들이 먹을거다. 소는 풀을 먹는 동물이잖아."

"소가 밥을 이렇게 많이 먹어요?"
"삼촌 소가 많잖아."

"아빠 소들이 풀을 먹어야 하는데 동물 사료를 먹여 광우병이 생겼잖아요?"
"그렇지. 청보리를 먹고 자란 소들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지."

 

아이들과 한우가 만났다. 아이들도 소를, 소도 아이들을 겁내지 않는다. 왜 이들은 서로 미워하거나, 해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띠다. 우직함도 있지만 눈망울이 선한 것처럼 올 한해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소도 사람을 해하지 않는데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일이 있으냐 되겠는가? 2009년은 아이들에게 선한 일만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아이들이 만난 한우와 청보리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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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2009, #어린이, #소,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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